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물기 빠진 마른 풀처럼 본문
말을 청산유수로 하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말을 조리있게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도 싫다.
모 여성 산악인이 했던 말이 생각 난다.
누군가에게 "나 죽을까?" 라고 묻자 그 상대편은
"아니, 넌 못 죽을거야. 단순하지 못해서" 라고 했다는데
아마 나도 누군가에게 죽을까 라는 말을 던졌다면
내 말을 들었을 그 누군가도 나에게 똑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 말을 든고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오기가 발동해서 무슨 짓이든 저지를려고 했었단다.
나야 아직은 그런 말을 누구에게도 직접 던져본 적은 없다만
누구나 다 그러했을 것처럼 나 또한 죽음에 대한 생각은 몇 번 해봤었는데
뭐, 구체적으로 실험 따위(?)를 했다거나 직접적인 시도를 한 적도 없었지만
죽음에 대한 아니 자살에 대한 그렇고 그런 책들을 사보기도 했었는데
키에르 케고르인가 하는 사람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나
내용은 기억조차 남아있지도 않은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같은...
뭐 그러저러 죽음에 관한 생각이 하 많았을 때
제주도로 건너가서 성산 일출봉 맞은 편 절벽 끝까지 몰래 건너가기도 했었다...
스스로가 판단컨데 나야 허무주의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아서
자살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데 내가 딱 맞춤인 것도 같았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하다가 늘 피식 웃으며
자살에 대한 생각조차 금새 잊어버리곤 했었는데 글쎄 지금보다는 훨씬도 더 전인
어린 나이 떄 곧잘 하던 치기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내 껍데기...
그러니까 내가 죽은 뒤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추한 모습으로 보여지기는 싫어서
보통의 사람들이 했던 그렇고 그런 뉴스에나 들려지던 방식으로는 자살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은 자살을 하지 못했던 것이 정리(?)를 다 하지 못해서였지만...
이제나 저제나 최후의 순간에 써먹을려고(?)아껴둔 방법이 산 속으로 숨어드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를 걸어가다...로 하는 게 편할 것 같음이다.
참 부럽다...
자네는 지금도 참 많이 받고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자네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테고 내가 미쳐 다 알지 못하는 뭔가가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굳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보호까지는 아니라도...
어떤날 힘들고 외로운 날
터 놓고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말 없이 등 토닥거려줄 그저 자네 맘 다 안다는 듯 묵묵히 담배만 뻑뻑 빨고 있을 그런 사람일 것이라고.
도망칠려는 것은 아니야,
내가 자네 마음 다 헤아려 줄 거라고 믿고 있었을까?
그래서 자네는 내 편이었을까?
남 보기 두렵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 라고 하잖는가...
그런데 오늘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를 구분 못하는 편지를 보내버렸다.
반가운(?)답장을 기대하고 쓴 반드시 라는 편지도 아니고
아무런 대답이 없어도 그만이라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리멍텅하고 애매모호를 섞은 절실함을 버무렸기에
조금은 내 자신을 숨긴 것 같아서 다소간 부끄럽기는 하네,
어릴적 밤을 새워 쓰고 찢기를 반복하던 연애편지처럼
새벽녘 우체통에 넣어져버린 편지를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려 다시 끄집어내던 그 마음으로
내 먼저 그만 미리 작별 인사를 함세,
음악, Flying Over The Canyons / Frederic Del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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