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짝짓기 하는 노루들의 울음소리 본문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 한다.
오늘 숲에는 짝짓기 하는 노루들의 울음소리들이 꼭 들개들의 울부짖음 같았다.
곶자왈에서 가끔 마주치는 노루들 가운데 아직 어린 녀석들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후다닥 도망가버리는데
제법 덩치가 커진 녀석들은 일정한 거리에서 멀뚱멀뜽 쳐다보며 마치 사람과 눈싸움을 하듯 하곤 한다.
노루는 눈이 사슴처럼 선해서 언제나 불쌍해 보이는 동물이고
엉덩이 부분이 마치 어릴 때 입었던 바지 뒤 빵떡모양을 덧댄 것 처럼 하얀 부분이 귀엽다.
그런데 한라산에 노루 숫자가 많아져서 농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한시적 유해조수로 정해졌단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숲에서 노루랑 눈이 마주칠 일도 없겠다.
언제나 노루들이 나를 번저 발견하거나 내 발소리에 놀라 아예 모습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겠지...
너는 언제부터 거긴 있었니?
너희는 움직이지 못하니 생명이 없다고도(?)하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에 참견을 하는 것이고 너희 둘이 서로 불편할까봐 원 상태로 돌려놓을려고 시도를 해볼려고 했을테지...아마도...
그런데 너희 둘 가만 보니 족히 수 십여 년은 그런 상태로 안고 살아온 것 같거든
소나무가 아주 어릴적에 인간이 가랑이 사이에 올려둔 돌이지 싶어
이제는 인간들도 니 가랑이 사이에 끼어있는 그 돌을 끄집어낼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는데 혹 아프지난 않기를 바래...
얘네들은 뭐 연리목이 아니라 떼거지 연리목인가?
한라산 자락에 자생하는 참나무과의도토리가 열리는 가시나무와 서어나무 그리고 예덕나무인 듯한 세 나무가 연리목처럼 자라고 있다.
참으로 특이하게 공생하고 살아간다.
비목나무에 일엽초가 파릇파릇하게 돋아났다.
왜 이녀석들은 유독 나무에 붙어서 살아가는 것일까?
이건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랑은 완전히 차이가 나는 것이겠지?
분명히 구멍이 있는 화산석에 나무 뿌리가 구멍 속을 거쳐서 살아나간 흔적이 분명하다.
이곳은 육지부의 참나무류인 떡갈나무/신갈나무/갈참나무/굴참나무/졸참나무/상수리나무 가운데
상수리나무와 졸참나무는 더러 보이기도 하고 다른 참나무 종류는 보기 어렵다.
한라산 자락에 가시나무/종가시나무/졸가시나무/참가시나무/붉가시나무/그리고 멸종 위기종인 개가시나무가 자생하는데
아마 이 뿌리의 정체는 가시나무류가 아닌가 싶었다.
한라산 둘레길 시오름 길목에 계곡 웅덩이에 도룡뇽 알이 보인다.
근처에 개구리 녀석들도 지 알들을 잔뜩 싸놨더만...
봄이 왔단 신호일테고 곳곳에 짝짓기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산개구리의 짝짓기
덩치가 더 큰 암놈의 등 위레 올라탄 숫놈이 필사적으로 암놈의 옆구리를 끼고 있는데 밝은 곳으로 움직이게 해서 사진을 찍을려고 건드려도
절대 암놈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틴다...
황색고무 버섯인가...
산록도로 풀밭에 개불알이 돋아났다.
도감을 세밀하게 살폈더니 제비꽃 종류가 무려 여섯종이나 되는데 개불알풀도 잎이 거의 비슷하다.
개불알꽃과는 사뭇 다르다.
풀밭에 엎드려 이놈들 찍는 내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관광버스 속 사람들이 뭐라 그랬을 것 같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마삭줄 잎 덩굴 끝에 빨간 열매 한개가 달렸다...
마삭이 씨앗은 길다란 주머니형인데 어찌 된걸까?
그런데 이놈은 작년에 달려서 이 겨울을 버틴 것일까?
요즘 한다던 드라마에서 주인공 남녀가 하는 말이 있다던데
남자는 살고 싶어하고 여자는 죽고 싶어한다더만 니는 살고 싶은건지 죽고 싶은 것인지 분간조차 안 되는 사람인데
내가 살아온 방식은 다른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을 나는 잘 못하고 거꾸로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잘 못하는 일을 나는 잘 참아내며 곧잘 한다.
달리 표현한다면 내가 잘 하는 일이라는 건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잘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이 관심을 별 가지지 않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기도 하고..
남자인 나를 모성애로 극진히(?) 챙겨줄려는 여자를 만나고 싶었는데 내 눈에 뜨이는 건 언제나 내가 챙겨주고 싶은 보호 해주고 싶은 여자이다...
매일 숲으로 출근하는 요즘 죽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마음이 평화로워서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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