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본문
도상거리 486km
실거리 500여 km
15박16일의 대장정 해남 땅끝-서울시청
누가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라 말해주리라...
"길이 있으니까 걷지" 라고
말한다면 우문현답이 될런지 현문우답이 될지 차치하고라도 그냥 왜 사느냐고 답해 주는 게 더 나으리라...
젊어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연세 드신분들이 꽤 많으셨으니까...^^
작년엔 7학년이 계셨었는데 올핸 6학년 중간반 분들이 최고 연장자셨으니 작년보다야 젊었었기에 사서 고생한다고 해도 되려나...
초등학교 4학년부터 노익장 6학년 후미반까지...
두 부부의 행복하게 두 손 맞잡고 걸어가던 아름다운 뒷모습...
그래...해 저무는 서쪽 하늘을 향해 맘껏 소리치고 두팔 힘차게 흔들어라~
동방의 해 뜨는 나라...여기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의 끝이 어디인지 아느냐?
대한민국 최남단 땅끝에서 걸어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저 유럽의 서쪽 끝 스페인의 해안가 절벽
순례자들들이 찾아가는 산티아고 길의 끝 피니스테레 라는 대서양을 마주 하는 절벽이란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를 등 지고 걷다보면 어느새 해는 내가 걷는 앞 길을 비춰준다.
저녁 노을 무렵 내가 갈 길을 비춰주던 해는 건너편 산 너머로 사라지고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내 길의 등 뒤에서 해는 또 다시 떠올라...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종내 길이 막히는 곳이 북한 땅이 아니라 영국땅을 마주하는 스페인의 서쪽 끝 대서양의 해안 절벽이라는 곳임을...
옛날 유럽 사람들이 믿었던 육지의 끝이라는 그곳으로 걸어갈 수 있는 날도 오겠지~
그래~
그렇게 개폼을 잘 잡으면 뱃살도 떵배도 다 감추어지는 것을...
출항(?)하는 대장정의 뱃머리에서 다들 개폼 한번 씩 잡아보고 미구에 닥치게 될 생고생은 까맣게 잊은 채...
모두들 파이팅을 외쳐본다...설마 죽기야 하려고...
나 태어나 일생에 단 한 번의 경험이리라...
누구나 꿈 꿀 수 있고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국토대장정이라지만 내 나이 어느듯 5학년...
아이들 다 키워서 장성하고 평생 남편 뒷바라지만 하다가 참고 숨어지낸 인내의 시간들
남은 것은 허무함과 늘어나는 뱃살 뿐...
언제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 해본 것이 있었던가...
일생에 단 한 번의 경험이 될지 중독이 될지 모르겠지만 ...
해남 땅끝 마을을 드디어 출발한다...
이떄만큼은 다들 설레이는 마음과 흥분을 감추지 못할 떄이다...
발바닥은 쾌적하다 못해 더 빨리 걷고싶을만치 컨디션 빵빵일테지..
흥~ 어디 두고보렴...
곧 발바닥에 불이 일고 한낮의 폭염속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를 걷노라면 아마...생지옥이 따로 없을껄~~
맞은편에서 이웃동네 걷기 동호회팀들이 걸어 오는 것이 보인다...
그네들은 이번엔 걷기보다 배를 많이 탄다고 하더라만 글쎄 국대장정의 의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걷기위해 걷는 우리들이야 오로지 길바닥 위에서만 서 있을 사람들이다...
입고있는 꺠끗한 옷가지 해맑은 얼굴들하며 지금은 밝고 맑아 보이는데 글쎄다 이거이 며칠이나 갈지...^^
가만..내가 찍은 사진이다 보니 잘생긴 선두의 내 모습은 안 보이는구나...
아, 언제나 편안하게 텅 빈 머리로 걸어볼 수 있으려나...^^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별 없어보이는 처음의 대열은 보기에도 좋은데...
다행히 올해 국토대장정 출발은 날씨 덕을 좀 보는 것인지 폭염도 없고 비도 없다.
첫날 숙소도 고급이었는데 작년 이맘때는 마을 회관에서 새우잠을 자고 67명이 수도꼭지 하나와 화장실 한개로도 버텼거늘...
저 앞에 빨간 꽃이 활짝 피었길래 헐레벌떡 뛰어가서 사진을 찍어본다.
시몬~ 니는 맨날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만 듣지말고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를 걸어오는 저 발들의 힘찬 구르는 소리도 좀 들어보렴~
걸어오는 저 대열이 참 아름답지 않느냐?
땅끝 출발 7km 라는 표지맢까지 왔다.
서서히 후미와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우리가 걷는 속도나 거리를 한번 볼까...
사람마다 약간씩의 보폭 차이는 있지만 대충 1초에 두 걸음을 걷게되는데한 걸음에 65센티미터 정도의 보폭이라고 하면
1초에 약 120에서 130센티미틀 걷게되고 1분이면 120보 / 한시간이면 약7000-7200보를 걷게된다.
통상 말하는 하루에 만보를 걸어라는 표현으로 치면 한시간 반 정도를 걸으면 만보가 되는 셈이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가 있겠지만 만보를 걸으면 거리는 약 7km가량 되는 셈이다...
아마 학생들이 국토대장정을 한다고 지나간 모습을 표지판으로 해남군에서 세웠나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구호로만 새 희망의 주인공이라 떠들지 말고 정말 국토대장정 한번은 학교 다니면서 누구나 경험하게 만들어줬으면 싶다.
