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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한국의 아름다운 숲길

까미l노 2021. 3. 16. 23:04

한라산 둘레길 동백 구간 입구 안내센터

내가 근무하는 곳이다

토요일엔 사려니 숲에서 근무한다.

 

다시 또 이제부터

근 2년 만에 다시 서귀포 숲으로 돌아왔다.

살아낸 세월도 쳇바퀴는 아니겠지만 헛바퀴처럼 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반기는 이 없는 곳으로 갔다가

다들 잘 왔다고 어서 오라고 뭐하러 갔었냐고들 한다.

역시 내가 있을 곳은 숲 속이다.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을 버리고

유랑 성에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환경에도 곧잘 적응하던 것만 믿고

그토록 싫어하던 서울 땅을 다시 밟았드랬으니...

 

이제는 숲에서 살아야겠다.

그냥 나무를 부둥켜안으며 풀이랑 나뭇잎 냄새나 맡으면서

마주한 채 눈 흘기던 멧돼지랑 짝짓기 하는 노루들 울음소리 나 들으면서 예서 살련다.

 

 

나만큼이나 어리숙한 녀석들이 통로

노루들이 다니는 숲길인데 한사코 이 길을 집하는 이유가 뭘까?

 

사람들 눈에도 잘 보이고 숲을 나와서 길을 가로질러 건너려면

축대를 뛰어내려야 하는데 꼭 이 길을 고집한다.

 

노루를 잡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이 길 입구에서 

기다리면 쉽게 여러 마리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근무하던 첫날

길이 20미터가량 되는 배암 한 마리를 잡았다.

튼튼한 덩굴은 아니고 잘 끊어지기는 하는데 이름은 알 수가 없고

일단 질겨질는지 말려보려고 한다.

 

숲에서는 시간이 잘도 간다.

아침 출근시간이 설레어지고 오후엔 퇴근시간이 빨리 되어 놀라기도 한다.

 

나는 숲 속에 있으면 행복해진다.

내가 가진 내가 아는 가지가지를

아이들과 숲 생태에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보여줄 때

나는 무척이나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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