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국토 대장정 제7일차- 구미 본문

부엔 까미노

국토 대장정 제7일차- 구미

까미l노 2007. 11. 23. 23:15
제 7일차 경북 칠곡에서 구미 시청까지
약21km(누적거리 194km)약31.500보(누적걸음 수 287,000보)
오전에 맑은 날씨였다가 오후에 한차례 비 온 후 기온 급강하
 
대장정 일정을 하루씩 소화해 나갈수록 무릎의 뻣뻣함이
심해지면서(관절 속 연골 굳음...?) 그와는 정 반대로
길의 끝 없음에는 오히려 무덤덤해져  간다.
 
대원들도 하나 둘 무릎의 통증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 하나보다.
나야 자고 일어나면 씻은듯이 가셔지긴 하지만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은 상당히 힘 들기 시작할 것이다.
 
결심했던대로 오늘은 아침을 굶은 채 길에 올라섰다.
종종 밥을 굶으면서 살아본 적은 많았지만
아침식사는 가능하면 하는 타입이고 산행이나 도보를
할 때는 철처하게 챙겨 먹는데 오늘은 굶은 채 걸어본다.
 
일상사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내가 한끼 정도 굶는다고
배고픈 어린이들의 고통을 알기나 하랴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지금의 이 국토종주의 의미를 새삼 더 진지하고
육체적인 고행이 조금이라도 더 느껴지게 하고 싶어서이다.
 
오늘은 대장정 일정상의 거리가 다소 짧기는 했지만
걸은 길 내내 자동차들이 많이 다니는 산업도로인지라
눈에 들어오는 경치도 없고 공단이 많은 지역이라 악취가
도로 곳곳에서 진동을 했다.
 
가을도 느낄 수 없는 딱딱한 산업도로를  일부러 타고 왔으니
다들 더 많이 피곤 해 한다.
 
간밤의 일기예보에 지레 겁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운동화 윗부분과 바지 가랑이 아랫단에 비닐봉지를
원통형으로 씌우고 테이프를 덧붙여 완전 방수가 되게 만들어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을 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웬걸...
오리라던 비는 커녕 화창한 가을날씨에 후덥지근 할 정도의
기온으로 인해 발등이 뜨끈뜨끈 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휴식시간에 기상청을 욕을 하면서
다 떼어내 버렸다...나중에 후회를 하게 되었지만...^^
 
구미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하늘이 캄캄해지기 시작더니 급기야 한줄기 소나기를
퍼붓기 시작한다.
 
급히 우의를 덮어 쓰고 테이프로 시발 등을 감싸는 둥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 다시 길을 걷는다 씩씩한 척 하면서..
 
아침에 덮어씌운 신발등의 테이프를 그대로 뒀더라면
하는 후회를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랬으면 신발 속 발이
푹푹 썩었었겠지...^^
 
사람들의 휘둥그레진 시선을 받으며 들어선 이-마트
그곳 식당에서 보무도 당당하게 도시락을 꺼내 먹으려니
손님도 아닌 사람들 이 �거리로 몰려돠  깎지도 않은 
덥수룩한 턱수염에 전부 노랑색 비닐 우의를 걸친 복장
또한 특이하니 사람들 시선 받을 수 밖에...^^
 
대원들 모두  비를 맞아서 추워서인지 아니면
사흘 째 먹는 똑 같은 돈가스 도시락이라서 그런지
별로 잘 먹는 기색들은 아닌데 난 추가로 한개를 더 먹었다
아침을 굶었더니 꿀맛이다...^^
 
어릴적에 된장말고 다른 거 한번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랬던 나에게 울 아부지 하시던 말씀이
시장이 반찬이니라~ 한 두어끼 굶어봐라...그러시더니...^^
역시 굶어본 사람이 배 고픈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나보다...
 
구미 시청엘 들어서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 모두둘 오늘의 빨래들을 한다...
 
시간이 넉넉한 날은 빨래가 좀 더 깨끗해지는
국토 대 장정꾼들의 빨래방식...^^
세상의 발명품 가운데 내가 최고로 쳐 주는 건 새탁이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 간다..
찾아 먹을 수 없는 한끼를 굶어본 날에
별 고통 없이 길을 걸어와서인지  배 고픈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내 어릴적 배 고팠던 기억의 날에 그때도
어른들을 원망하지 않았었는데 아무도 원망조차 않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희망을 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