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산다는 건 본문

링반데룽

산다는 건

까미l노 2008. 12. 31. 00:00

 

누군가가 썼을 이런 글을 어느 책에서 읽었던 적이 있는데

"산다는 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나씩 꺼내 버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몹쓸 것들이 더러 남아있는데

담배와 겨울 산 속에서 입을 옷들과 장비들

그리고 인간의 욕구 가운데 가장 추악할지도 모를 성욕...

 

담배는 지금이라도 그만 피운대도 상관 없고

길 위에서 산 속에서 만지고 입을 거치른 겨울 것들도 버리면 잠시의 아쉬움 그뿐

 

뾰족한 수 없어서 버린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쩄든 물욕도 식욕도 별 없는 지경에 이르렀거늘

가끔 주체할 수 없는 이 지랄 같은 성욕만은 가끔씩 또아리를 쳐 드니 거추장스럽다 못해

아예 인간의 '신독'을 여지없이 추하게 만들어 버린다.

 

혼자인 밤에 늦도록 깨어있는 것은 잠 들지 못해서가 아니고 외로워서도 아닌

헐떡이는 열정의 그 허무해질 초라한 내 모습을 볼 것 같아서이고 이 나이에도 다스리지 못한 열정이라니.. 

 

어느듯 늙어가면서 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을만큼의  나이가 되어

두어 번 더 연애 따위에 실패하고 혹은 가까운 사람들이 청춘의 시기에 병으로 떠나고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컴컴한 밤이 자주 찾아오고

더 이상 청춘이라고 불리워지지 않을만큼의 나이를 훌쩍 지나게 되니 

온갖 희망과 꿈 따위의 굴레에서 어지간히 놓여나게 되고

말 할 수 없이 사무친 감정에 휩싸여 문득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본다.

 

몇가닥 노래 가사로나 기억될 뿐인 초췌한 중년 

살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고 때로 사랑 때문에 칼을 휘두르기도 했던 

젊은 날의 객기였든 패기였든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아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절망에 분노하던 그 찌꺼기들 

 

어느날 불쑥 그녀가 내게 던졌던 말

열정이 남아 있느냐고... 

 

임기응변이나 재치 같은 게 나에게 있었든 없었든

평소에도 상대방과의 대화에 말문이 막히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달리 할 말이 떠 오르지도 않았거니와 그만 입을 딱 닫아버렸던 기어이 문득 떠 오른다.

 

그 물음의 의도를 단박에 알아채지 못했던 원인도 있었지만

즉답을 못 했었기에 한참을 지나 생각을 정리해서 굳이 답을 하라면

주체하지 못할 열정을 다스리기 위해 언제나 나는 허무함으로포장한다고 했을 것이다.

 

--------------

 

-----------

 

 

 

 

 

 

 

 

 

 

'링반데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0) 2009.02.16
꿈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0) 2009.01.31
허무와 열정의 찌꺼기  (0) 2008.09.17
먹고 산다는 그 위대한 명제 직업...  (0) 2008.09.08
잃어버린 시간  (0)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