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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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하수 저가부지

까미l노 2013. 4. 27. 21:23

 

 

출근길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 했다.

둘러봐도 주위엔 아무도 없고 낮은 담장 너머 울 안의 하얀 꽃만 눈에 띄거늘...

 

홀린 듯 꽃향 따라 담장 안을 기웃거리다가 아차...

허수 저가부지가 나를 불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채린다...

허수아재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나를 반긴다.

 

누군가 보내면서 떠나는 사람에게 미소 띤 얼굴 애써 보여주려고 할 그런 날

잘 보내고 잘 가는 일은 아름다운가 아니면 그냥 홀가분한가....

 

 

오고 떠나는 일은

당신의 일이고

기다리는 일은

나의 일입니다.

 

채어 가는 일은

거기의 일이

지키는 일은

나의 일입니다.

 

또한 가져가는 일은

당신의 일이고

비워 주는 일은

나의 일입니다.


 

되돌아가는 일은

그쪽의 몫이고

빈터를 지키는 일은

나의 몫입니다.


 

밭을

지키기 싫어서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싶어서

다 지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얼~쑤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 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허수아비.2 / 이정하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매번 오라 하기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차마 그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 곳만 본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허수아비, 그 이후 / 이정하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운다.
늙고 초라한 몸보다는
자신의 존재가 서러워
한없이 운다.

한낮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지만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목이 메인다.

속절없이 무너져
한없이 운다...

이정하

 

 

 

 

매발톱이 요염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도심에서 사과꽃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향기로운 일인가....

 

 

 

 

 

 

 

 

 

 

 

 

 

 

 

 

 

 

 

 

나는무엇으로살아가고있는가한동안그럭저럭잊고지냈다절제애태움으로무장한채게으른듯느리게살수있어서였으리라단정하게소리소문없이깔끔하고괜찮거나멋지긴개뿔언제를선택하긴쉬우랴만어디서란가능하잖은가하루에도서너번죽끓이는듯한변덕풀어헤치고살까싶다가기어코다시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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