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머위 본문
머위 Petasites japonicus (Siebold & Zucc.) Maxim.
머위는 시골 동네 주변에서는 흔한 식물이다.
산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계곡 주변의 습한 땅에서
마치 사람이 잘 가꾼 야채처럼 무리지어 자란다.
머위는 이른 봄에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그 꽃차례가 마치 신부의 부케처럼 생겼으며,
그 꽃봉오리를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꽃을 피우고 나서는 바로 손바닥만한 잎을 낸다.
지방에 따라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머위의 잎은
4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쌈으로 싸먹기에 좋다.
머위는 사람 곁에 제 발로 걸어온 야채나 다름없다.
봄에 일찍 나온 봄나물일수록 약간의 독성을 품고 있다.
겨우내 굶주린 야생동물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방어수단일 것이다.
그 독성은 톡 쏘는 짙은 향기와 쌉쌀한 맛으로 나타나지만
뒤탈은 없는 정도니까 분명히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할 것이다.
머위의 향기는 향이 진하다는 곰취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나는 어느 봄날 산책길에 뜯어온 머위 한 줌과 된장만으로
밥 한 그릇을 꿀맛처럼 뚝딱 해치운 적이 있다.
살아오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멋진 식사였다.
나는 그 쌉쌀한 향기와 야성의 거친 맛을 잊지 못한다.
자연이 키운 머위는 아무런 손질 없이 먹을 수 있으므로
헬렌 니어링의 권고를 실천하는데 딱 좋은 나물이다.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중에서 -
인디카 사진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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