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발아,발아 사랑하는 나의 발아 본문
해마다 이맘 때
봄이되면 밤마다 샤워하면서 망설여지게 된다.
괴기를 별로 즐기지 않아서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겨울이면 건조한 피부가 되어 걱정을 하곤 했는데 겨울이 지나갈 동안 괜찮다가
봄이 시작되었나 싶으면 어김 없이 내 피부가 건조해졌음을 느끼게 된다.
꽃이 피길래 봄인가 하는 게 아니라 등 뒤로 가끔 손이 가려고 하는 게 건조해지면서
따끔거리기도 하는데 그제서야 봄이 되었구나를 느끼게 되는 것임에랴...
오늘도 망설이다 습관적으로 샤워를 한다.
하루 중 나의 행복은
손을 씻을 때마다 한 시간 정도가 행복해지고
양치를 하면서 한참이 행복해지고
샤워를 하면서 밤시간이 행복한데...
내몸뚱아린데 어딘들 소중하지 않을까만 발은 유독 정성들여 씻는데
비누칠을 듬뿍해서 한참을 문지른다.
그러다 문득 엄지 발가락 바닥면이 조금 까질해진 건 아닌가 하여 신경이 쓰여 박박 문질러 본다.
확실한 건 예전만큼 말랑말랑하지가 못한 것 같다는 것인데...
몸에 기름기인지 수분인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건조한 것만은 틀림이 없을테고
바디로션인가 뭔가 하는 걸 오늘도 발바닥까지 세심하게 바른다.
내 몸을 지탱하는 것이 비단 발 뿐이겠냐만
그래도 언제나 나는 내 발이 유독 고맙고 미안하다.
어릴 땐 엄지발가락이 길어서 싫다고 했는데 지금에서야 긴 엄지발가락 덕택인가 싶은 게
걷기도 잘 하고 물집조차 잡히지 않아서 너무나 좋기만 하다.
하루 2~30km씩 매일 걷던 날들에도 아무런 불평 불만 한마디 없이 두터운 양말 속에서
무지막지한 등산화 속에서도 별 탈 없이 내 온 몸을 떠받쳐 행복하게 걸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도 고맙다.
발
사람의 아름다움은
여자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쉬 볼 수야 있겠냐만은 발이 깔끔하지 못한 여자는
예쁘지도 아름답지도 못할 것이고 건강하지도 않다고 생각해버린다.
예쁜 발
고운 발
아름다운 발
건강한 발
미인(?)의 기준이란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호감도가 다를테지만
나는 오로지 여성의 미는 발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예쁜 발이 아니다
곱거나 아름답거나도 아닌 깔끔한 건강한 발이다...
지 잘난 맛에 살려는 거야 누가 뭐라겠냐만 손 발톱에 별 지랄을 하고 다니는 여성은 질색이고
이런 말 들으면 여자 답게 살려고 그러는 것 아니라고 흔히 말 하는 자기 만족이니 뭐니 할테지만 소도 웃을 일이겠다 시푸고...
좌우당간 그 여자의 발을 보면 모든 것이 다 보인다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다...
어리적 아부지가 발을 씻을때 날카로운 것으로 발바닥 각질 제거하는 것을 보고
나도 늙으면 저래야 하는 것인가 보다 그랬었는데 살면서 체득해보니 자주 씻기만 해도
발바닥이 까칠해지거나 각질 따위는 절대 생기지 않더라...
나는 그래도 발이 예뻐서 아직은 안심하며 산다...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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