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황새여울에 비 내리시거들랑 본문
이렇게 추적추적 비 내리시고 긴 주름치마 입은 당신 같은
고운 봄날이 오면 언제 한 번 당신을 초대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연둣빛 이파리들이 떨어지는 빗방울들에 잘 맞춘 박자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하 이것 한 번 보세요 길섶으로 채이는 풀자락 아래에서
퐁당퐁당 물로 뛰어드는 개구리의 뜀박질 못 보신지 오래지요
드문드문 돌배꽃이 피어있고 눈 부시게 흰 이팝나무 꽃도 잘 아실테지요
진분홍 철쭉들이 길 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었고 작아서 정겨웁게 느껴지는 유순한 물줄기가
물안개를 몽실몽실 피어대니 마음은 외려 더 넉넉하게 다가옵니다
청옥산에서 내려 쉬엄쉬엄 휘돌아 내리는 이 물줄기는 이름도 참 예쁘지요
미탄을 지나 한탄리로 거쳐오면서 기화천이라고 부른답니다
동강으로 흘러들면서 한줄기의 물이 두 이름으로 불리우면서 앞서 불리는 이름이 창리천이고
뒤이어 부르는이름이 기화천인데 귀때기 시린 겨울엔 메마른 갈대와 나뭇가지에 하얀 상고대가 절경으로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맘때의 여느 봄 날 풀리면 산그늘은 녹두빛 연두색이고 풍경에 녹아드는 플라이 낚시꾼들의 한가로운 그림이
도란도란 흐르는 물따라 흘러내린 줄을 사르고 또 다시 풀어내려서
둥글둥글 우아한 곡선을 만드는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같이 보입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피터라는 외국영화배우의 모습처럼
강물도 부서지는 물빛도 연초록 숲그늘 지는 것조차 닮고 섰습니다.
허..소스락거리는작은 기척들 아니 물 속에서야 대단한 아우성일테지요
이맘때쯤이면 옛적 시골에서 어김없이 보여지던 놈들
작은 몸집에 무거우리만치 다닥다닥 알을 매단 녀석들이 물먼지 일구며 달아나던 모습들을 보셨는지요
40년 보다 더 오랜 기억의 순간들을 요즘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당신을 처음 만날때의 설레임처럼 쉬 감탄할 길 없이 사는 요즈음엔 분명 대단한 감동입니다
물비린내랑 싱그러운 풀냄새가 새 빗물을 타고 상큼하게 코 끝을 자극합니다
세상 미물 가운데 가징 민감하게 구는 녀석들이 새우류라던데
그중에서도 더 민감한 녀석들이 이 가재라는 놈이랍니다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물결이 놓아준 가재와 함꼐
내 발가락 사이를 훑고 내려갑니다
기화천은 이렇게 흘러 흘러 동강과 만나게 되면서
진탄나루라고 불리우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내리시는 비가 아니라면 흙먼지 폴폴 뒤따라오는 강을 따라
비포장길을 얼마간 달리면 그 또한 이름 고운 문희마을이라는 곳이 나오지요
급한 언덕배기에 두룬산방이라고
동강의 물줄기가 귭이쳐 휘돌아 나가는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참 멋진 잠 잘곳이 있습니다.
언제 한 번 당신을 이곳으로 유혹하렵니다
두룬산방에서 내려다 뵈는 동강의 모습은 상류 황새여울에서 휘돌아 진탄나루까지 내려오면서
그 물길은 가히 그림이라고밖에 표현 할 길이 없는 제 글력이 한심할 밖에요
언제 당신에게 미려한 송어의 나신과 화려한 국화꽃 무늬를 가진 쏘가리의 퍼득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물 속에 들어선 당신의 뽀얀 알종아리를 훔쳐보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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