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언어유희 본문
무의식으로도 사용하기 싫어하는 언어가 있는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싸구려 똥술 두어 잔 마신 인간들이 흔히 하는 짓거리에
입에 침 튀기며 솔직히 말해서...라는 표현이 있다.
내 경우엔 그딴(?)표현은 아예 진정성이라곤 없는 지랄 같은 거짓을 습관적으로 입에 바르고 하는 거다 싶어
좀체 사용을 하질 않는데 그 말을 내뱉는 사람의 얍삽한 입술을 보노라면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같아서 참 싫다.
평소의 언어엔 솔직하지 못하지만 이번만은 솔직하게 말 하는데 라고 떠벌리는 것 같음이다...
말이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장난일 수도 있고 진정성이 깃든 또 다른 종류의 유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진지하고 솔직하거나 진정성이 있다고 말 한들 듣는 이가 진정성이 없는 말f장난(?)따위라 여기면 장난처럼 치부 되어지기도 하고
하는 사람이 연어적 유희처럼 말 해도 듣는 사람에 따라 진지하고 진정성을 믿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언어의 유희라는 말을 좋아한다.
잘 못들으면 유희라는 표현은 장난이나 놀이쯤으로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나는 유희를 언어의 성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물론 대화가 되는 사람과의 이야기에서나 가능할 일일테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라거나 지금쯤엔 말 했으면 좋겠다...그럴 수 있었으면 마음 참 편해지겠다...
지금에 와서 억울한 것일까?
애써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진 것일까?
허공에다 한마디 툭 던져본다.
그대는 단 한 번도 내 말을 듣지도 않았고 들을려고 조차도 하지 읺았었다고...
아마 그랬던가. ..라고 기억에도 없겠지만 말이야...
나는 누구에게서도
왜? 라는 물음 한마디 들을 수 없을 그런 사람으로 살지는 않았는데...
말이라도 한 번 들어보자...
원하는대로 씨부려 보라거나 온갖 변명이든 거짓말이든 해보라 그랬으면...
그러고 난 후 였다면 아무런 대답 없어도 밤마다 나는 잠이라도 달게 잘 수 있었을텐데...
자세히 보면 보인다.
엎드려 눈 높이를 맞추면 더 잘 보인다.
예전엔 몰랐다.
그저 그러려니 했었을 뿐,
니 머리에 난 촉수가 두개가 아니라 네개라는 사실을 땅바닥에 엎드려 널 보는 순간에야 알았다...
기특하다...
왼종일 기어가도 내 눈 안의 거리밖에 못가는 너지만 그런 니 모습이 이런 내 모습보다 더 아름답다...
비 개인 후
간밤에 내리던 비는 아침에 벌써 개었는데
숲의 온갖 이파리들에는 빗방울의 흔적인가 물방울들이 그대로 앉아있다.
예전엔 미쳐 몰랐다.
그냥 산이며 들에 지천으로 깔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잡초들의 잎사귀 한장에도
다들 제각각 살아가는 나름의 이유와 방법들이 다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어느 정신 나간 이가 그딴 소릴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대단하다는 인간들에게도 그랬거늘 하물며 움직이며 살지 못하는 너희들에게야 오죽했으랴,
다름을 인정하고 안 하고조차 못 되는 그냥 쓸모없는(?)
내게 그다지 소용에 닿지 않는 이름 없는 잡초따위로 여겼더랬다...
미안하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마,
몰랐다.
예전엔 미쳐 몰랐구나,
니가 숲 그늘에 숨어 살면서 새벽 이슬이 아닌 아침 숲 속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면
니 뿌리로부터 온도의 압력으로 올라오는 수증기를 머금어 이파리 둘레로 빠져나와 하늘로 사라진다는 것을...
니들이 더 아름답다.
사람보다 니들이 더 예쁘게들 산다...
평생 식물과 씨름하는 학자와 흙에 파묻혀 사는 농부라면 모를까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밤톨 하나로 싹을 틔울 수는 없다.
그런데 너는 그렇게도 예쁘게 머리에 뿔 두개를 달고서 꼬물거리며 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만들어 타고서 세상 밖으로 나왔구나,
예쁘고 아름답다.
참 기특하다.
고이 자라 먼 훗날에 알에서 태어나 어른 새가 되어 자식을 많이 낳는 것처럼
키 크고 우람한 고목 밤나무가 되어 토실한 알밤 송이 주렁주렁 매달고 멋지게 살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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