성적에만 연연하는 불쌍한 아이들에게...
이거이 과연 가능한 시츄에이션인가 아니면 무슨 퍼포먼스인가...
시골 교회를 통째로 얻어 제각각 한자리씩 차지하고 널부러져 자는 모습이라니...
하느님께서도 국토대장정을 아실런지...
주여 용서 하소서~
절대 따라할 수도 꾸밈이 있을 수도 없는 실제의 모습 그대로인 시체놀이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각각 알아서 한칸에 한사람씩 들어가서 누웠으니 예배를 위해 교회분들이 오셨다가 이 모습을 본다면...난 몰러~
그나저나 참 맛있게도 잘들 잔다...
생애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던 코 고는 소리도 해보고...촌넘들 출세가 별거여~
아! 국토대장정 아니면 워찌키 교회에서 벌러덩 두러누워 코를 골아 볼거시여~
꽃무리 예쁜 꽃길을 커다란 궁둥이 살랑살랑 흔들며 걷는 아줌씨들과 어여쁜 아가씨들~
노란 깃발 꽂고 연분홍 치마는 아니지만 분홍색 찢은 우산 받쳐들고 님 나중이라도 가는 것 같다...
엄마랑 아빠랑 딸내미랑 뭐가 신나는지 손가락 브이자를 치켜들고 얼마만에 아무 생각업이 환하게 웃어보는가...
뉴스도 필요없고 텔레비젼도 신문도 세상 돌아가는 것 다 잊고 그냥 하염없이 걷는 것이란다...
발 밑에 조그만 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하구둑길에서...
학교 스앵님들도 계시고 집에서 근엄한 모습만 보이던 어버지들도 계시고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있고...
이 순간만큼은 스스로의위치도 지위도 다 잊고 오로지 길 위에서 함꼐 걷는 어꺠동무들이다...
어른들 틈에서 그닥 싫은 내색 않고 잘 참고 걸어가 주어서 너희 엄마가 얼마나 행복해 하셨는지 너희는 아느뇨?
너는 니 또래들 가운데에서 아무도 꿈조차 못 꾼 힘든 길에서 어려운 경험을 해 낸거란다.'
맘껏 자랑하거라~
발아! 발아! 사랑하는 내 발들아~
너희는 얼마나 못생기고 천대를 받았더냐...
평생을 작은 신발 속에 갇혀 다듬거나 칠 하거나(?)제대로 대접도 못 받았거늘...
오늘날 또한 이 몸뚱아리 가운데 고생은 니가 또 도맡아서 하게 되는구나...'
손이란 녀석은 가끔 지맘대로도 움직이거늘 너는 그 흔한 꾀병 한 번 제대로 내지도 못한 채 달궈진 아스팔트 길 위를
반창고며 테이프며 덕지덕지 붙힌 채 잘도 참아내는구나...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잔 것도 아니거늘 점심시간 후 휴식시간이면 그늘로 들어가 그대로 골아 떨어진다.
그 와중에도 잠 들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저녁이 되면 각 방마다 발들의 악다구니로 시끌벅적해지지만
낮엔 저리도 씩씩한 척 잘 걷는다...아마 카메라 떄문이겠지만...
발이 뜨겁다...
발가락 사이사이 생긴 물집이 바닥에 닿일 수 없어 엉거추춤하니 옆구리가 떙기고 죄골 신경통이 생길 지경이다...
하지만..어쩌라고...이 일을 어쩌면 존노?
별 탈 없음이 대표적인 발~ 끝까지 별 찰 없이 잘 참아다오~
유비무환의 대표적인 발 같은데...미리 물집방지를 제대로 한 발이다.
운동 선수들의 근육통 치료에 사용되던 스포츠 테이프가 걷기하는 사람들의 물집 방지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무이 할테지...
바늘에 실 꾀어 물집을 통과시키는 돌팔이 치료는 내 작년에 이미 산티아고에서도 수 많은 외국인들의 발에도 시술은 해줬다만...
신발을 작게 신어서 발톱을 심히 고생시킨 전형적인 발
이거이 숫제 겨울에 발가락이 시려 발가락 장갑을 낀 모습이라고 해야할 판이다...
앞으로는 메니큐어나 패티큐어 같은 것엘랑 관심 갖지말고 편하게 발가락을 뻗을 수 있게 하이힐 같은 것은 꿈도 꾸지말고
신발이나 넉넉한 것으로 신고 다니시오...
어허이...별 탈이 없음인데도 붕대를 칭칭 동여맸구만...
아예 비무장지대 지뢰밭에 들어갔다 나온 패잔병의 말 모습이구만...
아직은 발바닥은 탈 없음인데 문제는 요놈의 발가락이로다...
이 발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악중인 축구선수의 발이 아니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 발가락 한 번 쉬원하게 자알~ 생겼다...
간격은 적당히 벌어져있고 짤막한게 토실토실하게 실하게 생긴 발가락일세~
일부러 발가락을 보호하기 위해서 예쁜 창호지를 감아둔 건 아니겠지 뭐...
오른쪽 발이 유난히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면 곧 발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하고...
물집이 터져 짓물이 흐르는데...
등만 닿이면 잔다...
초딩 4학년생의 인도행 선두 깃발...차세대 카페지기 후보 일순위다~
언제 도로 한복판을 걸어보겠나...
복면달호 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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