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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20개 구간 274km 완전 개통 본문

모산청우

지리산 둘레길 20개 구간 274km 완전 개통

까미l노 2012. 7. 2. 19:05

[지리산둘레길 | 가탄~송정, 원부춘~가탄] 20개 구간으로 개편, 274km 완전 개통!

구례~하동 잇는 4개 구간 70여km 5월 25일 밤재서 개통식

 

지리산둘레길 총 274㎞가 5월 25일 완전 개통됐다.

 

2008년 4월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 세동마을을 잇는

 

20.78㎞를 개통한 지 4년 1개월 만에 지리산둘레길 모든 구간을 연결한 것이다.

 

이제는 3개 도, 5개 시·군을 아우르는 지리산 어느 곳에서든 둘레길 접근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등산뿐만 아니라 걷기 이용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둘레길은

 

첫 개통한 남원과 함양·산청·하동·구례 모두 5개 시·군을 거쳐 지나가며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나타낸다.

남원 구간은 백두대간이 지나며 지리산 주능선을 가장 많이 조망할 수 있고,

 

운봉 들녘 제방길과 남원~구례를 잇는 숙성치 등 옛 고갯길을 지난다.

 

동편제와 이성계의 전설이 남아 있는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구례 구간은 천은사·화엄사·연곡사·운조루 등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를 지난다.

 

구례와 하동을 넘나들던 당재와 같은 고갯길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고,

 

마을을 잇는 숲길과 섬진강제방을 즐길 수 있다.

하동 구간은 차밭과 섬진강 둑길을 따라 걸으며,

 

'지리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악양 무딤이 들판 조망이 뛰어나다.

 

최치원의 자취와 청학동, 박경리의 토지 무대 등 지리산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산청 구간은 남명 조식 선생의 흔적을 좇는 길로 대표된다.

 

지리산 동부능선인 웅석봉 숲길을 거쳐 지나간다.

함양 구간은 남강의 지류인 엄천강을 따라 걷는 강변길과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빨치산길로 대표된다.

이번에 개통한 구간은 하동 대축~원부춘 8.6㎞, 원부춘~가탄 12.6㎞,

 

가탄~구례 송정 11.3㎞, 송정~오미 9.2㎞ 크게 4개 코스로 총 70여㎞에 이른다.

 

이 중 원부춘~가탄, 가탄~송정 2개 코스를 이틀에 걸쳐 답사했다.

 

지리산둘레길의 조사와 관리 등 실질적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사)숲길의 이상윤 상임이사와 직원 김진옥씨가 안내를 했다.

 

섬진강과 가장 근접한 가탄~송정 코스를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나머지 구간은 박스로 간단히 안내한다.

가탄마을은 화개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인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옆에 있는 법하마을과 마주보고 있다.

 

법하는 화개골 전체가 수많은 사찰이 있는 불국토로 부처님의 법 아래에 있는 마을,

 

즉 사하촌(寺下寸)이란 뜻의 '법하촌(法下寸)'에서 유래했다.

 

가탄교를 지나면 바로 법하마을이다.

 

화개초등학교 정문 앞에 주차장 같은 널찍한 버스정거장이 있다.

 

정거장 입구에 지리산둘레길 이정표가 방향을 가리킨다. 마을을 거쳐 바로 지리산 자락으로 접어든다.





↑ [월간산]이번에 개통된 구간 중에 가장 고도가 높은 원부춘~가탄 구간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19번국도 옆 가파른 산길로 둘레길 연결

가탄~송정 코스는 십리벚꽃길 외 또 다른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인

 

섬진강과 가장 근접한 19번국도와 같이 간다.

 

(사)숲길에서 길을 어디로 낼지 매우 고민했을 법하다.

 

벚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는 19번국도 자체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지만 양 옆으로 인도가 없어

 

사람이 걷기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길'로 변한다.

(사)숲길에서도 마지막까지 가장 고민한 구간이 바로 가탄~송정 구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파른 등산로 같지만 섬진강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옛길을 찾아 가장 늦게 개통한 것이다.

