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소나무 본문
주로 솔나무·송목·적송·육송 등으로 부르며,
송유송(松油松)·여송(女松)·자송(雌松)·청송(靑松) 등으로도 부른다.
학명은 Pinus densiflora S. et Z.이다. 높고 굵게 크는 나무로서 우리 나라의 나무 가운데 은행나무 다음으로 큰 몸집을 갖고 있다.
잎은 바늘모양으로 짧은 가지 끝에 2개씩 뭉쳐 나며,
밑부분은 엽초(葉鞘:입깍지)에 싸여 있다가 이듬해 가을 엽초와 함께 떨어진다.
겨울눈은 적갈색으로 은백색을 띠는 해송과 구별된다.
나무껍질의 빛깔은 대체로 위쪽은 적갈색이고 아래는 흑갈색이나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5월에 피는데,
수꽃에 해당하는 소포자엽(小胞子葉)은 긴 타원형으로 새 가지의 아랫부분에 붙고, 암꽃에 해당하는 대포자엽은 계란 모양으로 새 가지의 끝에 붙는다.
꽃가루는 노랗고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멀리까지 전파되며,
다음해 가을에 솔방울이 익고 인편(鱗片)이 벌어지면서 씨가 땅으로 떨어진다.
솔방울은 계란형으로 길이 4∼5㎝, 지름 3∼4㎝이나 나무의 나이에 따라 크기에 차이가 심하다.
씨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데 얇은 막질이며, 그 빛깔과 모양은 한 개체 내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고 개체간에는 차이가 크다.
수분(受粉)은 첫해의 5월중에 이루어지기 시작하나 수정(受精)은 이듬해 5월중부터 이루어진다.
수분이 된 뒤에는 어린 솔방울의 인편이 유착되어서 전체적으로 밀폐된다. 일반적으로 40∼50년생이 되면 종자결실량이 크게 떨어진다.
소나무속은 잣나무·누운잣나무·섬잣나무·백송이 속하는 단유관아속(單維管亞屬)과
소나무·해송이 속하는 쌍유관아속(雙維管亞屬)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또 소나무는 종자의 날개가 길어서 피나스타절(Section Pinaster)에 속하며,
또 침엽이 한 다발에 2개, 봄에 자란 줄기나 가지가 단일절(單一節)이고, 솔방울은 개열성(開裂性)이라서
라리키오네스아절(Subsection Lariciones)에 속한다. 해송과 분류상의 위치는 같다.
우리 나라에 자라는 소나무류로서 이와 비슷한 것에 만주흑송이 있다.
소나무는 해송과 자연잡종을 잘 만든다.
그 잡종송을 간흑송(間黑松)이라 하는데 대체로 줄기가 곧고 빠르게 자라며 형질이 우량하다.
소나무와 해송의 분포경계, 즉 해안 가까운 곳에 이러한 잡종송이 흔히 발견된다.
해안을 따라 분포해 있는 해송의 유전자는 이러한 잡종과정을 통해서
소나무가 자라는 내륙 쪽으로 전파되어 가는 유전자확산(遺傳子擴散) 현상을 나타낸다.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사는 나무로 우리는 장수의 상징으로 내세웠고,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삼았다. 거대하게 자란 노목은 장엄한 모습을 보이고,
줄기·가지·잎은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며,
눈서리를 이겨서 항상 푸른 기상은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부각되었다.
애국가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하고 노래하는 것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말하는 것으로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나무로서 온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소나무의 변함없는 형상은 시시각각 변모하는 세속에서 벗어난 고고한 자태의 인간 모습으로 의인화되곤 했다.
이때 바람 ∙ 눈 ∙ 서리, 그리고 복숭아꽃과 자두꽃 등은 세속적인 세계의 상징들로 소나무와 대조적인 의미 체계를 이룬다.
사명대사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아랑곳 하지 않는 소나무를 초목의 군자로 비유했다.
여기에서 군자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처세하는 이상적 인간상을 가리킨다
경상북도 상주시 화서면 상현리에 있는 반송은 수령 약 500년인 노거수로서 천연기념물 제29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나무는 밑에서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져 그 폭이 5m에 이르며
높이는 15m, 수관(樹冠)의 길이는 25m에 달하는 반월형으로 그 웅좌(雄坐)함을 뽐내고 있다.
이 나무는 마을의 당산목(堂山木)으로서.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 아래에 모여 동제(洞祭)를 지내는 습속이 있다.
