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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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모산청우-몽셀미쉘의 소녀 스텔라

까미l노 2012. 8. 25. 00:12

 

 

 

 

 

 

 

 

 

 

 

 

별 소용에 닿지도 못할 우산을 받쳐들고 식당을 찾아 나선다.

며칠 째 퍼붓는 이 비가 좋은데 무신 우산이랴만

그렇다고 한 끼 해결을 위해 식당엘 들어서는 내 꼬락서니를 물에 빠진 생쥐처럼 보일 수야 없잖는가,

 

식도락은 커녕 미식가 근처에도 가기 싫은 사람이고 오히려 미식으로 치자면 길의 미식가가 더 좋다.

살아 오면서 더러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은 기억

나더러 입이 짧으니 까다로울 것 같다느니 하는 말을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야말로 천만이고 만만의 콩떡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

 

갓 지은 밥에 간장만 있어도 두어 그릇은 개눈 감추듯 하는 먹성이고

갓 담은 김치라도 있으면 제발 그만 먹으라고 애원할 때 까지 계속 밥그릇을 비워댄다.

나를 잘 아는 선배들의 형수들은 그런다...삼촌은 밥을 그렇게 맛있게 잘 먹는데 살은 다 어디로 가느냐고...

 

그래서 그 이후론 차라리 내가 밥을 짓거나 음식을 만들자 주의다.

한 번이라도 먹어본 음식은 재료만 대충 갖춰져도 뚝딱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그 음식 맛들 또한 거의 모두에게 인정도 받았다 뭐,

 

내가 지은 밥은 찌그러진 양은 냄비든 돌솥이든 모닥불 위에서든 환장할 정도 맞거든...

 

비 내리는 날 길에 서서 무슨 날궂이를 하고 있는겐가 젠장...

한끼 해결을 하고 나오면서 잠시 비 그친 하늘의 빠르게 지나가는 먹구름을 보다가

그만 지금 해서는 안 될 상상을 하고 만다...

 

그해 가을의 햇살 아래 길 위에 서 있다가 뜬금 없이 가버렸던 파리 공항

난 생 처음 외국으로 간 여행이었고 산티아고를 걷고 대서양의 절벽 언덕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 보다가

갈 이유도 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파리라는 도시와 세느강변을 방황하고 퐁네프 다리를 찾아 그 연인들의 흔적을 더듬던 기억

그깟 몽마르뜨 언덕 따위 가면 뭐하는데 그러면서 살던 때였지 뭐,

 

그런데 그래 놓고 돌아와서는 그만 놓쳐버렸던 그곳에 대한 아쉬움

안개 쌓인 몽쉘미셀...

영화 '라스트 콘서트'의 고성 

스텔라와 리쳐드의 모습이 어른거려 한동안 죽을 맛이었던 곳

 

가을이 아닌 겨울의 산티아고는 어떤 모습일까?

겨울엔 손이 약한 나는 많이 시려워할테지?

그래도 두툼한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포근한 오리털 침낭 속에서 자고 일어나 바라 볼 오래된 성당의 수도원 뾰족탑

바게뜨 빵과 초리소 그리고 커피...

여러나라에서 온 여행객들과 반쯤이나마 채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뜨는 수다와

바게뜨 빵과 구멍 숭숭 뚫린 치즈 덩어리 그리고 초리소 스파게티와 파스타...

 

갈까?

그냥 가버릴까...

 

다시 찾아가 내세엔 다시 태어나지 않게 되기를 희망하며 겐지스강으로 흘러 가던 인도인들처럼

바라나시 가트의 화장터에서 나도 소멸 하고 싶었던 곳

그러다 카주라호의 나신들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를 상상하고 조금만 더 살아 있자고 이내 치사해지던 사람...

 

히말라야 산골 마을의 그 까만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

신들의 안식처 정령들이 손짓 한다던 설산 고봉 앞에서 짜이 한 잔을 들고서 흘리던 까닭 모를 눈물

 

그해 무엇에 홀린 듯 목마르게 나는 미친 듯이 헤매었던 것 같은데

딱 지금 이 시간 그래져 버렸다...

 

 

 

 

 

 



음악, L`etreinte (포옹) / Nathalie Fis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