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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폐허

까미l노 2012. 3. 18. 00:53

 

 

 

 

 

 

 

폐허 / 신경숙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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