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본문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
'드레퓌스의 벤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련한 미련 / 원태연 (0) | 2009.04.15 |
---|---|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0) | 2009.04.15 |
키스 (0) | 2009.04.13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도종환 (0) | 2009.04.02 |
[고도원의 아침편지] 오래된 구두 (0) | 200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