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깜놀심쿵 나무 위 잠 자는 비암 본문
여느 때처럼 식물관찰을 위해 숲을 이리 저리 살피고 다니던 중 머리 위쪽 소나무를 보게 됐는데
허거걱!!!!
저게 뭐지?
대략 2미터 정도 되는 소나무 가지 끝 한복판에 잔뜩 또아리를 틀고 자는 유혈목이 한 마리
가까이 다가가서 카메라 셔트를 눌러도 꼼짝을 않는 게 낮잠이 깊이 들은 것 같다.
나뭇가지를 한 번 흔들어봤는데 꿈쩍을 않는다.
다시 한 번 더 가지를 세차게 흔들었더니 지도 깜놀하고 내도 심쿵하고
지는 나무 아래 숲으로 떨어져 재빠르게 숨고 내는 떨어지는 모습에 놀라 가심이 발름벌름...
나른한 오수를 즐기는 놈 편하게 자도록 놔둘까도 싶었지만 그대로 두면
혹시라도 지나던 사람들에게 위험이 될까 싶어나무를 흔들어 숲으로 돌려보냈다.
이 녀석은 독사처럼 이빨에서 독이 나오지는 않지만 먹이습성으로 얻은 여러가지 독성물질로 인해
물리게 되면 국내에 서식하는 보통의 독사들보다 더 위험한데
영도 곧잘 해서 물 속에 장시간 잠수를 하면서 개구리 도룡뇽 등을 잡아 먹는다.
국내에서 서식하는 뱀 종류들은 좀처럼 나무 위를 올라가지 않는데 간혹 새 둥지를 탐하는 놈들이 있기는 한데
쇠살모사는 길이가 짧아 나무를 타기가 어렵지만 이놈은 몸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 쉽게 기어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놈처럼 유혈목이가 소나무에 올라가서 낮잠을 즐기는 것은 특이한 광경이다.
야 이 새끼야~~~
다음부턴 건방지게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서 자면 듕는다이~
뱀을 구해주고 또 길을 걷는데 이번에는 애벌레 한 마리가 또 도로에 나타났다.
몸 전체가 털로 뒤덮힌 걸로 봐선 산제비과 나비이거나 나방일 것 같다.
크기도 꽤 커서 어른의 가운데 손가락 길이와 굵기 정도 된다.
숲 속으로 보내줄려고 했더니 꼴에 잔뜩 화가 난 것처럼 머리를 치켜 세우더니 마구 공격을 한다.
이 녀석들은 주로 위험이 닥치면 죽은 것처럼 몸을 돌돌 말아 꼼짝 않는 여타 애벌레들과는 달리
이빨이 있어서 물려고 덤비곤 하는데 워낙 몸에 털이 많이 나 있어서 무섭기 보다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럽다.
담에 또 도로에 나타나 꺠불모 잡아다가 딱따구리에게 줘버린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