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바다에 떨어지는 비와 민중각표 군고구마 본문
한라산을 급히 내려오느라 발에 무리가 갔는지 왼쪽 발의 엄지발톱이 파업을 주도하는 것 같은 날이고 여전히 출발하는 아침은 우중충
예외없이 천년식당의 시래기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중앙로터리가에서 서성대다 어제의 5코스에 이어 6코스를 걸어가기로 한다.
작은 가방 하나만 달랑 업고 가방 속의 군고구마를 위안삼아 걷는 길
민중각 내무장관 시어머님께서 손수 농사 지으신 고구마 네알
솥에다 물 없이 구운 것처럼 쪄낸 저 알토란 같은 고구마의 위용을 보라~
일주일 만에 점심 도시락을 챙겨서 길 떠나는 내 어깨의 행복한 발걸음은 룰루랄라~
서귀포의 옛사진이 서북기념관 근처에 전시가 되어있다.
오래전의 저 시대의 서귀포의 자연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적잖이 파괴 되어져버린 이 자연조차도 미래의 아이들에겐
아주 오랜 옛날에나 볼 수 있었던 그림속으로만 남게될까봐 두려워진다...
한라산 정상부 백록담의 흰눈 쌓인 모습만 지금의 그모습 그대로일 뿐일 것을...
작은 새 한마리 내가 가까이 다가서도 겁이 없는지 날아가지 않고 기다려준다.
한장 찍고 한걸음 또 한번 셔트를 누르고 한걸음씩 다가서려고 했더니 그제서야 날아가버린다.
여기 이 벤치는 바다를 향하지 않고 뒤를 돌아 앉아 있다.
혹시 아무도 앉아주지 않는 길나그네들에게 삐쳐서 돌아 앉은 건 아닐런가 싶어 잠시 앉았다 일어섰다..
다음에 이길을 다시 지나갈 때면 다시 바닷가를 향해 돌아 보고 있으리라 믿고...
어라?
이 아가씨 어제 5코스 걸을 때 한참을 같이 걸었던 아가씨구만...
외가가 제주도인 건양대 다니는 아가씨
혼자 걷는 게 좋아서 방학을 이용해 할머니댁에 왔단다.
한적한 숲길도 혼자서 씩씩하게 잘 따라온다.
다음엔 남친이랑 손잡고 걸으렴!
후두둑 비가쏟아진다.
계속해서 날이 우중충하더니 어제에 이어 오늘은 아예 솔찮이 쏟아진다.
'바다에 비 떨어진다.
건너편 숲섬이 홀로 외로이 서귀포 앞바다를 둥둥 떠 다니는데
검은 우산을 받쳐든 낮선 사내 하나 바다를 걷는다...'
얼마나 아름다우냐...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다려 주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흙길 오솔길 숲길이라니...
지나간 사람들에 의해 살짝 다져져서 발바닥이 황홀해지는 아름답고 행복한 오솔길 흙길 바닷길
저만치 앞에서 계속 나를 반겨주는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
비가 내려도 행복하고 우산을 받쳐들고 걸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멀리 문섬과 범섬이 보이는 서귀포 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백두산 천지의 물처럼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처럼 멋진 경치의 바위 웅덩이 뒤로 비 내리는 바다가 차라리 졸리운 듯 한가로웁다.
이 길은 내 기억 속 동강의 잣봉 능선에서 어라연을 내려다보며 걸었던 그 길과 흡사하다.
소나무들 사이로 난 흙 오솔길 빨리 지나가 버리기엔 서운할 듯 하여 천천히 조금씩 아껴가며 지나간다...
오늘은 참 신기하고도 특이한 날이다.
아니...길이다
지나치는 올레꾼들이 없어도 이렇게 귀하게 안 보일 정도로 귀하단 말인가?
이런 흙으로 된 길로 대한민국을 한바퀴 돌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면 그야말로 천 년 만 년 대통령감이다.
공무원 가운데에서는 그런 머리 쓸 위인이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일테고...(고위 공무원이라는 위인들을 말함이다)
이런 아름다운 길은 산티아고에도 없다.
