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홀애비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3 본문
추석 선물로 받아 골칫거리였던 런천미트와 두부랑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데치고
양상치랑 새싹잎 부추 쪽파 대파 조금씩 완두콩 아몬드 땅콩 잣 호두 빨간 파프리카
건포도 블랙베리를 뒤섞어 밥 없이 초고추장에 비비거나 토마토 소스를 버무려
점심 도시락으로 산 위 숲 치유센터로 가져간다.
같이 먹을 누가 없으니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요리 만들기가 점점 싫어진다.
홀애비인 나도 그럴진데 여자들이사 오즉하랴...
그래도 내 까탈은 여자는 음식을 제대로 할줄 모르는 것은 삼 세 번이 아니라 주구장창 용서가 되어도
음식 만들기를 싫어하는 여자는 단 한 번도 용서하기 싫어진다.
내가 용서를 하고 안 한다고 해서 세상 어느 여자 한 명 눈 하나 깜짝이나 하랴만...
비록 한 평생 가족을 위해 밥을 한 여자라고 해도
그 숭고한 감사를 지긋지긋이었다고 함부로 말 하지 않기를 바라니까 그래...
고구마 참 못 생겼다.
그런데 잘 생기고 못 생김을 탓하는 인간이랑은 달리 맛은 참 좋다.
어슷 썰어 고구마 말랭이로 만드는 중이다.
쌀 삶은 밥으로 하루 세 번을 먹지 않으면 스스로가 서글퍼지던 시절을 살아서 그런지
삼 시 세 끼 꼭 밥을 챙겨 먹을려고 아등바등하며 살았었다.
홀애비 되고부터 오래 살 일 없겠다 싶기도 하고 그깟 밥 덜 먹은들 어떠랴 싶어 점점 덜 먹게 된다.
그러다 이젠 현미를 섞은 오곡으로 밥을 하고 꼭 누룽지를 만들어 둔다...
좋아하는 예쁜 여자 한 년이라도 있었으면 먹여줄텐데...
유기농으로 농약 사용을 전혀 하지 않아 무농약 인증을 받아 감귤 농사를 짓는
나랑 성이 같은 조선족 누나가 준 못 생긱 귤로 말랭이를 만들었다.
가끔 남자들이 퇴근 후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거나 심심 무료하다고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던데
사내도 가사일을 하면 꽤 재미난데 왜 한사코 아니 하려 드는지...
대가리 푹 쳐 박고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지 말고(그게 도대체 뭐가 재미있는지)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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