 

이 길은 또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가탄마을과 전남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송정마을을 잇는,

 

즉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19번국도 바로 위 산길로 지리산둘레길을 낸 것이다.

법하마을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된 길은 아직 경상도 하동 구간이다. 전라도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

 

하동은 야생녹차로 유명하다. 가는 곳마다 녹차들이 파릇파릇 새순을 자랑한다.

 

동네 아낙네들이 햇빛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녹차잎을 따고 있다.

 

녹차밭 위에는 야생 머위들이 널찍한 군락을 이뤄 큰 잎을 뽐내고 있다.

 

우산나물·취나물·둥글레·망개나무 등도 눈에 띈다. 산 전체가 산나물밭인 듯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1690~1753)이 1751년에 쓴 < 택리지 > 에서

 

지리산에 대해 기록하기를 '중이나 세속 사람들이 대를 꺾고 감과 밤을 주워서 수고하지 않아도

 

생계 꾸리기가 족하며, 농부와 장인들이 또한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충족하다.

 

그래서 이 산에 사는 백성은 풍년·흉년을 모르므로 부유한 산이라 부른다'고 하고 있다.

 

물산이 매우 넉넉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택리지 > 에 또 '경상우도는 땅이 모두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하지만 좌도는 기름지다.

 

전라우도의 지리산 곁은 모두 기름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리산 주변의 토지는 동쪽의 영남지역이나 서쪽의 호남지역이 모두 비옥한 땅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리산은 어느 곳에서나 사람이 살 만한 곳임을 알 수 있다.

녹차와 산나물밭을 지나 낙엽송 군락을 이룬 숲길로 들어섰다.

 

시원한 바람이 키 큰 낙엽송을 살랑거리게 했다.

 

길을 가팔랐지만 피톤치드가 뿜어내는 향기와 함께 상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가파른 둘레길은 황장산의 촛대봉에서 내려뻗은 능선으로 연결됐다.

 

그 능선이 하동과 구례, 즉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는 작은재다.

 

이정표엔 큰재라고 적혀 있지만 동행한 김진옥씨는 작은재의 잘못된 표기라고 지적했다.

능선 위로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가파른 둘레길을 올라오느라 힘든 몸을 가볍게 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살짝 경상도에서 전라도 땅으로 옮겼다.

 

지리산둘레길은 지역을 연결하는 '이음의 길'이다.

 

요즘 말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고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옛날에는 이 주변에 '어안동'이라는 부락이 있었다고 한다.

 

하동 어안동과 구례 어안동이 공존했다고 전한다.

 

어안동마을에서 남쪽을 보면 겨울에 항상 기러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이름을 기러기가 산다는 뜻의 '어안(御雁)'이라 했다.

 

실제로 능선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하류의 완만한 곡선이 처음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지금은 마을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 [월간산]지리산둘레길 마크.

가는 곳마다 산나물·밤나무·녹차 등 먹을거리 많아

작은재 이정표에는 '법하마을 1.78㎞, 기촌마을 2.20㎞'라고 돼 있다.

 

이정표에서 알 수 있듯 작은재는 옛날 구례 사람들이 하동 화개장에 장을 보러 다니던 생활의 길이었다.

 

그 길을 다시 찾아내 둘레길로 만든 것이다.

 

길 주변엔 조성한 흔적이 쉽게 눈에 띈다.

 

아마 이 길로 걷는 첫 방문객이 아닌가 싶다.

둘레길은 능선 사면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고도는 불과 400m도 채 안 되지만 19번국도 바로 옆에서 보듯 무척 가파른 산사면을 바로 오르는 길이다.

 

평지는 해발 10m도 안 된다.

능선을 넘어서자 피아골에서 흘러나온 외곡천을 중앙에 두고 기촌마을과

 

새로 형성된 은어마을이 고즈넉하게 마주하고 있다.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이다.

