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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풀 뜯어먹는 개이끼

까미l노 2013. 4. 11. 11:42

봄이 무르익어 갈 때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농부들은 밭 갈랴 씨 뿌리랴 거름 주랴 하루해가 짧기만 한데

밭두렁 저편 숲속에서 봄바람에 살랑대는 꽃은 한가롭기만 하다.

'깽깽이 같은 풀이로고...' 이 정황에서 이 풀의 유래설이 등장한다.

전통악기인 해금의 별명이 ‘깽깽이’고, 이 풀의 열매가 해금 줄의

탄력을 조절하는 주아를 닮은 데서 ‘깽깽이풀’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농악을 이끄는 악기인 꽹가리를 어떤 지방에서는 ‘깽깽이’라고 하는데,

농민들이 힘든 농사철에 한가롭게 살랑거리는 이 풀에게

놀이판의 리더 격인 ‘깽깽이’의 이름을 붙였을 수도 있겠다.

나는 이 꽃을 만나면 깨끼 한복이 먼저 떠오른다.

속살이 비칠 듯한 오동보라의 투명함이 깨끼 한복을 닮았다.

힘든 농사일에 땀에 찌들고 흙투성이가 된 베옷을 입은 아낙들은

깨끼옷 차려입고 봄나들이 하는 부잣집 처자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깨끼는 깽깽이를 빨리 발음하다 보니 나온 말일는지도 모른다.

깽깽이 1-1(고운사).jpg

이 깽깽이풀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찾기가 쉽지 않다보니

인터넷에서는 억지로 꾸며 낸듯한 이야기들도 떠다니고 있다.

이를테면 ‘개가 이 풀을 먹으면 배가 아파서 깽깽거린다’라던가,

'개가 깽깽거릴 때 이 풀을 먹이면 낫는다'는 어설픈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개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1999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에서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일이 있는데

그곳에 다녀온 젊은 병사들은 그들이 본 ‘동티모르의 4대 불가사의’를 꼽았다.

동티모르에서는 사람이 개를 줄 음식이 없어서 개가 풀을 뜯어먹고,

여자들은 피임을 몰라서 달거리가 없고, 차가 별로 없어서 신호등이 없으며,

공업생산품이 없기 때문에 쓰레기가 없다는 네 가지의 불가사의였다.

한국군 부대에서 쓰레기 덤프가 나가면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모든 쓰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우리의 젊은 군인들은 그러한 동티모르의 현실을 ‘불가사의’로 보았다.

그들은 그것이 불과 반세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었음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그 네 가지 불가사의가 사라지고 두 가지 불가사의가 생겼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요즘 들어 부자나라 행세를 하는 일이고,

젊은 세대들이 자기 부모 세대들이 겪은 고난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놀랍게도 모르는 불가사의다.

깽깽이 같은 녀석들이로고.....

 

 

인디카 사진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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