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산티아고 이야기 11일차"내 앞에서 담배를 피던 19살 독일 아가씨" 본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이야기 11일차"내 앞에서 담배를 피던 19살 독일 아가씨"

까미l노 2008. 12. 29. 22:24

 

                                                        이 지도는 유럽 인터넷에 한 외국인 순례지기 올린 사진을 퍼온 것임을 밝혀 둡니다.

 

                                                              11일차 (10월7일)   GRANON--TOSANTOS----------------21KM

 

한국을 떠나기 전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무엇인가를 비우고 버리고 오겠다는 무슨 대단한 마음가짐 같은 것들을 하곤 했었는데... 

 

과연 산티아고 길을 다 걷고 돌아 온 지금 새삼 생각해봐도

무엇을 버리고 비운 건 또 무엇이 있기나 한 것인지...

 

누군가가 썼을 이런 글을 어느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는데

"산다는 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나씩 꺼내 버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몹쓸 것들이 더러 남아있는데

그 것들은 담배와 커피 그리고 드등산 낚시 장비들이다 

담배는 지금이라도 그만 피운대도 상관 없고

길 위에서 산 속에서 만지고 입을 거치른 겨울 것들도 낚시장비들도 버리면 잠시의 아쉬움 그뿐

 

뾰족한 수 없어서 버린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쩄든 물욕도 식욕도 별 없는 지경에 이르렀거늘

가끔 주체할 수 없는 이 지랄 같은 성욕만은 가끔씩 또아리를 쳐 드니 거추장스럽다 못해

아예 인간의 '신독'을 여지없이 추하게 만들어 버린다.

 

혼자인 밤에 늦도록 깨어있는 것은 잠 들지 못해서가 아니고 외로워서도 아닌

헐떡이는 열정의 그 허무해질 초라한 내 모습을 볼 것 같아서이고 이 나이에도 다스리지 못한 열정이라니.. 

 

어느듯 늙어가면서 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을만큼의  나이가 되어

두어 번 연애 따위에 실패하고 혹은 가까운 사람들이 청춘의 시기에 병으로 떠나고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컴컴한 밤이 자주 찾아오고

더 이상 청춘이라고 불리워지지 않을만큼의 나이를 훌쩍 지나게 되니 

온갖 희망과 꿈 따위의 굴레에서 어지간히 놓여나게 되고

말 할 수 없이 사무친 감정에 휩싸여 문득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본다.

 

몇가닥 노래 가사로나 기억될 뿐인 초췌한 중년 

살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고 때로 사랑 때문에 칼을 휘두르기도 했던 

젊은 날의 객기였든 패기였든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아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절망에 분노하던 그 찌꺼기들 

 

어느날 불쑥 그녀가 내게 던졌던 말

열정이 남아 있느냐고... 

 

임기응변이나 재치 같은 게 나에게 있었든 없었든

평소에도 상대방과의 대화에 말문이 막히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달리 할 말이 떠 오르지도 않았거니와 그만 입을 딱 닫아버렸던 기어이 문득 떠 오른다.

 

그 물음의 의도를 단박에 알아채지 못했던 원인도 있었지만

즉답을 못 했었기에 한참을 지나 생각을 정리해서 굳이 답을 하라면

주체하지 못할 열정을 다스리기 위해 언제나 나는 허무함으로 포장한다고 했을 것이다.

 

산티아고 길 위에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수 많은 상념들...

 

 

 

산티아고 순례 길을 시작하는 출발지인 생장에서 협회에 순례 등록을 하고 순례지 여권을 발급 받을 때(2유로)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등록 시 걷는 이유 같은 것은 요즘엔 따로 질문을 않는다)

하얀색의 가리비 껍데기를 받는데 순례길 내내 배낭에다 달고 다니기도 한다.

 

 

길가에 지천으로 떨어져 버려지는 햇밤과 도토리를 주워모아 할글을 만들어 보았다.

아래 하트 모양은 알맹이가 탐스러운 햇밤들이고 위의 글씨는 도토리로 쓴 것이다.

 

우리나라 산길에 저런 알밤과 도토리가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지나는 마을들엔 도토리로 묵을 쑤어 먹는 곳도 없을테고 알밤들조차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에서의 도보여행 시엔 한시간 정도 걸으면 십 분 정도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도보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그냥 길거리에서 쉬는 게 그닥 달갑지 않아서인지 어쩄든 외국인들은 휴식 장소는 거의 카페나 바가 있어야 된다.

 

십 여일간 계속 함꼐 걸어다녔던 프랑스 아가씨 케푸씬과 스페인 남성 마뉴엘과 마을의 카페에서 커와 콜라를 한잔씩 나누면서 휴식 중이다

지는 해의 햇살이 아까워 그들은 했빛을 계속 딸라 가고 나는 그늘만 찾아다닌다. 

 

아직 먼동이 트기 전 새벽길을 나서 오늘 걸어갈 코스의 하루 순례길을 걷기 시작할 때

어김 없이 등 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동쪽에서 서쪽 세상의 끝으로 향해 가는 길인데 등 뒤에서 떠 올랐던 해는 한낮엔 함꼐 나란히 가게 되다가 저녁부렵엔 지는 해를 따라가는 길이 된다.

곱고 고운 청춘 남녀들 틈에 끼어 함꼐 걸었던 산티아고 친구들...

불가리아와 프랑스 출신이었던 두쌍의 커플들인데 한국의 소년소녀들 처럼 참 순수한 친구들이어서

순례 동안 한국사람들이랑 반갑게 맞아 주고 친하게 지냈었던 사람들이다. 

 

그냥 얼굴에 순수하고 착한 모습이 보여지는 사람들 같아서 한국인들이랑 더 가까웠던 것 같았다.

그들도 영어를 얼마간 할 수 있었기에 대화에 지장이 없을 정도라소 이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고

나처럼 레스토랑에 가지 얺는 타입이라서 항상 식사를 만들어서 함꼐 먹곤 했었던 알뜰한 커플들이었다.

 

  

 나란히 앉아 이야기도 많이 하고 담배를 즐겨하는 타입이라 둘이 같이 피우곤 했었는데 나중에 나이를 물어보니 아무렇지 않게 열아홉살이랜다.

영어도 잘 하던 독일인이었고 라파엘라 라는 이름을 가진 담배는 물론이고 포도주와 올리브 열매를 좋아하는 아가씨였다.

코에다 피어싱을 했었는데 한국에서라면 과연 저 아가씨가 내 앞에서 담배를 편하게 피울 수 있었을까 싶은 게 문회적 차이가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Granon에서 약4KM---Redecilla del Camino  마을에도 알베르게 있음

약2km  더 가면 호스텔이(Chocaltero) 있는 마을인 Castildelgado--

2.2km ----알베르게(Viloria)있는 마을  Viloria de la Eioja

3,4km ----Vilamayor del Rio (알베르게 있는 마을)

5,5km--- BELORADO (알베르게 있음)

 

5km-----TOSANTOS 오늘의 숙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