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국토 대장정 제10-11일차 황간-영동-옥천 본문

부엔 까미노

국토 대장정 제10-11일차 황간-영동-옥천

까미l노 2007. 11. 23. 23:12
 
황간에서- 영동을 거쳐-옥천까지 52km - 68,000보
총 누적거리 305km  --  총 누적걸음 수 약 424,000 보
아침기온 약간 쌀쌀함 안개짙어 가시거리 약 100m
 







 
 
옛부터 산자수명하고 풍류를 아시는 분들이 많이 사셨던 고장을
지나니 거리마다 가로등이며 길 안내를 하는 입간판들도 거의가
다 국악기들 형태로 되어있는 길을 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 땅 어느 길을 걸어보아도 보행자 편의를 조금이라도 생각해놓은 길은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보행자 도로는 고사하고 아예 갓길조차 없으니 행정을 하시는 분들은 평소 걸을 일이 없어서 모르시는 모양이리라...
 
평소 경찰차 안내 없이 도보를 해 보면 갓길이 없는 길을 대형 트럭들이 씽씽 달리는데 몸이 마치 딸려 들어가는 듯 하다.
 
해마다 연말이면 보도블럭 공사를 거의 각 도시들이 다 새로 깐다고들 하는데 차라리 보행자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길이라도 조금 내어 주셨으면...
 
알싸한 공기를 마시면서 상쾌하게 걷다가 노글리를 지나간다.
제대로 해결이 되었는지를 모르비만 뉴스를 보고 알게 되었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의 현장이다.
 
열차가 지나가는 선로 아래 굴다리 입구에 무수한 총탄자국이 있고 문화재라고 표시가 되어있다.  총탄 자국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방관자가 되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느껴진다.
 
전쟁이 일어났던 그 시절에 누가 죽었건 억울한 일을 당했건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들..그들이 굶거나 말거나 뉴스로 소식을 접할 때만 잠시 그저 안됐거니 라고 생각하는 정도로 금방 잊어버리고 산다... 그래서 세상의 낮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용서란 애초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누가 누구를...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용서 하고 말고가 있을 수 있느냐고 한다. 그래도 살면서 해야한다면 더 많이 용서 하고 용서를 받아할 일은 아니 하고 살아야겠다...
무엇을 용서하고 무엇때문에 분노해야 하는지 제대로 구분하고 살아야할 일이다.
 
함께 걷는 울산의 모 영어 학원 원장님을 좀 골려먹었다...
길을 걷다가 해질 무렵이면 냇가의 불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물비늘을 일으킨다.마치 작은 물고기들이 몸을 뒤척일 때 힌 배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그럴 땐 불흐름의 방향을 혼돈하게 되는데 지금 걸어가는 길에서 보여지는 냇가의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왼쪽으로 흐른단다.
 
정말로 왼쪽으로 흐르는 거냐고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번복할 기회를 주겠다 그러니까 두 눈으로 보이지 않느냐 분명히 맞단다... 조금 있으면 확인이 될거라면서 좀 골려먹었다...
 
잠시 후 냇가를 가까이 끼고 걷는 길이 나타나고 그 원장님은 머쓱해지셔서 꼭 왼쪽으로 흐르는 것 간아 보였다고 하시는데 나야 전에도 지나가봤던 길이라서 미리 알고 있기도 했었지만 조금 전에 우리가 높은 곳에서 내리막을 걸어왔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 생각은 잊었었단다. 민주지산 물한계곡의 한잘가이기도 한 곳이다
 
이렇게 길을 걸으면서 장난도 하고 놀리기도 하면서 어린 아이들처럼 동심의 마음으로 잠시나마 돌아가본다...
 
