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길 위에서의 편지 본문
연우!
먼길 가다 언제나 내 곁인 내 그림자의 안부를 묻고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그러면서도 아주 낮게 걷습니다.
언제나 내 화두는
"미안하고 고맙다"를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숨어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소풍
산그늘에 들어 부끄러운 얼굴일랑 가린 채 펑펑 울어나 봤으면 싶은 날입니다.
마치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처럼
아니 가끔씩 ...
삶은 막막하기만 한데 오리무중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어
차라리 눈 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고 싶습니다...
스스로도 지탱이 아니 되고 현명치 못한데
그런 나를 조금씩 흔들어보는 안타까운 사람들
유년의 기억에도 서운하고 또 서운했던 내 편 하나 없음은 여태도 그런가 봅니다.
숨바꼭질 끝난 해질 무렵의 동네 어귀엔 유독 나 혼자만 남았던 것인지
하긴..아직도 아무에게도 묻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설령 누가 정확한 답을 알려주려거나 내 스스로도 이미 알았다한들...
언젠가 밤의 노고단 돌탑을 찾아
왜 그래야 했는지 궁금치 않은 채 새벽까지 탑을 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행여... 내 살아온 과거를 지우려는 몸짓은 아니었는지 내가 내 물음에조차 아무런 답이 아니됩니다.
어느 시인의 글에 이런 싯구가 있었습니다.
물고기는 헤엄을 치며
지느러미로 물속의 길을 지우고
새는 날아서 깃털로 공중의 길을 지운답니다.
하긴..별 기억할만한 가치 있는 지난날들은 아니지만
애써 지운다고 잊혀지기나 할려고요...
오래 걸으면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시 내 그림자에게 길을 물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런 밤입니다.
문득 욕 한마디를 해보고 싶습니다.
에이 시바~
새벽입니다.
찬 물이나 마구 뒤집어 써야겠습니다.
그냥...
내 몸에 뭇내라도 날까 두려워서 입니다.
여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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