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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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기억 되어지는 쪼가리

까미l노 2010. 3. 9. 01:25

모르는 번호가 찍힌 전화가 왔다.

기억에도 없을 뿐더러 저장된 번호가 아니기에 단 한 번의 상투적인 대답으로 "여보세요"를 한다.

 

"저에요..."

 

....

 

...

 

"어? 어쩐일이야?"

 

"그냥 잘 지내시는가 해서요,"

 

"니야 뭐 그럭저럭 살아져 있기는 한데..."

 

...    ...

  ...            .....

 

어제 받은 전화와 오늘 받은 전화 두 통은...

큰 일이(?) 생겨서 어떻게든 서로 연락을 하고

놀란 가슴들로 이사람 저 사람들과 마구 통화를 했던 경황중의 사건이겠지...

 

십 수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내 집보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건물 속에서 나만 밤샘 보초를 세우고 다들 가버리는 ...

 

죽음의 문턱은 어떤 것일까...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은 채 그냥 밤새도록 곁에 있겠다는 암시만 했을 뿐이었다.

십 수년 전 아버지이기에 곁을 지키며(?)수 많은 밤을 병원에서 보냈던 똑 같은 기분으로...

 

열어본 후 다시 닫았다는 표현...

사람의 몸을 칼이든 레이저로든 무슨 도구로 갈라서 열었다가(?) 다시 깁거나  닫는...

 

여동생은 지 큰 오빠에게 항암치료를 얼마간 해야한다고 했고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나보다...손 쓰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은 나와 조카 그리고 지 언니에게만 했던 것이리라...

 

그가 잠든 머리맡에서 하릴 없이 무료한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고

9층이나 내려간 건물 밖으로 담배를 피러 가거나 휴게소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셔야만 생기는 동전으로

잠시 컴퓨터 사용으로 시간을 떼우고 있다.

 

6명이 있는 병실엔 다들 무슨 이유로 입원을 한 것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기서는 암이라는 그 흔한 병 때문인 것 같다.

 

여자 병실에서야 그럴 리 있을까만은

남자들 병실은 한 사람 말고는 죄 나이 든 사람들인데 아내됨직한 보호자들에게 지찬이 심한 것을 본다.

꼴에 남편이라고...

그 아내 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왜 병원에서는 환자에게(어린 나이도 아니고)본인의 병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숨기는 걸까?

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위한?

 

책...

인도와 네팔 여행을 자주 하던 사람이 쓴 '슬픈 인도' 라는 책이다.

 

문득 바라나시의 겐지스강 가트에서 죽은 사람들을 화장 하던 모습이

이 새벽에 대한민국의 도심 병실의 암 병동 입원실 보호자로 있는 지금 떠 오른 것인지...

 

 

 

전화를 한 전임자는 내 가족에게 지고지순한 정성을 쏟았었다.

나 아닌 그녀에게는  당치도 않았을듯한 내 분노조차도 억누를 수 있었던 이유,

 

그런 그녀에게 늘 미안해 하고 고마워서 손 위 시누 노릇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내 여동생의 하나뿐인 지 언니가 뜬금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하던 병원을

낮에 다녀온 날의 저녁에 그녀로부터 걸려온 느닷 없는 전화...

 

드디어 지도 사십이 넘었다고 깔깔거리며 전화기 너머 저편애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

밝게 사는듯 해서 좋은데...

그래봐야 지 속은 시커멓게 타서 이미 까맣게 변했을텐데...

 

곰곰 생각하니 통화를 하고 있는 이 짓이

어이없는 사람들의 이상스런 짓인지 옛친구와 여태도 사이 좋게 지낸다고 할 그런

괜찮은 짓인지 애매모호 한데 어쨌거나 나보다 역시 속 좋은 사람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한 떄 손 위 시누였던 여자가 하도 찾을려고 성화라 그에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하던 그녀,

동갑내기 시누랑은 여전히 잘 지내니 소식이 오 가던 것을 알았나 보다...

 

지 가슴 상채기 나는 것엔 아랑곳 않은 채

나더러 스스로를 학대치 말고 제대로 좀 살라 그런다...

 

사는 동안만큼에 우리는 잘 살았던 것일까,

헤어지기로 작정하기 전 얼마동안 말이지...뭐,

 

웃으며 돌아설 수 있었던 헤어지게 된 날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묻지나 말았을 것을 괜시리 물어봐서는

당신이 해 주고 싶었던 것만 잘해줬다던 떠나기 전 그녀의 마지막 말은 아직도 뇌리에 망치질을 하고 있는 것을...

 

그녀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던  것

책...

못다 사준 수많은 책들이 그렇게도 많았는데 이제는 선물을 할래야 할 수도 없게 되었으니

내가 사랑한 여자들(?) 가운데 정말 그녀만큼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녀는 처음에도 마지막까지도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그만 "당신은 왜 그래?" 라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었다...

 

 

 

 

 

 

 

마음을 연 것이 아니라 가슴을 열었던 것이라고 해야 하나...

폐에 전이가 되었다고 어느 정도인지 열어보고서야 알 수 있는 현대 의학...

 

여느 드라마처럼 열어본 후 손을 쓸 수가 없을만큼 늦어서 도로 닫아버리고 무슨 항암치료나 집에 가서 편하게 지내라는...

그렇게 별 일도 아닌 것처럼 환자라는 사람은 퇴원을 했는데 정작 주위 사람들만 호들갑을 떨게 되고 속앓이만 하게 남겨졌다.

 

나는 더 덤덤해,

그게 나였을지라도...

 

폐가 아닌 다른 무슨 무슨 장기라면 내 형제가 아니었드라도 한쪽 쯤 떼어줄 수는 있어,

자식들 눈에 눈물은 나게 해도 돼...

하지만 화 나게 하지는 말고 살아...

 

무소식은 왜 내겐 희소식이 아니냐고...

 

 

 

 

 

 

오늘은 참 좋은 친구에게 이별을 고해버리게 되어진 그런 날일 것 가트다...아마도...

 

 

 

 

 

 

 

 

 

 

음악, Sigmund Groven / Reodor`s Bal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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