영동을 지나고 옥천길로 들어서는데 영동 군청에서 연락이 왔나보다... 환영식을 준비하고 기다리는데 아직 안 오느냐고...^^;;
 
아뿔싸...우리는 너무 신나게 씩씩하게 걷다보니 그만 영동군청
바깥으로 난 큰 길을 따라서 계속 북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왔던 길 되돌아 가기는 어렵게 되었고 거듭 고맙고 죄송한 말씀을 드리면서 길을 재촉했다..정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마음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우리나라 땅 크기의 사정상 도로라는 것이 곧게 뻗은 일직선은 보통 한 4킬로 이상 되는 곳은 거의 없다.
 
높은 오르막에서 보이는 내리막이 시작되기 전 맞은 도로가 뻗어나간 모퉁이까지의 시야에 보이는 거리가 약 4킬로미터 정도가 되는데 대장정 처음 시작할 땐 아휴 저 길을 또 가야 되는구나 하다가 지금은 저 모퉁이까지 걷고나면 한 두어개 이런 길이 더 있을테지...라며 예사로 생각되어질 정도로 길을 걷기에 대한 자신감이 모두들에게 생겼을 것이다... 
 
하기사 10일만에 3백 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30만보가 넘도록 온전히 두 발로 걸어서 왔으니 당당해 할만도 하리라...
 
아마 이 행사의 대표이신 '이상훈' 세계 평화상 수상자의 발바닥만 좀 더 아물어지면 더 많이 걸을려고 덤비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ㅣ...^^
 
식사시간의 풍경을 이야기 하자면...
너나 할 것 없이 뱃살 걱정들을 하면서 어김없이 한공이로만 부족하다...그도 그럴것이 밥 먹고 나면 하는 일이라곤 죽자살자(^^)걷는 것 뿐이니 밥맛이 좋을 수 밖에...
 
모두들 더 안 먹어야지 하면서도 공기밥 추가를 외친다..
나야 원래 두그릇은 기본이다..저녁밥 먹은 후 빵 두어 개를 더 먹고 자도 아침이면 몸무게가 어김없이 1kg 정도 줄어있기에 먹어줘야 한다...^^ 북한 어린이들에겐 좀 미안하다...
 
오늘 아침엔 안개가 눈썹위에 내려 앉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가시거리가 어제보다 더 짧아지고 안개가 거의 한낮까지 걷히질 않을 정도였으니까..
 
내일은 대전 입성인데 청도에서 발바닥의 심각한 상처로 인해 치료차 집으로 일시 가셨던 분이 다시 합류를 하신단다.
막내둥이 아가씨 김은*양도 이젠 발이 아프지 않은지 신나게 곧잘 걷는다 우리 대원들의 마스코트라는데 나에게 제일 많이 놀림을 받는다...^^
 
처음 출발했던 대원들 모두 그대로 마지막 목적지 임진각까지 갈 수 있게 되어서 아주 다행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들을 해 주시고 관심들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전시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꼐 걸을 모양이다.
엄마들과 어린 학생들까지 함꼐 사랑이 빵 나누기 깃발을 힘차게 흔들면서...
 
제대로 깎지못해 덥수룩한 수염에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이라 어린이들이 겁 먹을까 내일 아침엔 세수라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지나치는  논두렁엔 나락을 베고 난 볏집단이 가로 세로 잘 정돈 되어져 누워있고 빈 들녁만 아직도 지켜선 허수아비가 해질 무렵 석양에도 외롭게 두찰 벌렸다...
 
모가지 싹둑 짤린 채  빈 대궁만 남은 키다리 옥수수대
옛고향 냄새라는 거름내음은 코 끝을 자극하고 밥 짓는 것인지 소 여물 끓이는 것인지 모를 하늘로 곧추 서 몽글몽글 올라가는 연기
참으로 정겨운 시골 풍경의 길을 지나간다.
 
 
그 누가 있어서 당신이 절대자이시라면 이제 그만
이 땅에 평화를...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북한의 어린이들에게도 평화를 주소서~
 
2007년 10월 23일 충북 옥천땅에서
 
링반데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