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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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사랑

까미l노 2009. 9. 4. 17:13

사랑도 수 없이(?)해봤고

결혼도 두어 번 해봤고

죽음의 문턱도 여려차례 갔다왔으니 어지간히 해볼 건 다 해본 셈인데...

 

이십여 년 전인가...

십 일 년 차이의 사람과 십삼 년동안 함께 살면서

처음 얼마동안은 잉꼰지 앙꼰지 좌우당간 꽤 행복하게 산 것 같았다.

 

죽도록 일만 하면서도 수시로 집에 들락거릴만큼 열심히 사랑했었으니까...

봄밤에 바닷가 방파제에서 직접 잡게한 고기를 회로 만들어주니

일은 이제 그만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던 착하고 여렸던 여자...

 

어찌어찌 십여 년 전에 헤어지게 됐는데

내 일방적인 배려가 못내 아쉬었다던 그녀는 세 번의 빨간 줄인지 뭔지가 있게 된 셈이고

난 두번의 빨간 줄을 달고 산다.

 

마지막날 가정법원 복도에서 자판기 커피 한잔씩을 들고 웃으면서 헤어지는 인사를 하다가

당신이 해준 배려는 평생 잊지 못할거라면서 아쉬운 것은 내가 해주고 싶은 배려만 할줄 알았지

상대방이 바라는 배려는 모자랐다는 말에 쇠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느데...

 

무조건 다 잘해준 것으로만 알았었고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내가 이런 경험을 해야하는가 라는 다스릴 길 없는 분노만 삭였었는데...

 

내가 해주고 싶은 대로만 하는 배려...

아...

이 무슨 바보같고 어리석은 ...

 

나는 그녀에게 아무 말 못한 채 그냥 미안하다고만 했다.

내 탓도 아주 많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는 것을

그로부터 갑상선이라는 이상한 병에 걸려 꼬박 일년간을 고생했었다.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

수십 년 따로 살다가 만나 서로를 알고 인정하려면

현재의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온전히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떤 특징적인 부분에 이끌려 좋아하게 되었다지만 모든 것에 다 만족을 줄 수있는 사람이 있으랴...

스스로의 만족에 빠지기 위해 자신의 타입에 끼워맞추려는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이라는 것은 무조건적이 되지않으면 참 어려운 숙제일 뿐,

내 가슴이 열지 않았으면서 상대의 가슴은 열어둘려는 짓은 상처만 줄 뿐이다...

 

 어리석을 수도 있고 실수도 실패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반복은 하지말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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