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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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식물원에서 온 꽃 편지

까미l노 2012. 7. 11. 22:59

 

 

 

자귀나무 꽃향기가 너무 좋아 머리속까지 향기가 꽉 차버렸습니다.
향기는 분명 화학작용인데 숨을 깊이 들이쉬면 그 향기가 나는 것을 봐서는
향기도 기억이 될 수 있는건가? 아니면 몸속에 향기가 남아있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수룩 해가 지기 시작하면 쫙 펴진 자귀나무 잎이
조금씩 오므라들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합죽선처럼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자귀나무는 원래 나무를 깍아 다듬는 연장인 손자귀의 자루를 만든다고 해서
그런 모습에 자귀나무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 참 많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자는 모습은 야릇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합환수,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음양합일목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자귀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도 있는데 옛날 중국에 우고라는 사람이 조씨 성을 가진 부인과
살고 있었습니다. 그 부인은 단오가 되면 자귀나무의 꽃을 따서 말린 후, 그 꽃잎을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가 남편이 우울해하거나 불쾌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말린 꽃잎을 조금씩 꺼내어
술에 넣어 마시게 했습니다. 그 술을 마신 남편은 곧 전과 같이 명랑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귀나무는 부부금술을 상징하는"애정목"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장마를 알려주며 금비가 쏟아지는 나무 모감주나무와
구중궁궐에 갖혀 기다림의 세월을 보낸 소화의 슬픈 전설을 담은 능소화도 한참입니다.
그렇게 계절은 흘러만 가는데 사람 걸음걸음은 느리기만 합니다.

이번주에는 왠지 도라지 꽃에 마음이 갔습니다.
도라지는 뿌리를 부르는 말인 '도랒'에서 나왔다고 하기도 하고
도라지라는 이름의 처녀가 상사병에 걸려 죽은 무덤가에 핀 꽃이라는 전설도 있고
병든 사람이 산에서 이 식물을 캐어 먹고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릴 적엔 풍선처럼 부푼 꽃봉오리를 뽁~ 뽁~ 터뜨리며 신나게 돌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식물에게 몹쓸짓을 했구나 싶습니다.
도라지를 오랫동안 키우려면 3년마다 한번씩 캐서 자리를 옮겨줘야 하는데
그렇게 뿌리썩음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20년 이상 된 것을 장생도라지라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