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카미노의 산티아고순례 제2일차(헤밍웨이가 말한 천국 같은 곳) 본문
이 지도 사진은 친절한 한 외국인 순레자가 인터넷에 올린 지도임을 밝혀둡니다.
제2일차(9월28일) RONCESVALLES(Orreaga)-ZUBIRI 22KM
3,2km--- Burguete (Auritz)아침을 지나가다 이곳 바에서 해결할 수 있음 /카페콘레체와 (밀크우유)빵 또는 파이
헤밍웨이 송어낚시터 '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 집필한 곳
길가에 일본인 무덤/
헤밍웨이는 이곳을 천국으로 묘사함
3,5km---Espinal(Aurizverri)
1,9km---Alto de Mozquieriz
3,5km---Viscarret
2,0km---Linzoan
4,1km---Alto de Erro
3,7km---Puenta de Rabia
0,7km-------------------------------------ZUBIRI(제 2일차 숙박지)
시차(7-8시간) 적응이 덜 되어서인지 밤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숙소라는 곳이 싱글침대 수준보다 조금 더 좁은 것이고 옆 침대와 다다닥다닥 붙은데다가 2층으로 되어있으니
불편하기 이를데 없고 게다가 아래 위 서로가 조금이라도 뒤척이기라도 하면 마치 파도에 밀리는 배 처럼 출렁거리고 삐거덕 거리기도 한다...
그 와중에 이곳 친구들은 남녀가 행복한 씨름까지 해대니 우와아...그런 음악 어디서 또 들어보랴~ 다들 모른 척 해주기는 하더라만...
그리고 음식이라는 게 도저히 입에 맞질 않아서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으니 무척 괴롭다...
양식이 입에 맞는 사람들은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예전 군 생활을 카투사 복무를 했을 때도 음식이 맞질 않아 고생했었는데
유럽의 음식이라는 게 다 이런 것인지 짜고 차고 기름진 것들 투성이라 과일이나 채소 외에는 먹을 게 없다...
아주 딱딱한 바게뜨 빵에다 치즈나 베이컨처럼 생긴 얇은 돼지고기를 말려서 사이에 넣어 먹기도 하고 말린 돼지고기를 순대처럼
단단하게 말아서 가지고 다니면서 썰어먹기도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것도 모자라 소금을 쳐서 먹는데 이건 뭐...완전 소태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거리를 나섰다.
예의 채 마르지 않은 양말과 속옷을 배낭에다 매달고(이건 뭐 국토 대장정 때 늘 하던 짓거리니)
숙소를 나오니 금방 숲 속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선다.
함꼐 갔던 인도행 여성회원께서는 혼자서는 무서워서 도저히 걸을 수 없는 곳이라고 하던데 나는 너무 좋기만 한 길이다.
어떻게 이런 길을 이렇게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는 것인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길을 다듬거나 무슨 계단을 조성하거나 공원이나 매점 화장실 그딴 것들을 만들어 두지도 않고 그냥 자연 그대로 보존한 상태이다.
나무가 넘어 넘어지면 길 가로 밀쳐 두고 낙엽이나 열매가(도토리 밤 딸기 등)떨어지면 그대로 흙으로 돌아간다...
알베르게를 나와 새벽 길을 나서는 고풍스런 성당 너머로 아침해가 붉게 떠 오른다.
성당 종탑 누각 뒤로 떠 오르거나 지는 해는 그야말로 평화로움이다...성당을 다니는 사람이거나 절에 다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누구에게든...
산티아고 포스텔라까지 790km가 남았다는 정겨운 표지판인데 우리나라 어디에 걷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하는 표시판이 있던가...
아스팔트 갓길을 걸어가면 미친 놈들이라고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리라...
제발하고 새로 만드는 도로에는 사람들이 걸어서 지나갈 수 있게 하거나
그 조차 안 된다면 차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갓길 한뼘이라도 열어주소서~
바닥에 그대로 수북히 쌓여 썩어가는 낙엽을 밟으며 걸아가면 고생하는 발바닥에게 그나마 덜 미안해져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아직은 뱀을 한 마리도 발견 못했는데 스페인의 뱀은 어떻게 생겼을까...
스페인의 동식물들은 어떤 것들이며 곤충 같은 것들에도 호기심이 있어서 사진으로 담아가고 싶다.
숲 오솔길 너머 내가 걸아가는 길 따라 해가 떠 오른다.
새벽에 일출을 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여기서 만난 성당에 다니는 한국의 아가씨가 앞에서 걸아가는데 모두들 배낭에 메달고 가는 가리비 조개문양이(콘차)
마치 야광인 것처럼 빛을 받으니 하얗게 반사가 되어서 눈 부시다...