제주 올레길과 산티아고 순례길은 역사부터 다르긴 하지만 이 길이 아름다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야말로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 답지 않은가?
산티아고의 종교적인 순례길은 복음을 전파하러 지나간 옛성인의 흔적 옛모습 그대로의 보존이고
제주의 올레길들은 우리네 조상들의 삶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가슴 시린 길인데 포장이 문제로고...
조그맣게 축소해서 만든 듯 마치도 1인용 테우처럼 생긴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을 발견한다.
테우 한가운데 의자까지 만들어 편안하게 앉아서 낚시에 빠진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를 구경하며 바닷가에 엉거주춤 서 있고 그는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돌맹이 하나 집어서 힘껏 던지면?
오호..
이 신발은 누구의 신발이었으며 왜 여기에 이렇게 외로이 버려져 잇는 것이더뇨?
잃어버린 건 아닐까?
조금은 낡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아직은 제 기능을 발휘할 것도 같아서 행여나 누군가가 파도에 휩쓸려 뻇긴 건 아닐까?
아까 그 녀석은 아닐테지?
돌담에 앉아 나를 쳐다보며 여유를 부리던 녀석
한걸음 다가서기도 전에 훌쩍 날아가버릴 거면서 반기는 척 하다니...
비가 내려 잠시 쉬어 갈려고 바닷가 찻집에 들어섰다.
순전히 장작을 때는 난로가 있다해서 들어섰는데 꽤 아담한 바닷가의 찻집이다.
달달이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화목난로의 불을 쬐며 이런 찻잡에서 부부가 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돈이 필요하고 좋은 것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돈 벌 궁리로만 장사를 해야하는 현실에 부대끼지 말았으면...
소정방 폭포 내려가는 계단이 허물어졌나보다.
온통 공사증 간판과 출입금지 줄이 가로막고 서 있는 곳을 기어이 넘어 들어간다.
바다로 내려서는 길이 다소 위험하기는 하다만 그래도 어쩌랴...
오늘 지금 이 시각 이 모습의 사진은 영원히 담을 수 없는 과거로 도망가 버릴 것인데...
소정방 폭포 위 올레 사무국에 전시딘 간세들이다.
이 녀석들이 내 아이디어로 탄생한 2세대 간세들이다.
올레 사무국의 모여성이 만들고 있었던 지금보다 훨씬 큰 간세의 크기를 대폭 줄여보라고 했다가 만들기 어렵다고 핀잔 섞인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작은 사이즈를 만들면 상당한 인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주장 했었는데 지금은 작은 사이즈의 인기가 대단하잖은가...
2010년 늦봄에 만들었던 최초의 작은 간세
어때?
큰 간세 보다 훨씬 괜찮지 않은가 말이다...
처음 탄생한 검은 새끼(?)간세를 내 배낭에 달고 다니다가 지인에게 강탈 당했지만...
그때 만들기 시작했던 새끼 간세들이 지금의 간세의 조상이로다...
이간세는 아가씨들이 누구나 다 좋아할 멋진 꽃미남 간세
아빠랑 단 둘이서 살아가는 부자 간세
이거 내 연출인데 우떤노?
아빠 간세와 엄마 간세 그리고 애기 간세가 한데 모인 가족 간세
근데 엄마 간세는 옷도 참 예쁘게 잘 입었다야...
스카프와 버프에 새겨진 스탬프 도장인데 실제 올레 시작점과 종점의 스탬프는
패스포트에 선명하게 찍혀주질 않아 여자들은 에쁘지 않다고 디소 속상해 할 것 같더라...
풍림리조트에서 기증한 나무 의자
비님 오신다...
우산을 받쳐들고...
여러 형태로 정방폭포를 찍어봤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면 퍼가려는 사람들 있을까봐...
아무도 퍼가는 사람 없다 그런들 뭐 어떠랴...
먼 바다
지나가던 사내의 개폼
셀프라서 구부정한 등을 바로 세우라는 말을 못들었단다...