 

기촌마을로 내려가는 길 중간엔 엄청난 규모의 밤나무밭이 있다.

 

6월쯤 밤나무꽃의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할 듯싶다.

 

밤나무밭 사이엔 둥글레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방문객들의 시선을 끈다.

 

정말 어느 누가 지리산의 아무 곳에 들어와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다.

 

밤나무밭 바로 아래엔 녹차밭도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지리산이다.

자연이 주는 정취에 흠뻑 취해 걷다 어느덧 기촌마을에 도착했다.

 

19번국도에서 피아골 가는 입구 마을이다.

 

섬진강과 합류하는 외곡천은 여름철 피서객들로 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피서객들이 쉬어갈 펜션단지로 만든 은어마을이 기촌마을 맞은편에 새로 생겨났다.

 

기촌마을은 약 40년 전까지 문종이, 즉 한지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한봉과 밤나무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최근엔 한봉도 죽을 쓰고 있다.

기촌마을에서 은어마을로 넘어가는 다리는 추동교다. 은어마을 옆에 원래 추동마을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동마을 주민은 도시로 거의 떠났고 지금은 4가구만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남기고 떠난 집은 옛날 시골집 그대로 남아 도시인들의 향수를 자아낸다.

 

얼기설기 엮은 나무 위에 황토를 발라놓은 벽과 기와·슬레이트 지붕은 우리 할아버지·할머니가 살던 그 집 그대로다.

새 개통 구간 평지보다 산길 많아

추동마을의 끝 지점엔 '崇慕齋(숭모재)'가 있다.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한 건물이다.

 

안내판이 없어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누군가 존경할 만한 인물을 기리는 집은 분명한 것 같다.

 

전망은 확 트여 섬진강 줄기가 그대로 보인다. 언제 봐도 유려하고 아름다운 강이다.

이젠 다시 산으로 오른다.

 

숭모재가 GPS로 고도 450m쯤 된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계속 고도를 높여 왔기 때문에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

 

거칠어진 호흡은 5월의 신록을 감상하며 잠시 가다듬어진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은 신록에서 녹음으로, 녹음에서 단풍으로,

 

다시 황량하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지내는 자연의 순환을 반복한다.

 

우거진 신록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 전까지 앙상하던 가지가 어느새 이렇게 파릇파릇해졌나 싶다.

 

새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법하(가탄)~송정 구간은 봉우리를 세 개나 넘어간다. 둘레길이라기보다는 등산로에 가까운 길이다.

 

인도가 없는 19번국도이기 때문에 그 옆의 산길로 조성한 탓이다.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어떻게 이 길을 매번 다녔는지 존경스럽기만 하다.

 

두 번째 고개 바로 아래 산사면으로 스쳐 지나간다.





↑ [월간산]

거친 숨소리는 다시 하산길로 접어들면서 잠잠해졌고,

 

어느덧 목아재에 도달했다. 봉애산(613m)의 목아재는 섬진강에서 피아골로 넘어가는 옛 고갯길이며,

 

왕시루봉 하산길 중의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구례에서 화개로 통하는 큰 길로 물물교환을 했다는 고개이기도 하다.

 

피아골에서 섬진강으로 넘어가는 시원한 바람이 땀에 젖은 몸을 식혀준다.

고갯길로 내려오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세 번째 고갯길이다.

 

연속되는 고갯길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 고개만 넘으면 이번 구간은 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위안삼아 묵묵히 걷는다.

왕시루봉의 주능선인 봉애산 정상 밑에까지 접근해서는 다시 내리막길로 연결된다.

 

이젠 정말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산 아래 송정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마음은 벌써 송정마을에 도착해 있다. 몸을 내려 보내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밤나무밭이다.

 

밤나무 사이 제법 넓은 임도를 따라 송정마을로 내려오면 가탄(법하)~송정 구간의 끝지점이다.

 

송정마을엔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도로 옆 커다란 플래카드로 가리키고 있다.

