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나무들의 사랑 본문
한라산 둘레길 숲 속의 죽은 나무에 딱따구리 녀석이 예쁘게 집을 지었다.
유난히 오색 딱따구리가 많이 찾아드는 곳인데 욘석들은 특성이 나무를 빙빙 돌아 올라가면서 나무를 쪼는 바람에
나뭇 가지와 잎사귀들에 촛점이 흐릿해져 녀석들을 따라 돌면서는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얻기가 어렵다.
일그러진 너희들의 초상이더냐...
너희는 뭐 유달리 혹독한 사춘기를 앓아 여드름 자국이 심하게 남은게냐?
워쩌자고 그런 부스럼 덩어리 같은 혹을 만들고 사는지...
못된 인간들의 흉측스런 행동이 수 년 혹은 수 십 년 동안 너희를 그렇게 고통 받게 살도록 방치 했을테지...
할수만 있다면 이제라도 니 허리춤의 그 철망을 풀어주고 싶구나...
높이 올라가려는 나무들이 수고성장은 이제 거의 멈춘 듯 한데 직경은 자꾸만 부풀려야 하는 것을 더 이상 부풀리게 했다가는 종내 니 허리가 두동강 나고 말것을...
소나무와 벚나무의 사랑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깝죽대는 너희 인간들만 국경 없는 사랑을 할 수 있는줄 아느냐?
붉가시나무와 산딸나무의 사랑
소나무와 조록나무의 사랑
헉...
헐~
지렸다...
아주 특이하게 소나무와 참식나무가 한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연리목이라고 하기엔 다소 뭣하지만 여튼 연리목과 다름 없는 한몸으로 완전하게 붙었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엇갈려 올라가면서
두 녀석이 다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저대로 두면 숲의 천이상 소나무는 나중에 점점 더 불리할 수도 있겠다만...
소나무는 좀처럼 맹아가 없는 나무인데 이 녀석은 비교적 건강하게 자란 고목이라고 할만한 크기였는데 줄기 처음 생장 단계일 때 생기진 않았을 것이고
한참 튼실하게 몸체를 불렸을 떄 생겼을 법,
캥거루가 아기 주머니를 한 것처럼 제 몸체에 조그만 주머니를 만들었다.
덩국식물이 줄기를 올리고 있고 이끼가 잔뜩 덮혔는데 살아있는 천연 화분으로 손색이 없겠다.
일전 교래리 근방에서 도로의 대형 입간판에 대형 말벌집 사진을 보고서 인터넷에 올렸더니 며칠 뒤 바로 사라져 버리고 없어졌다.
이번엔 이 사진의 장소를 알리지 않을 생각이다...
배구공 보다 더 큰 크기의 말벌 집인데 어떻게 저렇게 천장에다 잘도 붙였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고 올해도 와서 잘들 살기 바래~
사람들에게 똥구멍 들이대지는 말고 말이다...
아, 벌써 봄인가?
드디어 봄이구나 라고 탄성을 내지를 생물들도 있겠지만 나는 원래 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태어나기를 58년 개 거튼 해의 오뉴월 복날 무렵이어서인지 소싯적엔 여름만 좋아했었는데
어느 때 부턴가 한겨울이 더 좋아지게 되어 버렸는데 그렇다고 뭐 딱하게도 겨울 추위에 강한 체질도 못 된다만...
싫기는 하지만 수목에 물이 오르는 소리도 들리고 흙을 슬며시 밀고 올라오는 싹 틔우는 도토리며
꽃대가리 내미는 들꽃들 때문에 봄을 더 이상 미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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