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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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길 위에서

까미l노 2014. 12. 22. 15:09

 

간밤에 또 눈이 왔다.

번뜩 스치는 생각 낙천리 아홉굿마을 밭담길을 사진에 담고 싶어 부리나케 차를 몰아 갔더니 제주시와 서귀포시 중간 중산간 아래쯤에 위치한

이곳엔 눈이 덜 내려 그새 쌓였던 눈도 다 녹아버려 눈 덮힌 밭담은 볼 수가 없었다만 예까지 기왕지사 온 것 조금 걸어가 보기로 한다.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으로 따지는 건 모르겠고 사람의 손은 머리에서 시키는대로만 움직이지만은 않는다 느껴지는데

그도 그럴것이 부지불식간에 불쑥 손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겠다 싶어서이다.

 

반대로 발은 스스로가 원하거나 시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떼고 걷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만

그래서 발은 보호 한답시고 항상 신발 속에서 시키는대로 고생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손도 발도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만 손이란 두개가 제 스스로도 비비거나 움직이지 않은가 말이다...

 

발에게 물어보면 절대 아니라고 하겠지만 사람이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인지라 계속 서서 걸어주는 게 좋다니까

많이 걸어서 발바닥이나 다리가 아프면 건강하다니까 언제나 발에겐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비록 융단처럼 푹신한 비단길은 아니지만 맨날 고생만 시키는 발바닥에게 행복을 주고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어야 하던 피로에 지친 내 눈이 평화로워지는 길

여러 갈래 올레길 가운데 개인들의 각자 취향에 따라 유독 걷기에 좋은 길이 있기 마련인데 나 역시 올레길 가운데 이 길

낙천리아홉굿마을 뒷길을 좋아하는데 제주 올레 13코스 절부암이 있는 용수포구에서 저지마을까지 이르는 구간 가운데 3분의 2 지점이다.

 

용수포구를 거쳐 차귀도가 바라보이는 곳은 노을을 담으려고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하다.

낙천리 아홉굿 마을엔 수 백개의 나무의자를 만들어뒀는데 발상이 재미있고 마을 사람들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고마운 마을이다.

 

 

엄청 큰 의자 아주 작은 의자 이상하고 즐겁고 재미나게  생긴의자등 많은 각각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다.

의자에는 '국데워라 금순아' '이리오시오 냉큼와서 앉으시오' '일인조 떼강도' 같은 재미있는 글씨들도 세겨져 있어서 앉아보고 읽어보는 즐거움도 좋은 곳이다.

 

 

뜰보리수 열매가 막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

겨울을 이겨내고 나면 빨갛게 익을 것이고 새콤떫떠름한 맛을 내는 열매가 될 것이다.

 

보리수열매와 뜰보리수는 약간 다른 종류로 구분이 되는데 보리수나무 열매는 좀 도 길고 예쁘게 생겼는데

인간들은 잘생기거나 달콤하고 맛있으면 좋은 이름을 붙이고 못생기거나 맛이 없으면 이름 앞에다 '개'자 또는 여타 다른 발을 갖다 붙이기도 한다.

 

떳다! 텔레토비...

생긴 모습이 우주선 같기도 한 수입산인데 제주도에서 재배를 많이하는데 작년엔 나도 아열대농장에서 직접 키워봤던 콜라비

 

한겨울이 지나고 먹어보면 단단하고 맵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는 땅 위로 올라와서 성장하는 뿌리 채소인 열매로 불린다.

깍두기나 물김치용으로 담으면 좋을 것이다.

 

 

                                                                                  다  떠나고 남은 멀구슬나무의 열매들

 

                                                               눈 내리는 한겨울이면 금새 새초롬이 피어나는 수선화

                                                       펑순하고 가년린 소녀처럼 생겼지만 유독 매서운 한겨울에 피기 시작한다

 

                                                                      낙천리 아홉굿 마을 어느 집 유리창 아래 놓여진 때강도 전용(?)의자

 

                                      용수포구 가는 해안도로 풍력발전기들이 많이 보이는 곳 바닷가에 노천 목욕탕이 있는데

                                             한여름 해수욕 때 사용하는 곳인데 비록 노천이지만 남 녀 목욕탕으로 구분되어 있다.

 

                                                                      배서운 겨울 바람 아래 잔뜩 몸을 눞힌 크로버 잎들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이 군대군데 보인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몇곤 가운데 손꼽히는 용수포구 절부암/차귀도

항상 저녁 노을때만 사진에 담았었는데 오늘은 깨끗이 아침세수를 하고 민낯으로 누운 차귀도를 찍어봤다.

마을사람들은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누운섬이라고들 한다는데 내 시선엔 엎드린동물같아 보인다.

 

마치도 코믹 영화의 여자 주인공처럼 입가에 춘장을 잔뜩 묻힌 채 허겁지검 자장면을 먹다가 훌쩍이듯 타는 외로움처럼

그런 시시한 외로움이 밀려들어 괜시리 눈 내리던 길을 나서 섬 속의 섬 앞에 섰다가 매서운 칼바람에 소스라치듯 놀래

허겁지겁 차속으로 들어와 차장 밖 파도에 둥실둥실 떠 내려가는 듯한 섬을 보고 있었다.

 

다들 잘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아주 가끔씩 문득문득 그래지듯 지나간 추억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는걸까

섬에 고독같은 이 섬에 온지 3년이 지나간다...

 

삶을 주섬주섬 쓸어담듯 쓸어담듯...

여행을 와서 왜서 평화로움이 고독같이 느껴지고 유배된 듯한 외로움이 생기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