 

그 옆 숲길로 송정~오미 구간이 연결된다. 이정표도 '기촌마을 8.6㎞, 오미마을 9.7㎞'로 표시돼 있다.

가탄~송정 구간

교통

하동터미널~원부춘은 오전 6시30분,

 

화개터미널~ 원부춘은 오후 3시5분 하루 한 차례 대중버스가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15~30분.

 

화개터미널~가탄마을까지는 오전 8시, 10시50분, 12시25분, 14시30분, 17시, 18시 등 하루 6차례 왕복운행 한다.

 

약 10여분 소요.

 

문의 하동터미널 1688-2662, 하동 화개터미널 055-883-2793.

숙박(지역번호 055)

화개면 팔베개펜션 883-7779(탑리),

 

토담농가 011-884-3741(부춘리),

 

쉬어가는누각 884-0151 (용강리),

 

섬진강펜션 011-884-8050,

 

부춘골산장 011-838-6005,

 

악양면 수채화마을황토방 016-9811-1794(정서리),

 

스카이밸리 011-870-1514(신성리).

 

문의 하동군 관광종합콜센터 1588-3186.

 

※쌍계사와 화개장터는 관광지여서 곳곳에 식당과 숙박업소가 많음.

원부춘~가탄 구간





↑ [월간산]옛날 장을 보러 다니던 길을 찾아 둘레길로 안전하게 조성했다.

교통

하동 화개버스터미널~가탄까지는

 

08시, 10시50분, 12시25분, 14시30분, 17시, 18시 등 하루 6차례 운행하며,약 10여 분 소요된다.

 

구례에서 송정까지는

 

1시간 간격으로 첫차 6시40분, 막차 19시40분에 출발한다. 약 15분 소요.

 


문의 하동버스터미널 1688-2662.

 

하동 화개버스터미널 055-883-2793.

 

구례 버스터미널 061-780-2730~1,

 

구례구역 061-782-7788.

숙박(지역번호 055)

숙박이 비교적 편한 하동 가탄마을만 소개한다.

 

가탄마을 민박(마을회관 개방) 017-243-4235,

 

길가슈퍼 883-6068,

 

명인다원 883-2216 또는 011-9044-2216.

 

먹구슬 민박(콘도식 황토방) 883-2100 또는 011-1757-9888.

지리산둘레길 / 가탄~원부춘 구간

고산 트레킹 같은 가장 높은 둘레길
녹차밭·십리벚꽃길 즐기고 임도·숲길·마을길 등 고루 지나쳐


새로 개통된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마을~탑리 가탄마을 코스는

 

이번에 새로 개통된 구간 가운데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을 지난다.

 

무려해발 805m 지점에 있다.

 

이 정도면 걷기길이 아니고 전형적 산길이고 등산로다.

 

동행한 이상윤 (사)숲길 상임이사도 "이 높이면 네팔 고산 트레킹 가지 않아도 되겠죠?"라고 농담한다.

사실 (사)숲길에서도 이 길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의견은 "이게 길이냐, 등산로지"와 "평탄한 길만 길이냐"고 대립했다.

 

대안으로 나온 길은 그늘도 없는 거친 임도로 가는 길과 고도가 높은 이 길을 선택하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래도 숲이 있는 평탄한 흙길이 길게 돌아가는 황량한 임도보다는 낫다"는 의견이 우세해

 

이 길로 결정됐다고 이상윤 이사가 전했다.

이 코스의 특징은 화개골 녹차밭의 정취와 녹차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부지런한 손길을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화개천 주변의 십리벚꽃길을 감상할 수 있고, 임도·숲속길·마을길 등 고루 섞여 지루하지 않다.

 

가탄~백혜마을~대비마을~정금차밭~중촌마을~헬기장~형제봉임도삼거리~원부춘마을까지

 

총 12.6㎞에 7~8시간 정도 소요된다.

출발은 가탄마을에서 하는 게 좋다.

 

가파른 오르막길로 미리 올라서서 완만한 하산길로 내려오는 것이 신체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다.

