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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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밤비

까미l노 2012. 3. 2. 12:48

 

 

 

 

 

밤비 / 마종기


참 멀리도 나는 왔구나.
산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강물도 흙이 되어 흐르지 않는다.
구름은 사방에 풀어지고
가까운 저녁도 말라 어두워졌다.

그대가 어디서고 걷고 있으리라는 희망만
내 감은 눈에 아득히 남을 뿐
폐허의 노래만 서성거리는 이 도시.

이제 나는 안다
삶의 사이사이에 오래된 다리들
위태롭게 여린 목숨조차 편안해 보이고
그대 누운 모습의 온기만 내 안에 살아 있다.

하늘은 올라가기만 해서 멀어지고
여백도 지워진 이 땅 위의 밤에
차고 외로운 잠꼬대인가
창 밖에서 떠는 작은 새소리,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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