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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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나 혼자 함께 산다

까미l노 2017. 1. 25. 12:22



혼자 살면 아무래도 좀은 외롭겄제?

쓸쓸키도 할테고 말이야,


그래서 난 둘이 살아

나 조차도 잘 모르는 놈이지만 그런대로 데리고 살만은 하거든,


오늘도 난 나 조차도 잘 알지 못하고 스스로도 어쩌지 못해 하는 인간인 나를 내가 데리고 산다.



아끼는 것?

보물?

사람을 가장 아낀다는 사람들도 있더라만 내겐 아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모르겠고

그렇다고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보물을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다 없어진들 누구를 준들 그닥 아깝거나 혹은 애통해할만한 물건은 없는 것 같지?

그런데 아직 만년필과 카메라는 애지중지가 되어있어 당장 없어지거나 누구를 주지는 못한 채 같이 산다.


내게 있어 물건을 아낀다는 것은 물건의 고가 저가를 떠나서 그저 아직은 내가 필요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뜻일 뿐,


그래서 분에(?)넘치는 과한 카메라와 만년필을 사용하고 있는데

꼴 사나운 변명이라도 하자면 만질 때의 촉감 흔히들 그립감이라고들 하더라만

암튼 그게 꽤 맘에 들고 글씨를 쓸 때 나는 만년필 금촉의 사각거리는 소리

상당히 무건은 편이라서 들고 있을 때 무거움도 딱히 싫지많은 않고

찰칵하는 약간은 둔중한 음을 내는 카메라의 셔트 소리가 참 좋아서

다른 메이커들은 아에 거들떠 볼 생각도 않는 셩격이다.




노루의 궁디는 참 예뿌게 생겼다.

흰색의 고니 한쌍이 서로 마주한 채 입맞춤을 하는 모습의 하얀색 털이 유독 똥꼬 근처에 나있다.

 


어릴적 칠판 판서한 것을 노트에 적을 때 각 과목마다 글씨를 달리해서

글씨 쓰기 연습을 했었다.


해서 아직도 당시의 글씨체를 가지고 있고 여러개의 글씨체를 흉내낼 수도 있는 편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글씨를 쓸 때 펜을 쥐는 손가락에 지나치게 힘을 줘 글씨를 세게 눌러 쓴다는 것이다.

몇자 못 쓰고 손가락이 아프고 땀이나 펜이 미끄러져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글자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향하기도 하고 옅음과 진함의 색깔조차 달라지기도 한다.

고심 끝에 언제나 원고지를 사용하게 됐는데 칸이 잘 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나 같은 사람에게는 편리하다.


누가 나에게 선물이라도 하겠다고 한다면 주저 없이 만년필이라고 하련다.

아직 생일상조차 받아본 적이 없으면서 무슨 선물씩이나 들먹이겠냐만

내가 선호하는 만년필은 상당히 고가라서 그럴 기회조차 아직 없었지만 그렇다고 카메라 라고 할수는 더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