 

가탄마을에서 백혜마을까지는 마을길이다. 시골집들 사이로 난 콘크리트길을 따라 한가롭게 걷는다.





↑ [월간산]

1, 활공장이 있는 형제봉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이며, 그 길로 내려오고 있다.

2, 지금 4가구만 남아 있는 추동마을은 대부분 시골 정취 넘치는 옛집 그대로 보존된 상태다.

백혜마을은 < 진양지 > 에 기록된 화개의 10개 마을 중 하나다.

 

족보 있는 마을인 셈이다.

 

가탄마을의 뒤편 산등성이에 있다. 따라서 고도 340여m 까지

 

산길 같은 마을길을 따라 계속 오른 뒤 1㎞ 남짓 가면 대비마을이 나온다.

 

대비는 가락왕국의 김수로왕과 관련 있는 지명이다.

 

102년 수로왕이 허황옥과 함께 머문 곳으로 7왕자의 성불을 기려 많은 절을 지은 곳으로 전해진다.

 

절 이름이 천비사 혹은 대비사라 하여 지금 마을 이름이 그대로 대비가 됐다.

 

지금은 그 많던 절은 사라지고 대비암 등 몇 개 암자 정도 남아 있다.

대비마을은 녹차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녹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하긴 차나무 시배지가 바로 아래 마을인 쌍계사 앞 장죽전에 있다.

 

< 삼국사기 > 흥덕왕조를 보면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온 대렴이

 

차 종자를 갖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녹차 씨를 처음 심은 땅이 바로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주변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차시배지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둘레길은 그 주변을 지나가는 것이다.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녹차밭이 끝날 즈음부터 산 중턱에 있는 중촌마을로 향한다.

 

중촌마을은 지금 주민 3가구만 살고 있다.

 

그중 한 가구가 '하늘호수(대표 배윤천 010-9249-8154)'란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하늘호수부터 본격 가팔라진다.

 

고도가 200m에서 600m로, 다시 800m로 급격하게 높아진다.

 

성찰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이 순간만큼은 정상을 향해서 등산하는 기분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온다.

 

둘레길을 이 길로 결정할 것을 주장한 스님의 이름이 정처사라고 해서 이 길을 '처사의 길'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처사의 길보다는 차라리 고행의 길이 낫지 싶다.

길이 가팔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별로 다니지 않은 듯 숲은 매우 우거졌다.

 

어디선가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과부에게는 '홀딱 벗고~ 홀딱 벗고~'라고 들리고,

 

스님에게는 '빡빡 깎고~ 빡빡 깎고~'라고 들린다는 4음절로 우는 새다.

고도만큼 나무도 다양한 수종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서어나무, 참나무, 산죽 등 초본식물과 관목, 교목이 고루 분포돼 있다.

 

이 숲길에서는 햇빛을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깊은 산중에 헬기장이 나왔다.

 

이상윤 이사도 "옛날 길을 찾다 풀을 깎아내니 헬기장이 나타났다"며

 

"아마 1960~1970년대 녹화조림을 하면서 조성한 헬기장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된 듯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마침내 봉우리에 도착했다. GPS로 고도가 806m가 나온다.

 

고개 밑으로 부춘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흘린 땀을 식혀줄 만큼이나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정상 이정표에는 '가탄마을 8.69㎞, 원부춘마을 4.11㎞'라고 적혀 있다. 원부춘마을까지 4㎞남짓 남았다는 의미다.





↑ [월간산]

1, 지리산둘레길 게스트하우스로 벌써 개방한 둘레길 중간에 있는 하늘호수의 모습.

2, 밤나무밭 사이로 난 임도 따라 지리산둘레길을 냈다. 그 길로 걸으며 구간 종점인 송정마을이 발아래 보인다.

여기서 200m 가면 널찍한 공터에 헬기장과 쉼터, 화장실이 나온다.

 

이곳부터 임도로 접속해서 내려간다.