뭔지 모를 가슴 뿌듯한 경이로움에 마구 고함이라도 치고 싶고 이 아름다운 새벽의 숲길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어진다.
아무에게라도 잘해주고 싶고 마구 사랑하고 싶고(종교적인 것 비스무리하게)...
그래...턱없이 사람이 선해지는 느낌 내가 지나치게 감성적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 괜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그런 아침의 길을 걸어간다...
세상 더 없이 편안한 자세를 이렇다고 해야 하나...
바닥은 그 어느 양탄자 보다 더 부드럽고 기대인 등 뒤의 나무가 내 애인처럼 정답게 느껴진다.
떠 오르는 가을 햇살도 한낮의 가을 햇볕도 유럽 사람들은 그야말로 황금보다 더 좋아하는 듯
나는 한낮의 햇살을 피해 다니는데 그들은 바에 앉아서도 지는 해를 따라 양지쪽으로 따라 다닌다...
헤밍웨이가 송어 낚시를 하던 곳이기도 하고 '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를 집필한 곳이라는데
그래서 여기를 헤밍웨이 할배는 천국이라고 그랬던 것일까...
길 숲 사이를 흐르는 큰 냇가 물 속을 유심히 살펴보면 팔뚝만한 송어들이 유유히 헤헤엄쳐 다니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으면 사흘 정도면 아마 송어는 씨가 마를테지...
길가에 이곳을 걸어 지나던 일본인의 무덤이 있다.
이곳 산티아고 가는 길가엔 꽤 많은 사람들의 무덤이 있기도 하는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 은퇴한 유명 음악가들
꼭 이 길을 걷고 싶었으나 늦게 알게 되어 나이가 많고 쇠약해서 걷기 어려운 노인들도 이 길을 걷다가 죽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며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걷다가 죽는다고 한다...
집과 집 사이에 벽이 없다.
아니다 벽이 없는 게 아니고 답장이 없구나...
아파트라고 하기엔 작은 이 삼층 집들이 전부 떨어진 곳이 없이 서로 붙어있는 모습이다.
혹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서로 튼튼하게 이어 짓는 것일까 라고 잠시 생각해봤지만 유럽에 지진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적이 없는 것 같고...
집 앞이 바로 차도인데 평소에 문들은 다 철처히 닫혀있다.
스페인 역사를 제대로 아는 건 아니지만 주워 들은 바로는 그 옛날 이슬람 세력들이 쳐들어 왔을 때
피해를 줄일려고 덧문을 단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봤지만 다소 엉뚱한 것 같기도 하다...^^
창문엔 격자 문이 또 달려있고(빛 차단용인지 소음 차단용인지) 어쩌다 사람이 나올 때 안을 들여다보면 대문 안 일층은 무척 어둡다.
나중에 들은 아야기로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덧문을 단다고 한다.
그러면서 좀처럼 에어컨이 있는 집이 없다...
집들마다 이층 창가엔 예쁜 꽃들의 화분이 즐비하고 집 주인들이나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인지
길 가던 나그네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마운 벤치들이 꼭 있다...
집들은 그리 크지 않고 담장은 있어도 높지 않고 마당들이 예쁘게 잔디로 깔려있고 실내로 통하는 대문에는
두드리는 손잡이 모양이 제각각 재미있게 생긴 것들이고 우체통 장미 꽃 아주 귀여운 대문들...과일 나무들..
쉬면서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아 길 가 쓰러진 고목나무위에 상을 펼쳤다.
짙은 숲 속으로 햇살줄기들이 틈입해 들어오고 나무에는 잔뜩 이끼가 끼인 채 이름모를 버섯들이 메달려있다.
도마뱀인지 도룡뇽인지 발견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전에 예의 그 빠른 달리기 실력으로 재빨리 숲 속으로 숨어버렸다...
점심 식단이래야 고작 바게뜨 빵 사이에 소시지와 치즈를 끼워 넣고 사과 한 알과 과일쥬스...이만하면 그닥 초라한 점심은 아닐지 모르겠다만
한국의 아침식사에 늘 빠지지 않는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진 내 뱃속은 연일 시위를 하는 중이니...
평소 잘 안 찾던 미역국이 왜 그리 생각이 나던지...(마른 미역을 봉지에 담아 파는 그게 있었다면...)
처음엔 소심해서 안 따먹었던 산딸기였는데(블랙베리/블루베리)외국인들도 따 먹길래
나도 그후로는 걷다가 숲길가에 달린 탐스럽게 익은 놈들만 보이면 열심히 따 먹었는데 야생이고 키우거나 관리하는 게 아니라서인지 끝맛이 덜 달다.
