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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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국토 대장정 제6일차 칠곡

까미l노 2007. 11. 23. 23:15
제 6일차 대구 광역시청에서 경북 칠곡까지
약29km (누적거리 173km) 약41.500보 (누적걸음 수 256,000보)
아침에 조금 쌀쌀하고 한낮엔 맑음 오후들어 구름 많은 날씨에 바람은 적었음
 
아침에 일어나 고령을 출발하면서 앞서가던 일행의 차를 놓치고 앞산 순환도로와 신천대로에서
촌넘들 행세를 약간 하다가 다행히 전에 와봤던 길이 기억나서 더듬거리며 가까스로 
대구시청에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많은 공무원들과 경찰들...인터뷰와 환송식을 하고 우리는 또 길 위에 섰다.
왕복 8차선 드 넒은 대구 광역시의 대로변을 경찰차의 앞 뒤 에스코트를 받으며
다소 들 뜬 기분으로 오늘의 대장정  길을 걷는다.
 
이젠 대원들 모두 초보와 경헙자 구분 없이 줄도 잘 맞추고(^^)간격도 적당하게 잘 걷는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인지 하늘은 조금씩 구름에 가리워지고
오늘도 청명하고 파아란 가을 하늘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요즈음 일찍들 피었다가 지고마는 코스모스가 우리가 가는 길에 때 늦게 핀 녀석들이
바쁜 듯 지나치는 우리들에게 지 어깨를 조금 내어주며 손을 흔든다.
 
다소 늦게 출발한 덕에 대신 오늘은 평소보다 걸음을 빨리하게 되어
대구시를 벗어날 정오 무렵 강북고와 영송여고가  나란히 있는 운동장 바닥에
철퍼덕 쪼그리고 앉아 돈까스 도시락을 먹는다.
아.이녀석들은 등 하교가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 식사 후 모두들 양말을 벗어 발을 식히고 주무르다 한시경 갈 길을 재촉한다.
대구와 칠곡을 잇는 산업도로라 그런지 길은 계속 지루하게 쭉쭉 뻗은 쉬원한 길이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주변 경치가 없으니 걷는 우리에게는 피로함이 더 빨리 오는 것 같다.
 
진행자 가운데 악질(^^) 아가씨가 한 분 계시는데 그 아가씨가 자주 하는 말 가운데
제일 듣기싫은 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출발 3분 전 입니다" 와  휴식 시간을 항상 십분 정도밖에
안 준다는 것이다...문~디 아이가!
 
휴식 시간에 단감을 먹는데 오늘은 내가 과감하게 그 악질(^^)아가씨에게 맞아 죽을 각오로 뎀벼들었다.
나눠준 내 몫의 단감 한개를  개 눈 감추듯 재빠르게 해치우고 몰래 한개를 더 훔쳐서 막 먹을려는데 
악질 아가씨가 내 앞을 지나면서 예의 그 "00시 00 분에 출발 합니다"  를 외치는 것이다...
단감을 옷에다 문질러 닦는 폼을 잡으면서  "아니 난 아직 단감 먹지도 못했는데 오분 연장 안해줄끼가?"
그랬다... 아..예 예~ 미안합니다 5분 더 있다가 출발하겠습니다...그런다...히힛~
내일은 뭘로 속여서 휴식 시간을 더 써 먹을지 미리 잔대가리 굴려놔야겠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점점 더 짧아지는 해가 서쪽 산 기슭에 걸릴 무렵 경북 칠곡읍으로 들어섰다.
간단하게 사진촬영과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식사장소로 이동,
예전 텔런트였던 유퉁의 국밥집을 찾아 장터국밥을 먹었다...옛맛은 아니었다...
부러워할 일인지 시샘하고 싶은 것인지는 차치하고 유퉁씨의 아주 나이 어린 신부를 이야기 하며
오늘 걸은 길의 거리와 걸음 수에 대해서 잠시 대원들과 설왕설래...
 
보폭이 크네 작네 하면서 한 시간에 몇 킬로를 갈 수 있으며 발걸음 수는 얼마니 
설전을 벌이며 숙소에 도착했다. (내 걸음의 한 발의 거리는 약 70cm이고 한 시간에 약 6km를 걷는다)
 
다행히 오늘의 숙소는 꽤 고급이어서 월풀욕조가 있다...
그러면 뭐하랴..
빈 월풀욕조 속에 쪼그리고 앉아 오늘도 변합없이
예의 팬티 한 장에 양말 스카프 두 장 그리고 장갑과 티셔츠를 싹싹 빨아서
배낭 뒤에 달고 다니는 철사 옷걸이에 걸어 방 이곳저곳에다 널고 선풍기를 밤 새 쐬어서 말린다.
 
비가 온 날이 아닌데도 조금 둔한 사람들은 밤새 다 말리지를 못해서 길을 걸을 때
배낭 뒤에다 주럴주렁 매달고 걷는다...
이 모습은 가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아주 경이로운 모습의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가씨들은 속옷을 겉옷 아래에다 감춘 채 걸고 다니는데 부디 잘 마른 옷을 입게되어
뽀송쏭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 해준다..흐흐흐...
 
내가 올리고 있는 이 글들을 집에 계시는 대원들의 가족분들이 읽으시나 보다...
그래서 조금은 업그레이드도 하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도 조금은 섞어서 글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댁에 돌아들 가셔서 머찐 아부지 또는 훌륭씩이나 한 아들 딸들이 될테니까...캑캑~ 
(난 착한 일을 많이 하면 꼭 기침이 나나보다...)
 
오늘 아침은 반 그릇만 먹었었다.
내일은 아침을 굶고 길을 걸을 것이다.
평소 아침을 먹지않는 사람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을테지만
하루 세끼를 먹지 않으면(그것도 꼭 쌀 삶은 것으로) 하루 종일 억울해지는 나로서는 큰 걱정인데다
내일도 한낮까지 시간당 5km 이상씩은 걸어야 하기에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굶으려는 내일 아침 한끼는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거니와 평생 못찾아 먹을 거라서 좀은 안타깝겠지...^^
 
괜한 치기이거나 별 대단한 짓거리도 아니겠지만
지금보다 조금은 더 고생을 하여서 스스로가 느끼기에 조금은 편한 것도 같게 느껴지는
걷는 이 길에서 배고픔의 고통도 따른다면 헐벗고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 무엇도 없음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다서 덜어지지는 않을까...
 
아이들과 꽤 오랜시간 함께 뒹굴고 어울려 지내본 적이 있어서 누구보다 그들의 눈높이를 잘 안다.
아이들이 굶주림은 없어야 한다..정말 그런 일이 이 세상에는 없었으면...배고픔을 너무나 잘 알기에 ...
 
내일 아침을 굶은 채 점심시간까지 걸어가야야할 내 몫의 길을 내 힘으로 오로지 다 걸어가야
거기에 비로소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추위를 막아줄 옷이 있어서라면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걷게 될테지...
 
길 위에서 맞는 해저물 저녁에 함께 놀던 친구들 따뜻한 밥이 기다리는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갈 때 혼자 남아서 이리 저리 헤매는 아이가 이 세상 어느곳에도 없었으면 츠암 조케따...
 
가진 게 별 없어도 누구를 도울 수는 있다지만 오늘은 큰 돈이 없어 부자가 아니 된 내가 많이 밉다...
그러니 개 풀 뜯어묵는 소릴랑 집어치우고 열심히 걷기나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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