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왜 사느냐고 묻거든 #5 본문
신독이라 그랬던가?
혼자 있을 때도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
누가 내 방 안에 어딘가에다 한 달포 남짓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었다면...
그 누가 그럴 수 있어서 내 가슴 속에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청진기를 숨겨 놓았었다면...
원치는 않았었다만 절에서 태어나버려 그냥 묵시적인 종교가
불교인줄로만 알고 자랐었기에 산행 때는 곧잘 절집을 지나거나 들리게도 된다.
원치 않은 절집을 지나치다 못된 놈들에게 걸려 꼼짝없이 천금 같은 입장료를 뜯길 판일 때
옥신각신 하다 별 뾰족한 수 없어 강탈 당하게 되면 본전 생각으로
가끔은 그 절집 마당을 둘러보게 되는데 방법도 귀찮고 정성이 생기지 않아
한 번도 절은 해보질 못했는데...
딱 한 번 양양 낙산사 뒤 홍련암에 갔다가 마룻바닥 구멍을 찾으려니 어쩔 수 없이
엎드려 절이라도 하는 시늉을 하면서 바닥의 구멍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 본 적이 있기는 하다...
각설하고...
오늘 벼르고 벼르다 성당엘 갔었다.
예비 신자 등록을 하기 위해...
산티아고 길을 순례하면서 다시 이 길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길을 채 다 걷기도 전에 되돌아 다시 찾아올 궁리만 했었던 이유가
수도원에서 자려니 성당엘 다니면서 산티아고 길을 걷고 싶었다는 것이었는데...
성당엘 다니려니 고해성사인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데 아마도 난 안 하지 싶은데...
그러면 자동으로 냉담자인가 뭔가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차라리 하지 말아야 하고 가지 말아야 하는 길을 가서는 가짜가 되는 것은 참 그렇다만...
예천 낙동강에 가서는 떠오른 달이 물가에나 비추이면
바짓가랑이 걷어부치고 강에 들어 술이나 한잔 마셔보고
사르락 거리며 벗은 등 보인 채 건너 산자락으로 사라지는 여인이나 뒤따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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