동민들은 이 반송을 숭상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해치는 일이 없으며
심지어 땅에 떨어진 잎을 가져가도 벌을 받는다는 말이 있고 또 이 나무 속에 이무기가 살고 있기 때문에 가까이 가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도 안개가 낀 날에는 나무주변을 구름이 덮인 듯이 보이고 이무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이 나무는 또 그 모양이 탑같이 보인다고 하여 탑송(塔松)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오래 살아 거목이 된 소나무는 영성(靈性)과 신성(神性)을 지닌 동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마을을 수호한다고 믿어지는 당산목 중에서 소나무가 가장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은 세조가 행차할 때 타고 가던 연(輦)이 소나무 밑을 지날 때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려 연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하였다.
세조는 이 소나무의 신기함에 탄복하여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
강원도 영월의 장릉(莊陵) 주위에 있는 소나무들은 모두 장릉을 향해 마치 읍(揖)을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굽어져 있다.
이는 단종(端宗)을 애도하고 그에 대한 충절을 나타낸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소나무 목재처럼 오랜 세월을 통해서 다양하고도 폭넓게 이용된 나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문명과 문화는 소나무 자원의 이용정도와 비례해서 발달해 왔다고까지 볼 수 있다.
소나무의 변재(邊材)는 담황색이고 심재(心材)는 적갈색을 띠며,
나이테의 경계가 뚜렷하고 두께는 생산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경상북도 북부지방과 강원도 태백산맥에서 나는 소나무는
특히 재질이 우량하여 춘양목(春陽木)이라 불리며 귀중재로 취급되어 왔다.
춘양목은 나무의 굵기가 굵은 반면 나이테의 너비가 좁고 고르며 결이 곱고 광택이 있어 이용가치가 높았다.
목재는 기둥·서까래·대들보·창틀·문짝 등에 쓰이는 건축재, 상자·옷장·뒤주·찬장·책장·
도마·다듬이·빨래방망이·병풍틀·말·되·벼룻집 등의 가구재, 소반·주걱·목기·제상·떡판 등의 식생활용구,
지게·절구·절구공이·쟁기·풍구·가래·멍에·가마니틀·자리틀·물레·벌통·풀무·물방아공이·사다리 등의 농기구재,
그리고 관재(棺材)·장구(葬具)·나막신재 등 그 용도가 다방면에 이르렀다.
특히, 해안을 따라 자라는 큰 목재는 조선용(造船用)으로 중요시되어 보호되어 왔다.
왕실 또는 귀족들의 관재로 삼기 위해서 소나무숲이 보호된 바 있는데,
굵게 자라서 안쪽의 심재가 황적색을 띤 고급재로 유용한 것을 황장목(黃腸木)이라 하였다.
소나무는 식품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나무의 백피(白皮), 즉 속껍질은 식량으로서 한몫을 하였다.
수액이 유동할 때는 이것을 생식할 수 있었고,
벗겨서 말려 보관해 두었다가 물에 담가 떫은 맛을 없앤 뒤 식용하기도 하고 찧어서 가루로 만들어 송기떡을 만들기도 하였다.
소나무껍질도 예로부터 구황식품으로 중요시되었다.
1434년 경상도 진제경차관(賑濟敬差官)이 올린 “구황식품으로서 상수리가 가장 좋고 다음이 송피이옵니다.
기민(飢民)이 소나무껍질을 벗겨 식량으로 하도록 허가하여 주옵소서.”라는 대목으로 보아
소나무껍질이 굶주린 백성을 연명시키는 데 도움을 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소나무줄기의 껍질뿐만 아니라 뿌리의 껍질도 식품으로 이용되었다.
≪본초강목≫에도 근백피(根白皮)는 목피(木皮) 또는 적룡피(赤龍皮)라고도 하는데,
독이 없으며 벽곡(辟穀:곡식을 먹지 아니하는 대용식)으로 쓰인다는 기록이 있다.
소나무의 꽃가루는 송황(松黃)·송화(松花) 등으로 불리는데 밀과(蜜果)의 재료가 되었고,
기(氣)를 보호해 주는 약성을 갖고 있다. 솔잎은 송모(松毛)라고도 하며 송죽(松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 어린 솔잎 한 말을 잎 끝쪽은 떼어버리고 잘게 썰어 오지항아리 속에 넣고
여기에 온탕 한 말을 넣어 보통 김치와 같이 담그는데, 그것이 점차로 서늘해지면
무·미나리 등을 썰어넣거나, 또는 파·부추·된장·소금 등으로 맛을 돋운다.
시일이 지난 뒤 한 번에 한 공기씩 먹고 수시로 그 물을 마시면 배가 부르다는 것이다.
