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미련 본문
처음엔 왼쪽 눈에 안개가 끼인 것처럼 뿌옇게 흐려 보여 안과엘 갔더니 노안에다 백내장이라고
빨리 수술 하는 게 좋다길래 부랴부랴 수술을 받았는데 오늘 또 오른쪽 눈 마저 수술을 하였다.
문제는 근 십일 동안 세수는 커녕 머리조차 감지 못한 채 버텼는데 겨우 하루 이틀 정도
그동안 못 감았던 머리를 박박 문질러 감았거늘 다시 또 십 여일을 버텨야 하니...
어디 고치거나 다듬자고 겉모습 갖춰 보잡시고 이러는 것은 아닌데
이게 눈이고 보니 시력도 시력이지만 보이는 것이 선명치가 않은 게 이렇게 불편한 것인지 몰랐다...
새삼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그 옛날 아부지 나이를 떠올렸더니 딱 그 시절 그맘 때가 내게도 온 것 같고
봄날이 싫어지는 느낌이로고...
환장 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만 싶으니..
누군가 내게 방랑벽이니 역마살이니 하더라만 유랑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머물러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 떠나려는게지 무슨 개뿔..방랑이니 역마살이 난 그런 거 사실은 없는데..
내게 있어서 봄날의 꽃 따위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곧 여름이 닥친다는 것을 의미하길래
꽃의 향연 같은 건 싫어한다고 하는 게 내겐 어울릴 것 같다.
어디를 나서도 꽃이 덜 한 곳으로 가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그냥 다 잊고 헐렁헐렁 길을 나섰으면 싶다.
이번엔 한 일 년간 버티면서 먼 이국 어디론가 알지 못하는 길에서 헤매이고 싶다...
스페인에서 만났던 그 남자는 4개월 동안 바티칸에서부터 걸었다지..
이탈리아 해안 도로를 따라 프랑스를 거치고 생장을 들어섰다가 북쪽 노르테를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
피스테라 언덕에서 하염 없이 대서양으로 떨어지던 그 지는 해를 보고 포르투칼길을 걸을 수 있다면... 지금 그러고 싶다...
인도를 가서 다시금 겐지스강 언덕에서 화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 강물 위 꽃촛불 접시 한개 띄워 보낸 후
네팔로 가서 신들이 안식하고 있을 히말라야의 정령들이 손짓하는 그 산 속으로 걸어들어 가고 싶다...
비가 오니 더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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