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흔적 본문

링반데룽

흔적

까미l노 2015. 6. 13. 16:33

몸뚱아리...

고운 말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만 죽으면 썩어질 몸뚱아리

그래도 가끔은  신경이 쓰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줄 안다는 말이 있다만 내 자신이야 사랑하지 못해도

타인을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이유 없는 미움이야 가질 리 있겠나...

 

어릴적 사고로 인해 끔찍한 자국이 몸에 남은 사람의 상처는 몸에 뿐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흔적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산다.

사고로 생겨진 상처도 후천적이긴 하지만 살면서 생겨지는 상처들은 다분히 후천적이라고 할수 있겠다.

 

내경우엔 오직 내 탓으로 생겨난 부주의의 흔적들이다.

몸을 함부로(?) 굴려 생겨난 상처들과 아주 어릴 적 부터 햇빛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생긴 얼굴의 흔적들까지...

 

 

하는 일이 숲에 들어 가는 것이고 새로 싹을 틔우는 새로운 생명을 살피고 나무를 깎거나 다듬다 보니

팔이며 다리 심지어 손가락까지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을 정도인데 그다지 위중한 상처들은 아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의 크게 깊이 생겨지는 것이 아니면 성격상 약을 바르거나 하지 않고 저절로 아물 때까지

마냥 방치하는 성향이라 몸 사방엔 크고 작은 흉터들이 많이 남겨지게 된다.

 

요즘엔 나무공예를 잠시 쉬는데 손가락 뼈 마디에 변형이 생겨져서이다.

이대로 계속 하다가는 정말로 손가락이 휘거나 굽어질 정도로 심해질것 같아서인데

아무래도 기계나 작업공구들이 자동 전동식도 아니고 충분치 않기도 하고 

거의 끌과 톱 정도 그리고 칼로 수작업을 하려다 보니 손에 힘을 지나치게 주게 되어 생긴 것 같다.

 

 

팔이며 다리를 나뭇가지와 가시덤불에 긁혀 생겨진 자국들이 가끔 사우나에 가서 거울에 비춰보면 꽤나 심각한 것을 알게 된다.

면도를 하거나 양치를 할 때 세면대 앞에 거울이 있지만 일부러 얼굴을 보거나 몸을 비춰본 기억이 별로 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끔 헝클어진 머리 콧수염 얼굴에 생겨진 자외선의 흔적들에 신경이 쓰이면서도 썩을 몸뚱아리라고 포기하면서

행여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혐오스럽거나(?)사람이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그럴까 싶어 내심 신경은 쓰인다.

 

 

죽어서 남기고 싶은 게 없기에 자꾸 없애고 버리고 줄이고 잊혀지길 바라는데

살아 숨 쉬는 동안 가꾸고 다듬어야 하는 것인지 가끔은 난감해 지기도 한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거나 동안이네 어쩌네 하는 것들도 나야 아무런들 어때 싶고 그딴 거엔 별로이거니와 이래도 저래도 괜찮은데...

 

 

 

지금도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끝 부분 손톱 아래를 저녀석들을 다듬다가 끌망치로 내리쳐 

길게 찢어지는 바람에 고생을 하고 있고 장딴지에는 가시덤불들에 긁힌 자국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것도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사랑할 수 없는겐지...

'링반데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여행 또는 회귀와 미래  (0) 2015.06.16
영혼과 이후성  (0) 2015.06.15
오늘밤 날 안아주세요 (hold, hold me tonight)  (0) 2015.06.11
못다한 말   (0) 2015.06.09
돌아가고 싶은 곳  (0) 201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