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그대 뜻대로 해 보시게 본문

연서

그대 뜻대로 해 보시게

까미l노 2011. 7. 31. 14:37

그대 가슴에도

뜻모를 회오리가 돌고 있는게요?

 

먼발치서 바라보던 세월이

성큼 무릎 앞까지 당도했음에

서러움의 그 무엇이

자꾸만 울컥이며 어지럼증을 자아 내는게요?

 

봄부터 울어대던 소쩍새가 꽃을 피워내도

얼음장 밑으로 흐르던 시냇물에

새살이 돋아나도

콧등으로 넘겨버리던 치기어린 젊은날이

거울 저편에 있는데

 

야윈 문설주에 부서지는 햇살 한줌에도

발가벗기운 소녀의 부끄럼이 고개를 치켜들고

들창에 듣는 빗소리에도 온 마음이 적시우고

성긴 눈발에도 시린가슴 여미며

 

그렇게

잦아드는 그리움에 기대어

시간을 덧대면서

느리어진 걸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쌓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자작인들 어떻것소

친구가 없으면 어떻것소

 

무릎을 마주하고 앉아

밤새 술잔을 기울일 수는 없어도

시공을 이어줄 고마운 이름이 있거늘

 

만월 속에 노를 저어

그대에게 나를 보내리니

부여잡고 울어대든

움켜쥐고 뒤흔들든

그대 뜻대로 해 보시게...

 

 

 

 

 


 

 

'연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사람 좋은 사람이기를  (0) 2012.03.20
니 편이 되어줄께  (0) 2011.08.26
하늘 끝 울고가는 바람에게  (0) 2011.07.31
나의 눈부처  (0) 2011.07.31
그럴 수 있게 되기를  (0) 201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