프랑스 여성들과 한컷~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은 참 따뜻하게 대해주고 이웃집 누이들처럼 다정하게 사람들을 대한다는 느낌이다.
모두들 묻는 한마디가 있는데 왜 요즘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산티아고 길에 많이 걷는냐고...난들 알겠수~
한낮의 따스한 가을 햇살에 나는 채 다 마르지 않았던 간밤의 빨래들을 오른쪽 풀밭 양지 바른 곳에다 널어 말리는 중이고
불란서 아지매들은 윗옷을 훌렁훌렁 벗어서 살갖을 말리느라 분주하다...
그들은 자주 햇빛을 쪼여주지 않으면 피부에 오히려 안 좋대나 뭐래나...
일주일 휴가동안 산티아고 길을 걷고있다던 스페인 간호원 아가씨 카르멩과 마리아
이 사진의 아가씨인 까르멩은 가지고 있던 카미노 길 산티아고 책을 친히 사인까지 해서 나에게 주면서 휴가가 끝나 집으로 가야 한다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책이 없을테니 도움 되면 좋겠다며 선물로 주고갔다...
책은 일기엔 어려운 수페인 글로 되어있지만 전체 산티아고 길과 카미노 길에 대한 역사와 성당의 사진들
그리고 각 코스에 대한 전체 지도 숙소등이 총 망라된 아주 상세히 기술되어 있는 귀중한 책이었다.
마리아 라는 카르멩의 친구인 마리아 라는 아가씨...
이 아가씨는 결혼을 했는데 일주일씩 어떻게 올 수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더러 아이들 잘 돌보고 집 잘 지키라면서 왔다는데
한국의 남편들도 아내를 이런 길에 여행 보내줄 수 있을지어다~
사과 두개/검은 쵸코바와 하얀 쵸코바 각 한 개씩/바게뜨 빵 썰은 것 네 조각....
아주 오래 된 옛 다리 위에서 한컷~
여기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혹시나 하고 살펴봤는데 역시 스페인에도 네잎 크로바는 있었더라는 사실...
오늘은 지도상의 한 코스인 라라소나(27,7,km)까지 다 걷지 않고 그냥 주비리 마을 입구인 다리를 건너 나타난 큰 길을 가로질러
200m올라간 공립 알베르게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다리를 건너자말자 나타나는 사설 알베르게는 10유로이고 공립 알베르게는 6유로이다.
비�남처럼 한낮에는 낮잠자는 관습으로(시에스타) 인해 주로 낮에는 가게가 문을 닫기 때문에 배가 고파도 참을 수 밖에 없다.
침대에다 침낭을 깔아놓고 빨래와 샤워를 마친 후 배낭 속의 짐을 다시 정리하기로 하는데 당장 필요에 없는 메트리스/손톱깎기/건전지/노우트 등 많은 것들을 이곳에서 버리고 가기로 한다...이상하게 다리와 발은 괜차노은데 왼쪽 어�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해결을 위해(이곳은 부엌시설이 없음)알베르게를 지나 도시도로 끝 지점에 있는 레스토랑을 가기로 했다.
성당에 다닌다는 아가씨와 해군 대령 출신이셨던 분 그리고 인도행 회원여성 한 분과 넷이서 풀코스라는 12유로의 식사를 주문했는데
먼저 스프가 나오고그 다음 얇게 썬 고기 두 조각과 감자 튀김 생수와 와인/후식으로 과일 통조림에 든 과일 몇조각에 12유로를 지불했다.
음식은 비싸고 국(스프)이며 고기등 입에 별로 맞지는 않았지만 많은 돈을 주고 사먹는 음식인지라 억지로 다 먹었더니 배는 부른데 느끼하다...
애초 나는 이 길을 걷겠다고 올 때 고생따위 각오했었고 짐작 한대로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숙소사정도 편하지 않고
발과 다리가 고통으로 힘 들지 모른다는 각오도 다 했었기에 잘 참고 걷는다.
다 퍼낸 밥솥의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먹는 한국인을 보아도 그들은 신기해 하거나 의아해 하기는 해도 틀렸다고 하거나 놀리지는 않는다...
다만 신기한 한국의 음식 습관이라고만 볼 뿐,
팁 : 이 코스의 길은 그다지 힘든 길은 없었고 예쁜 숲길이 많은 곳이었음
알베르게 시설은 그저 그런대로 괜찮았고 다만 부엌이 없어서 음식을 미리 준비해 가거나 사먹어야 함(마을 입구에 작은 가게2-5시)
약국있음 바 몇군데 사설 알베르게는 10유로인데 커피 자판기와 전자렌지도 있음
5,5km 더 걸어가면 라라소나에도 식당과 숙소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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