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한국의 아름다운 숲길 #10 본문

모산청우

한국의 아름다운 숲길 #10

까미l노 2021. 8. 29. 12:23

고즈넉하다는 표현

상큼하다는 표현

청량감

더울 때의 숲 속

추운 날의 숲길

 

다 있다

제주도의 숲 속에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

울른도 다음으로 내라는 비의 양이 상당한데 왜 그런 걸까?

 

화산섬인지라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하루 정도 지나면

순식간에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산수와 삼다수라는 물이 유명하긴 하다만

 

숲 속

숲길이 어디 관광지이던가?

유명 관광지처럼 사진이나 찍고 돌아서는 "나 거기 가봤다"라는 그런 곳인가

하루 또는 반나절 이상 오롯이 스스로의 두 발로 걸어서 발바닥과 눈길이 느끼는 곳 아닌가

 

나비치곤 자태가 참 늠름하지 않은가

비슷한 이름으로 산제비나비 긴 꼬리 제비나비 청띠 신선나비들이 있다

나비의 애벌레가 이렇게 귀엽게 생겼다

호랑나비 애벌레와 산호랑나비 애벌레 둘이 참 예쁘게 생겼는데 생김새가 조금은 다르다

투구꽃인데 한라산 돌쩌귀라고 제주도에선 이름을 붙였는데 꽃이 꼭 투구처럼 생겼다

긴 꼬리 장지뱀

숲의 나무껍질 속에도 숨기도 하면서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데 발가락이 무지 귀엽게 생겼다

물속도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니는 유혈목이가 천적인데 유혈목이는 도롱뇽에게도 천적이다

벌집이 아니다

아주 조그만 새끼가 태어나오는 사마귀의 알집이다

이 지독한 사랑

다른 놈의 사랑을 방해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풍뎅이들의 구애

개체가 너무 늘어 도심까지 골칫거리가 되는 대벌레

건드리면 저 연약한 몸으로 건들거리는 녀석인데

사람에게 직접 해는 없지만 식물을 갉아먹어 황폐화시켜 문제가 된다

한쪽 다리가 떨어져 나갔는데 다시 생겨나가기도 한다

 

 

우리네 언어 표현에 눈높이라는 말이 있다

눈높이는 무슨 뜻일까

사람과 사람의 눈끼리 단순하게 높이를 맞추는 것일까

 

눈높이라는 게 아마도 상대편의 시선도 일치하는 게 좋겠지만 마음과 뜻을 맞춘다는 거 아닐까 싶다

눈 맞춤도 되면서 생각하는 사고와 지향하는 바가 같은 게 진정한 눈의 높이를 맞출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숲의 눈높이

자연생태환경적 눈높이

숲의 모든 것에 눈높이

 

아름다운 숲길

청량감 심원한 고즈넉한 길을 걸으면서 사진도 찍곤 한다

걷다가 평소에 보지 않았던 나무 들풀과 꽃들 다양한 생물체들

 

이런 것들을 발견하면 올려다 보기도 하고 키를 낮춰 나뭇잎의 아래를 살피기도 하고 

한참을 멈춰 서서  움직임을 살피기도 한다

오색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 하루 종일 기어서 나뭇가지 꼭대기까지 기어서 올라가는 동양 달팽이의 군무

 

마스크를 낀 채 길을 걷다가 자신의 사진을 찍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스크를 쓴 얼굴 사진이라...

 

차라리 곤충을 찍고 작은 들꽃을 찍고

놀라 급히 도망가다 숲에 얼굴만 숨긴 노루의 엉덩이와 꿩을 찍으며 걷는 게

아름다운 숲길을 제대로 걷는 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