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아름다운 불륜은 본문
밤꽃은 냄새 매화는 향기...
잘 아다시피 비릿한 밤꽃 향기는 에로부터 남자의 정액 냄새로 비유되어 왔다.
한번이라도 맡아본 이는 알겠지만 사실 또한 그러하다보니 '매화향'처럼
향기로 불리기보다는 왠지 조금 더 비하된 듯한 '냄새'로 잘 통한다.
매화 향기를 매화 냄새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또한 밤꽃 냄새를 밤꽃 향기로 부르지 않으니까 말이지...
향기라는 말이 사대주의적인 한자여서 더 품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더 포괄적이며 모호한 우리 말 '냄새'로 은근히 격하시키는 것은 아닐까...
뭐,그렇다는 얘기죠
감꽃 지는 밤이면 행여 당신일까
창문의 옷고름부터 풀었지요
그날밤 당신이
잔돌을 던지며 휘파람을 불지만 말고
구렁이처럼 돌담을 넘어 창문을 넘어 제발이지
이부자리 속으로 차갑게라도 스며들기를!
뭐,그렇다는 애기죠
이미 감꽃 다 저버린 일
열녀문이 세워진 뒤의 일이지만
그날 밤 멀리 보쌈은 아니더라도
당신이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기를 바랐지요
불귀,불귀의 날들은 더 이상
머리를 감지 않고 참빗으로 곱게 빗을 일도 없으니
그 감나무에 나 홀로 목을 매기 전까지는
뭐, 그랬었다는 얘기죠
섬진강변 그 빈집의 감나무
땡감 떨어지도록 장맛비 오시던 날
서른다섯 아직 젊은 서울을 버리고
그대의 뒤늦은 구렁이처럼 나 홀로 이사를 왔지요
뭐, 그렇다는 얘기죠
이미 땡감 다 떨어진 일
열녀문 다 부셔버린 뒤의 일이지만
그대를 가디리다
문자 한 통 없는 핸드폰과
인터넷의 창을 닫고
오래도록 머리카락이며 콧수염을 길렀지요
뭐,그랬었다는 얘기죠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려니 이명인지
귓속이 먼저 윙윙거리고 아랫배 창자가 꼬이네요
당신의 냄새를 맡으려니 혓바닥에
신물이 고이고 손발이 먼저 저려오네요
지금 당신의 눈썹에도 불귀의 바람이 부나요?
뭐,뭐, 그렇다는 얘기죠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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