그 누구에게서도...
나무는 제 속살까지 다 파이고서도 저렇게 오랫동안 버텨낸다.
속이 전혀없이 텅 빈체로도 나무 껍질만으로 물도 마시고 해마다 봄이 되면 여린 새순과 잔가지를 만들어 낸다.
이중섭 화백이 제주로 피난와서 살았던 집터란다.
골목길 포장 안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평생을 고무신만 신고다녔다던 이중섭 화백이시라던데...
담장 밖을 외면한 수선화
토라져서 홱 고개를 돌린 옛적 내 애인처럼 새초롭다...
때 아닌 빨간 장미 한송이가 덩그러니 활짝도 피었다.
비 온다고 비오는 수요일에 빨간 장미 한송이련가...
만개해서 곧 시들 것 같은데 오래 오래 버티어 내렴...
현재 누군가가 실제로 거주를 하고 있다고 안내판에 있던데 할머니 한분 외롭게 툇마루에 앉아 계신다.
다행인 것은
마당은 포장을 하지 않고 흙인 채로 그대로 뒀다는 게 신기하다...
제주도의 대문
보고 또 자주 보는데도 참 독특하고 신기하다.
소박하기도 하지...
자물쇠 필요 없는 세상
'트멍'
무슨 뜻일까?
이름도 예쁘고 대문간도 아주 예쁜 가게가 이중섭 화백 집터 건너편에 있다.
지붕이 못생겨서(^^) 잘 안 보이게 했는데...
저런 가게의 진장은 또 얼마나 마음씨도 고울런지...
그림은 화가들의 캔버스에만 있아야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유치원생이 그린 색색깔의 도회지 같은 예쁜 색을 칠한 가게네...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똥색이다.
우리나라의 작은 집 담부락마다 저런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낙서도 하고
골목길 에도(어차피 포장을 다 해버렸으니) 지붕 위에도 마구 그릴 수 있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순박하고 자유로운 꿈을 심어줄 수 있을텐데 라고...
혼 나등가 말등가...
나무에 이파리 한장 달랑 남아 위태롭게 달려있다.
거센 바람일랑 불지말아야 할텐데...
내가 이 가게의 주인이라면...
지나가는 연인들 앉게 하고 앉은 모습이 다정하거나 이야기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일라치면 커피는 무조건 공짜로 할텐데...
어차피 가게를 열었으니 돈은 버셔야 하겠지만 돈도 벌고 정감도 퍼 주시기를...
마'주'(酒) 앉아 권커니 잣커니
'주'(酒)저 없이 마셔보세나....???
밤맛인 척 하는...이라고 했어야 하는건데...
장기를 두고계시던 쥔장 아자씨의 유머감감이 돋보이는 고구마 광고...^^카피라이트...
바닥이 아스팔트라서 실망...
왜 대한민국은 발바닥에 묻게될 흙투성이나 진창길인 걸 그토록 싫어하는 걸까...
세연교 야경을 볼려고 했는데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고 있음에랴...
내일 갈 작정을 했더니 비가 왼종일 오실거라네...
화살나무의 단풍 든 이파리가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 화살나무는 엣날 화살 촉의 날개를 닮아 당시에 만들어 썼다는데 글쎼 과연 그랬을지 시푸다...
서울 경복궁 뜰에 가면 꽤 오래 살았음직한 화살나무가 잔디밭 가운대 한그루잇는데 늦가을에 가보면 빨간 단풍 든 모습이 상당히 화려하다.
2천 원 벌었다...
언덕 위에서 천지연 폭포를 본다.
입장료 내고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느뇨...
망원 렌즈로 조금 더 당겨봤으면 싶기도 하네...
게스트하우스가 고급스럽고 화려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저 집을 탓하려는 건 아니다만 게스트하우스는 마냥 정겹고 다정다감하고 서민적이어서
청소년들이나 나 같은 못난 사람들도 늘 편안해 할 그런 쉼터로만 있었으면 하는 욕심...
그래서 민중각이 늘 북적거리지 않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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