≪본초강목≫에도 솔잎을 가늘게 썬 뒤 다시 이것을 갈아 날마다 밥 먹기 전에 술과 함께 먹거나
끓인 물로 죽을 만들어 먹으면 건강에 좋은데, 기년(飢年)에 쓰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또한, 솔잎을 써서 송편을 만드는데, 솔잎 내음이 가득 밴 송편은 우리 민족의 식품이 되어 왔으며, 중국에서도 구황식품으로 이용되었다.
소나무는 술을 만드는 데도 쓰여, 송순주(松筍酒)·송엽주(松葉酒)·송실주(松實酒)·송하주(松下酒) 등이 있다.
송하주란 동짓날 밤에 솔뿌리를 넣고 빚어서 소나무 밑을 파고 항아리를 잘 봉하여 두었다가
그 이듬해 낙엽이 질 무렵에 먹는 술이다.
솔방울술은 지금도 흔히 담그는 술인데 솔방울을 송자(松子)라고도 한다.
소나무옹이[松節]를 넣고 빚은 술을 송절주라 하는데, 송절은 소나무의 뼈로서 단단하고 강해서 몸에 좋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소나무의 각 부분은 식품인 동시에 약재로서도 효과가 있었다.
복령(茯靈)은 소나무뿌리에 외생균근이 공생해서 혹처럼 비대하게 된 것인데 신장병에 약효가 있다고 한다.
소나무뿌리가 정기를 가지고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뿌리 속에만 숨어 있을 수 없어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 복령으로 되었다고 믿었다.
소나무뿌리의 정기가 뿌리로부터 떠나지 않고 끝까지 붙어 있다고 해서 복신(伏神) 또는 복령(伏靈)으로도 불렀다.
복령 가운데에서도 뿌리조직 부분을 특히 황송절(黃松節) 또는 신목(神木)이라 해서 약효를 으뜸으로 쳤는데 ≪본초강목≫에 그 효과가 기록되어 있다.
소나무뿌리는 외생균근균과 공생하는데, 종류에 따라 송이(松栮)라는 포자체를 발생한다.
이것을 송심(松蕈)·송균(松菌) 등으로 부른다.
우리 나라 소나무숲은 송이가 자라는 데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에 송이가 많이 채취되고 있다.
소나무의 꽃은 보잘것이 없다. 다만, 높은 자리에 서게 된 소나무인지라
그 꽃가루[松黃, 松花]마저 아름다움으로 눈에 비유되곤 하였다. 재매곡(財買谷)의 <송화유취 松花幽趣>라든가,
“봄은 저무는데 솔꽃가루 마구 술잔에 날아들고 속세를 멀리해서 거문고에 마음을 붙인다.”의 시에서는 솔꽃가루도 그저 둘 수 없는 지경이 표현되어 있다.
“절은 흰구름 가운데 있고 중은 구름을 쓸지 않고 있다.
객이 와서 비로소 문을 여니 골짝마다 솔꽃가루가 한창이다(寺在白雲中 白雲僧不掃 客來門始開 萬壑松花老).”라는 시는
골을 메운 노랑색의 황홀한 구름을 보는 듯하다.
사람들이 소나무를 바라보는 눈은 비슷하였다. 솔잎 사이를 지나는 바람소리를
송뢰(松籟)·송운(松韻)·송도(松濤)·송풍(松風) 등으로 표현해서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상하였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명약으로 생각하였다
마을을 수호하는 통신목(洞神木) 중에는 소나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산신당의 산신목은 거의 소나무이다.
소나무가지는 부정(不正)을 물리치고 제의공간을 정화하는 뜻을 가진다.
제의신당의 주위에 금줄을 칠 때 왼새끼에 소나무가지를 꿰어 두는데
이는 밖에서 들어오는 잡귀와 부정을 막아 제의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출산 때나 장을 담을 때에 치는 금줄에 숯·고추·백지·솔가지 등을 꿰는 것도 잡귀와 부정(不淨)을 막기 위한 것이다.
월 초하룻날 4경(更)에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솔잎을 집 안팎에 뿌리는데 이를 급침(給針)이라 한다.
2월 초하룻날은 화조(花朝)라 하여 이른 새벽에 솔잎을 문간에 뿌리는데, 속언으로는,
“그 냄새나는 빈대가 미워서 솔잎으로 찔러 사(邪)를 없앤다.”고 한다.
二月初一日花朝。乘曉散松葉於門庭。俗言惡其臭蟲而作針辟
우리의 전래 풍속에서 소나무는 신성한 나무로서 벽사력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소나무는 제의(祭儀)나 의례(儀禮) 때 부정을 물리치는 신물로서 제의공간을 청정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