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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까미l노 2019. 12. 22. 19:34



캐트린 지타라는 작가의 책 가운데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가 있다.

수 많은 나라를 혼자 여행하면서 깨달은 내용들인데

수도원 여행을 한 후 건축일과 기자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홀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삶에서나 일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능력을 인정 받으며 일하고 안락한 삶을 살기에 부족함이 없을만큼 연봉을 받지만

완벽에 대한 중압감으로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를 옭아매어 삶 자체를 전혀 즐길 수가 없게 되었다.


결혼 생활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산산조각 나고 남편과 거실에서 다투는 모습을 누군가가 봤더라면

한때 열렬히 사랑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서로 양보할 줄 모르고 잘못은 서로 상대에게 떠넘기며 맞섰고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처럼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아니 이해를 못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게다.

아마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잘못된 우선 순위에 있다는데

                                                                 다른 사람의 기대를 나의 자유 의지보다 더 높은 자리에 두기 때문이란다.

                                                                                                         누군들 모를까만...





                                                        산티아고 순례길 도중의 마을 이라체 성당의 벽에 설치한 와인과 생수가 나오는 꼭지


                                                          하루를 순례길을 걸은 후 알베르게에 들러 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곤 하는데

                                                   산티아고 길을 걷는 행복이나 매력 가운데 이 저녁식사 시간의 즐거움을 빼 놓을 수 없다.


                                                                조금씩 가난한 주머니를 열고 기부를 한 것으로 시장을 본 후

                                                                       다 같이 제각기 나라의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 시간



                                                                                                      수도원 여행의 행복

                                                       결코 화려하지도 그럴 수도 없지만 원하는 순례자들이면 누구에게나 개방이 되고

                                                                                 잠자리와 따뜻한 저녁식사를 제공해 주는 수도원


                                                               남녀 따로 방이 제공 되는 건 아니지만 천 년이 넘은 오래 전 시간에 세워졌던

                                                                      성당의 수도원에서 많은 외국인들과 함꼐 이야기 하며 쉬었다 가는 곳


                                                  와인을 즐겨 마셔 늘 코가 빨갛던 신부님의 친절한 배려에 수도원 종탑에 올라 마을을 구경했다.





오늘 길을 걸으면서 시골의 밭두렁을 헤매고 다녔더랬다.

토끼가 잘 먹는다는 민들레를 찾을려고 남새밭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들어가 봤는데

한겨울이고 생태 특성상 키가 무척 낮은 민들레는 이미 잎이 다 삭아져서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나마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홑씨가 채 다 날아가지 않고

하얀 털 상태로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솜털 같은 꽃은 군데 군데 볼 수가 있었다.


뿌리만 캐 갈려고 눈여겨 보고 다닌 하루

이 행복은 토끼란 녀석이 맛있게 먹을 상상 때문인데 민들레 한개를 발견할 때마다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 같음이다.


 문득 썰렁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는 가끔 썰렁한 사람인걸까 싶어서이다.


가끔 아주 가끔 아재개그도 하곤 하는데 반응 때문에 스스로가 썰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음을 느끼곤 했다.

살면서 썰렁해지지지 말고 염치 없는 사람도 되지 말자고 다짐 같은 걸 하곤 하는데


요즘은 종종 쓸쓸할 때가 수시로 생기는 것이 늙어가는가 싶기도 하고

왼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가 누군가 내게 무얼 물어왔을 때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가르쳐 준답시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여놓다가 문득...


그는 내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싶어지면 나는 그만 스스로가 썰렁해지는 기분이 들고 만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 내 말이 쓸데없이 장황하고 썰렁한 방식은 아니었을까 싶어지지도 하고...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외롭거나 쓸쓸해지는 것이 아니라 차분해지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어진다.

돌아볼 줄 알게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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