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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비 안 오네 본문
어인 일인지 만년필의 촉감을 만지고 싶어 원고지를 앞에 두고서
창 밖에 비라도 좀 내려주었으면 하다가 담배 한대 물고 베란다에 나가봤더니 별 몇개 깜빡이고 쪽달이 보인다.
얼마만에 만져보는 만년필인지...
늘 책상 한쪽 필기구통 위에 있었지만 여러 달을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냈다.
지난날들처럼 금새 몇줄 주욱 써내려갈 수 있으려니 해서
원고지 한권을 펼쳤것만 글을 모르는 사람처럼 한번도 글씨를 써본 기억이 없는 사람처럼 멍해진다.
한줄도 제대로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편지라도 썼으면 좋겠는데 우표값도 요즘엔 얼마나 하는지 알 수가 없고
그나마 기억나는 주소들도 다 까마득히 잊어 먹었구나...
만년필 속의 잉크도 말라서 아예 굳었을게야,
산티아고 길 초입 헤밍웨이가 그토록 사랑했던 론세바예스 숲 속의 강을 지날 떄
그가 지상의 천국이라며 사랑하던 그 숲의 강엔 아무도 소란스럽게 하지 않아
수많은 송어들의 무리가 유유히 유영을 하고 다녔는데 내 가슴은 왜 그리도 쿵쾅거리던지...
매끈하고 날씬한 알몸을 비틀며 수면에 물보라를 한껏 튀기며 앙탈하던 송어의 나신을 떠올리고
그곳에서 낚시를 즐기며 한가로이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얾나나 황홀할까 하는 생각을 이밤에 왜서 떠오르게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