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카미노의 산티아고 순례 제4일차'페르돈 언덕의 병사들이여' 본문
이 지도 사진은 친절한 한 외국인 순레자가 인터넷에 올린 지도임을 밝혀둡니다.
PAMPLONA----PUENTE LA REINA ----------25,4km
제 4일차(9월30일) '페르돈 고개'의 병사들을 드디어 만나다
난생 처음 지평선이란 것을 보게되다.
길은 경이롭다고도 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길인데 그야말로 가도 가도 끝 없는 신작로 길이다...
스페인처럼 땅이 넓은 나라이기에 지평선이라는 게 있을테지만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가히 보기 어려운 끝 간데 없는 길이다...
Camino de Santiago 를 걸어가는 것은 때론 외롭고 쓸쓸하기도 했다가 같은 길을 걷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 외로웁기라도 했었냐는 듯이 금새 되지도 않는 언어를 구사 해가면서 손짓 발짓으로 농담들을 주고 받으며 즐겁게 걷기도 하는 길이다.
지평선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신작로 길을 하염 없이 홀로 걸으면 마음은 더 없이 평화로워지기도 하고
수 많았던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 올랐다가 어느 순간에는 머릿 속이 하얗게 비워져서는 무념 무상으로 되어버리기 일쑤다...
애써 버릴려고 할 것들도 비워야할 그 어떤 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처럼 홀가분해진다.
여류작가가 이런 글을 썼던 것을 본 적이 있는데 ...
'언제부터인가 나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에도 가고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워진 마음이다.
참 좋다.'
그런 것인가...
걷는 길 내내 가지고 싶은 것 하고싶은 일 기다리는 것 거지고 싶은 것들 만나고싶은 사람 같은 게 있었던가...
길에서는 길 위에 설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저런 것들을 버릴려고 비울려고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것들은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아득하고 먼 지평선 너머의 길을 바삐 서두르지는 않는 걸음으로 재촉만 할 뿐
머릿 속 어떤 것들을 정리하거나 버리려는 어떤 생각조차 들지 않게된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와 뜨거워져 오는 발바닥의 고통 근육이 당기는 다리의 아픔만 생각날 뿐
그저 멍청해지는 듯 스스로의 신발 코만 내려다보며 걸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은 더 없이 홀가분해져서 참 좋은 것을...
멀리 언덕 아래 지나온 마을과 도시들이 아득하게 보인다.
해발 750m의 유명한 페르돈 얻덕에 서 있는 쇠로 만들어져 바람속에 세워져있는 병사들의 모습이다.
이네들은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곳은 산 능선을 빙 둘러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곳인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해서 그 옛날 이 고개에서 전쟁을 할 때의 모습처럼 바람부는 능선에 선 모습 그대로 동상이나 조각들도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들을 하고 서있다.
이런 곳들을 복음을 전파하며 지나갔을 당시의 사람을 생각하면 어떻게 자고
어떻게 먹거리를 해결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데 지금의 사람들은 저녁이면 시설이 좋든 나쁘든
숙소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잠을 청할 수 있고 음식이야 해먹기 싫으면 레스토랑에서 사먹을 수 있으니
과연 지금의 이 순례길이 고행이랄 수가 있는 것인지 휴가를 보내는 여행객들 같이 보이지는 않을까...
어느 알베르게 벽보에서 뉴스를 스크랩해둔 것을 보았는데 제목이 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여행객인가 순례자자들인가 하는...
스페인 청춘 남녀들은 삼삼오오 떼로 몰려 다니면서 저녁이면 술집을 저저하면서 밤늦도록 떠들고 다니기도 한다.
그네들은 그야말로 휴가를 아주 적은 돈으로(항공료/그외 교통비/음식에 대한 편리함등)즐기는 모습이었는데 아쉬운 것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많은 돈을 들여 자기들 나라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배려를 해서 양보를 하고 편리함을 위해준다면
그들과 함께 어울려서 서로 행복한 길여행이 될 수도 있을텐데 하는내 개인적인 생각들을 해보았다.
길가의 성모마리아 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사람들도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성당에 다니시는 분들께는 정말 가봐야할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마리아상 발 아래 한국인 아가씨가 예쁜 글씨로 엽서에 기도문을 써서 두고 갔었습니다.
아마 마리아님에게도 또한 뒤에 오는 한국인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들인가 봅니다.
메일 주소도 적혀있는데 마음이 착한 아가씨인 듯 싶습니다.
군데 군데 만나게 되는 순례자들의 무덤도 보입니다.
이곳엔 벨기에분의 무덤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특히 연로하신 분들)이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가족들에게 병원이나 침대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기보단 행복하게 이 길을 걷다가 가겠노라고
그렇게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이 길 위를 지나가셨나 봅니다.
실제 80넘은 프랑스 할머니도 이 길을 걷고 계셨는데 그 얼굴은 마치 선녀처럼 아름답고 환하게 밝은 미소로 길을 걷고 계셨습니다.
오히려 저보다 더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의 길은 마을이나 그 외 모든 길이 성당을 지나쳐가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 옛날 복음을 전파하면서 지나간 야곱 성인이 지나갔을 길을 그대로 보존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종교라는 것은 사람들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듯이 항상 사람들을 위하고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 곳을 지나가게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선지 마을마다 거의 다 지나가게 되는데 예쁜 마을도 있고
또 어떤 마을들은 사람들이 많이 떠나버려 마치 폐허가 된 것처럼 보이는 그런 곳들도 많습니다.
