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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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비 그치더니 꼬물꼬물

까미l노 2015. 4. 1. 16:51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던 안개가 산록도로를 벗어나 해발 400미터 정도 오르는 곳을 지나니

거짓말처럼  걷히더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민낮을 드러냈다.

 

숲을 살폈더니 사방이 아우성이다.

 

 

고사리도 머리를 쏙 내밀고

제비꽃 몇녀석은 아예 아스팔트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솔방울도 여성상위 시대를(?)잘 지켜

암꽃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우뚝 섰고 

치마폭(?)아래로만 솔방울 새끼 솔아지가 달렸다.

 

이러다 봄이 오는갑다 그러기도 잠시 어느새 여름일테지...

 

 

 

 

똑띡한 새끼를 만들기 위해 절대 형제간에는 사랑을 금한 소나무 조상들의 지혜

아예 암꽃을 넘보지 못하게 숫넘이 밑에 달리게 만들어버렸다.

 

꽃은 꽃대로 송화가루로 날아가고

솔방울은 태어나서 만2 년이 지나야 비로고 날개를 활짝 펴 씨앗을 날려 보낸다.

각각 씨 다르고 배 다르게 만났다가 형제가 되어 한 가지에 달리는 셈이다.

 

암꽃이 화장을 곱게 단장하고 수줍게 교태를 부린다.

숫넘은 단단히 여물어진 채 탱글탱글해졌다.

 

 

 

엇!!!

이녀석 봐라~

 

고사리랑 꽃을 살피느라 풀숲 가까이 고개를 숙이다가 깜짝 놀랬다.

하마트면 식겁은 겁 축에도 못 끼일 뻔 했네...

 

이자식이 헛기침이라도 할 일이지 말이야...

벌써 기어 나온 유혈목이 녀석이 체온을 올리느라 축대에서 몸을 말리는 모양이다.

 

모가지 쭉 빼고 길게 누워 멀뚱멀뚱 나를 쳐다본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니 한걸음 뒤로만 물러났다가 멀찌감치 물러나니 저도 따라서 다시 앞으로 전진...

 

독사는 아닌데 이녀석에게 물리면 독사보다 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놈이고 물 속에서 헤업도 잘 치는 녀석이다.

 

 

 

털복숭이처럼 야들야들한 털을 뒤집어 쓴 채 흙을 뒤집고 올라온 고사리

곧 사람들이 니 모가지 꺾으러 올텐데 더 자라지 말고 고대로 납작 엎드려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