 

지리산둘레길에는 이정표가 없으면 바닥에도 방향 표시를 잘 해둬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형제봉삼거리에 도달했다. 형제봉은 활공장이 있는 곳이다.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사람은 이곳에 올라가 바람을 이용해서 탄다.

 

내려오는 길에 차로 올라오는 몇몇 행글라이더족들과 마주쳤다.

 

이후 이 구간 종점인 원부춘마을까지는 임도로 외길이다. 그대로 길 따라 가면 마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이음단 5월 9일 밤재서 출범식

참가자 14명 '다양한 이유'로 14박15일간 완주

5월 25일 지리산둘레길 완전 개통을 앞두고

 

5월 9~23일까지 14박15일 동안 지역주민과 숲길 이용자에게 통합 개통식을 알리고

 

지리산둘레길 전 구간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지리산둘레길 이음단을 발족,

 

둘레길 한 바퀴 걷기 행사를 벌였다.

지리산둘레길 이음단은 남녀노소 불문,

 

전국에서 참가를 신청한 123명을 대상으로 14명을 선발했다.

 

선발되지는 않았지만 산림청·서울시청 공무원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인원은 10대부터 70대까지 고른 분포를 보였으며,

 

지역별로도 서울 3명·경기 2명·충북 1명·전북 2명·경남 4명 등 전국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됐다.

이들은 5월 9일 지리산 밤재에서 이음단 출범식을 가지고

 

'한마음 이음단'과 '푸르미 이음단'으로 나눠 각각 출발했다.

 

'한마음 이음단'은 밤재에서 구례 방향으로

 

하동~산청~함양을 거쳐 다시 출발지역인 밤재로 돌고,

 

'푸르미 이음단'은 밤재에서 함양 방향으로 산청~하동을 거쳐 다시 구례 밤재로 원점회귀했다.

이들 중 '푸르미 이음단'의 첫 코스인 밤재에서 구례 남원호텔 앞 유랑펜션까지 동행하면서

 

왜 이음단에 참가하게 됐는지 다양한 이유를 들어봤다.

 

다들 신변노출을 꺼려 실명 밝히기를 거부해 성별과 세대로만 기록한다.





↑ [월간산]5월 9일 구례 밤재에서 가진 지리산둘레길 이음단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 참가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컨설팅 회사를 다니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 몇 년간 공부했으나

 

계속 실패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왔다는 것이다.

 

아는 스님의 권유로 신청했으며, 차분히 걸으면서

 

그동안 지나왔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하나씩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하며 계속 회계사 공부를 할 것인지,

 

취직을 할 것인지 진로선택의 기로에 있는 셈이다.

40대 후반의 주부 참가자는 "걸으면서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배우고 싶어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연과 인간은 수시로 변하면서도 본질은 그대로인 점은 같은데,

 

자연은 아무 조건 없이 베풀고 다 주는 반면,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걸으면서 계속 생각을 해보면 진정한 사랑을 알고 해결방법이 있을까 싶어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고교시절 꽤 공부를 잘 했으나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좌절한 아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위로보다는 더 상처를 주는 말을 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연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고 싶어 참가한 것이다.

30대 초반의 남성 참가자는 "다니던 전기관련 연구직 직장을 관두고

 

앞으로 농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원 박사과정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직한 뒤 몇 개월 동안 고향 시골에 있었으며,

 

3개월 전부터 하루 평균 10㎞가량 걸어 워밍업이 충분히 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지리산둘레길 종주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젊은 귀농인의 삶을 살 작정이었다.

이외에도 약간 야윈 10대 남자 청소년 한 명은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모가 나 몰래 신청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부병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여자 청소년은 "혹시나 아토피가 치료될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모두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14박15일 동안 지리산둘레길 274㎞를 완주하면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육체적 걷기로 정신적 위안과 해답을 얻으려는 시도인 것 같았다.

어느 덧 중간기점인 유랑펜션에 도착했다.

 

걸으면서 이들의 고민이 해결되기를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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