중간 중간 판다는 광고와 세를 놓는다는 벽보가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땅은 넓고 남미 특유의 느긋함인지 광고들이 벌써 일년도 더 넘게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만 다들 서두르는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가게들도 낮잠 자는 시간엔 철저히 문을 닫는데 호객행위는 커녕 눈으로 구경만 하고 나가도 어느곳 한군데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던 곳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시에스타라고 약국조차도 문을 닫고...알베르게도 빨라야 한시 이전에는 문을 여는 곳이 없으니까요...
아마도 최초의 복음을 전파하면서 이 길을 지나간 야곱 성인의 모습을 만들어 새운 것이겠지요...
예술가들의 섬세한 조각보다 미술에 문외한인 저에게는 훨씬 더 잘 만들어지 예술품 같게 느껴집니다...^^
나무 지팡이에 조롱박을 메달고 허름한 도포자락에 가진 것이라곤 모자 하나 뿐인...
보통의 공립 알베르게 모습입니다.
인구가 많이 사는 큰도시의 알베르게는 신축이 된 것들이 많아서 시설도 훌륭하고 규모도 크지만 오래된 작은 마을의 알베르게들은
간혹 마굿간이나 헛간 같은 것들을 고쳐서 사용하는 것들이 있어서 때론 기분이 좀 그럴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할 수 있고 빨래도 가능하고 커피라도 끓여마실 수 있으니 한국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그야말로 걷기여행 중엔 가히 천국이랄 수도 있겠습니다...감지덕지지요...
산티아고 길의 특성상 또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밤길을 걷기에는 다소 무리인지라
노을을 보면서 걷는다는 것은 애초 무리이겠지만 새벽 일출을 보면서 걷는 것은 매일 가능한지라 숙소를 나서서 한 삼십분 걸으면
저렇게 등 뒤에서 아침해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당이 있는 마을의 새벽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다보면 그곳은 그냥 아름다움이 됩니다.
하늘모습 담으면 어김없이 전봇대가 들어오는 한국의 마을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지요,
레이나의 알베르게는 공립이었고 5유로였습니다.
사설 알베르게는 입구에 있었는데 6유로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마을의 가게에서 신라면을 발견했습니다.
가격이 개당 1,9유로였습니다 .
반가운 나머지 두개를 끓여서 혼자 다 먹었습니다...얼마만에 먹어보는 한국음식인지(?)
내가 먹는 음식을 누군가 탐을 내거나 나누어줘야할 일이라도 발생할까봐 조마조마해 하면서 먹었던 것은
30년도 더 지난 군대생활 할 때 후로는 처음이었습니다만 욕심을 내어서 그래서인지 맛은 별로였습니다...
이날 이후로는 산티아고 길을 끝까지 걸을동안 라면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산티아고 길이 좋고 부러웠던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만
길가에 또는 지나치게 되는 크고 작은 마을 입구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수도 시설이 꼭 있습니다.
어떤 곳은 백 년도 더 전부터 있어온 수도꼭지도 있습니다.
걷는 사람이 존중 받는 것 같아서 한국의 보행자의 현실이 비교 되기에 그래서 더 부러웠습니다.,
스페인 젊은이들은 어디에나 어김없이 벽 같은 곳이 있으면 낙서를 하나봅니다.
뭐라고 하지요..그 스프레이 페인트 같은 것으로 그리는 그림도 있고요...
그곳이 오래된 문화재 같은 곳이었든 뭐든 상관없나 봅니다만 가끔 도로 아래 벽에 한국사람들도 낙서를 한 곳이 있기는 했습니다.
어느 알베르게 입구의 모습입니다.
알베르게들은 봉사활동을 하는 호스피탈레로이거나(산티아고 길을 다 걸은 순례자들에 한하여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사설 알베르게 주인들의 특성 때문에 제각각 많이 다른 특징들이 있는데 어떤 숙소는 더 없이 따뜻하고 편안한데 반해
어떤 곳은 강압적인 자세로 순례자들을 대하는 곳들도 있다.
좋은 호스피탈레로를 만나면 그날의 피로는 깨끗이 풀리는 듯한 기쁨을 준다.
오래 된 다리입니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흐르는 시냇물이 깨끗한데 이곳 나바라 지역은 하수도 시설은 잘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가축을 기르는 곳들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4,8km-------CIZUR MENOR 가는 길에 이 지역의 대학교인 나바라 대학을 지나가게 됩니다.
대학 사무실에 가면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줍니다.
6,0km-------Zariquiegul 식당 없음
2,4km-------Alto del Perdon 언덕
UTERGA 경치좋은 바람의 언덕 페르돈 고개 철로 만들어진 병사들/십자가/내리막 자갈길 급경사 주의/
진흙길/알베르게 두개 있음/7율로/삼거리 오른쪽길 건너 광장 빠(페르돈 정상에 순례자 조형물/가시 면류관 쓰고 못박힌 에수 청동 조각
1,7km-------Obanos 사설 알베르게는 8유로/할아버지 운영 알베르게 6유로
10km,도는 곳에 팔각정 성당(Eunate)옆의 숙소
약수터 보이면 식수분비/십자가 인상적임/정상 전체를 따라 거대한 풍력발전기/비극적인 남매의 전설이 전해지는 오마노스 전설
오바노스 교회/해골/포도주
2,3km-------Puenta la Reina 11세기 만들어진 유명한 다리.황소축제(주일6시30분)약국,학교,슈퍼마켓,잔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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