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해 지면 집 찾아드는 본문
숲 속 깊은 곳
곶자왈에서 돌아다니는 소들이 있다.
어떤 녀석들은 그냥 그곳 숲에서 살아간다.
코뚜레도 없고 고삐도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먹고 아무곳에다 똥을 싸며 살아간다.
곶자왈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철조망도 있고 척추를 휘게 할 수 없는 말이나 소 같은 가축들은
절대 출입할 수가 없는 출입구도 있지만 소들은 숲의 철조망과 가시덤불 사이를 마음대로 휘젓고 잘도 다닌다.
그래도 이놈들도 해가 지면 지들 잠자는 곳으로 다들 모여들겠지?
그게 목장의 축사이든 숲 속의 어떤 굴속이든...
목장의 초지에서만 먹었던 먹이와 다른 맛있는 먹거리가 숲 속에 있가는 있는 모양이다.
이 소들은 떄가 되어야지만 주인이 찾아 나서는데 더러는 병이나 다른 연유로 인해 숲에서 죽는 놈들도 있다.
한참이 지나도 소의 죽음조차도 주인은 모른다.
나중에 소들을 찾아 나서게 되어서야 숫자를 파악하게 되면 알게 되겠지만...
세계 어느나라를 가봐도 목장이나 숲 언저리에서 키우는 가축들은 해가 지면 제각기 알아서 집으로 찾아든다.
아마도 그들 사이의 우두머리가 있어서 앞에서 이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마소 같은 가축도 아니고 방목(?)되어진 것처럼 살지만 산간 절벽 같은 곳에서 사는 양이나 염소는 아니기에
여행지가 아니라면 통상 도심 근처를 방황하다가도 해가 지는 시각이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든다.
집이라고 해봐야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배가 고파 밥을 위해 귀소하는 것도 아닌데 어둠이 내리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음주나 유흥문화를 싫어해서 달리 밤에는 갈 곳도 없기는 하지만 어차피 집이란 곳엘 들어서면
내 스스로 불 켜기 전엔 캄캄하고 어두운 공간일 뿐인데 일 년 삼백 육십오 일 꾸준히 착실히도 찾아든다...
모천을 찾아 수만리를 헤엄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분명히 나도 회귀본능은 있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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