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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뿐 그대를 사랑합니다...

까미l노 2012. 2. 19. 16:04

 

 

산행을 하거나 왼종일 걸어도 좀체 느껴지지가 않던 허기란 놈이

지랄맞게도 꼭 한밤중이면 찾아오곤 한다.

잠귀가 밝아서이기도 하거니와 예민한 이 까탈스러움 떄문에선지 배고픈 채 그냥 잠이 들지는 않을줄 알기에

이미 식어버린 삶아둔 감자를 먹으면서 이부자리를 다림질 한다.

 

뜬금없이 신새벽에 어인 이부자리 다림질이겠냐만

살짝 고픈 배는 몸도 기분도 가뿐하게 해주는데 잠을 청해지지가 않아서 허기를 달래야만 잠을 잘 수 있기에

결국엔 커피 한잔과 삶은 감자로 해결을 하면서 소화시킬 시간동안 티비를 켰다.

 

덮고자는 면 종류의 이불이 하필이면 지금 눈에 잔뜩 구겨져 보여서 참 싫어보이는데 어쩌랴...

아직 아까워서 버리지는 않았던 스팀 다리미가 생각나기에 티비를 보면서 삶은 감자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불에 다립질을 한다.

이불에 다림질 하는 사람도 있을까만 다림질을 했더니 조금 낫네...초라해뵈질 않고 이불이 깔끔해졌어...

홀애비 늙어가면서는 몸에 뭇내도 나지 않게 해야 하고 입성이며 주변이 청결해야해...  

 

티비는 무슨 드라마 같은 걸 하고 있었는데 노인들이 주인공이고 제목이 '그대를 사랑합니다' 였다.

전체를 못봤지만 내가 느끼는 건 '뿐' 이라는 말이 가슴을 친다...

그게 누구 뿐이었든 무엇 뿐이라는 뜻이든 '뿐' 오직이라는 말 일테지...

세상에 단 하나...

오직 그대...

오로지 그것?

 

세상에 와서 오직 단 한 번만 사랑하다 가는 사람 누구 있겠으며 드라마에서도 한 노인이 먼저 떠나버렸던  할머니에게 미안하다면서

새로 만나 좋아하게 되는 할머니에게 '뿐' 이라는 이름을 선물을 한다.

이 '뿐' 이라는 단 한자의 말과 글은 어떤 말과 글의 뒤에 달리는가에 따라 느낌은 천양지 차이가 난다.

 

아파서 먼저 떠나게된 부인을 따라가는 또 다른 할아버지는

최소한 그랬을테지...

젊어서 할머니에게 달콤한 속삭임으로 (거짓부렁으로라도)했던 말에 대한 약속을 지켜버리게(?)된다.

약속으로서 지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할머니 보내고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서 손 잡고 같이 떠나는 할아버지

 

친구에게 남겨진 편지

친구가 남긴 편지를 읽고 달려간 할아버지

아직 살아있었던 친구를 구하려 하지만 그 친구는 이미 싸늘해진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던 것이다.

 

 

 

다 늙고 볼품없이 초라해진 할머니의 모습도 할아버지의 눈에는

예뻐서 이뻐서 (고와서이기도 했을테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선물인 그 한마디 그 글 단 한 자  '뿐' 을 선물하는데

한글도 모르고 이름도 없이 성 밖에 모른 채 평생을 살아왔던 할머니

 

찬구였던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이 함께 세상을 떠나는 모습에 견딜 수 없어 그만 할아버지를 떠냐려면서 하는 말

할아버지가 먼저 떠나고 혼자 남게될 자신을 상상을 할 수 없다는 것... 

 

'뿐'

사람들은 오직 단 하나에는 만족을 하지 못한다.

'송 이뿐'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예쁜 사람이라고 지은 것인지  할아버지에게는 그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에 오로지 당신 하나  ..뿐 이라고 지은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 이름을 지을 때의 할아버지 마음이 단 하나 ..'뿐' 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면 세상에서 내게 소중한 것은 오직 당신 한사람 뿐이고

세상에서 당신만큼 내게 이뿐 사람은 당신 말고는 아무도 없다가 될 것이니까...

 

"뿐' 없이 살아가는 나는 아직도 욕심에 가득하다.

없어서가 아니라 '뿐' 이 아닌

'모' 아니면 '도' 같은 것도 아닌 다양한 중에 하나라도 ...뭐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가 만화에 나왔던 글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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