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샘기미 본문

측은지심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샘기미

까미l노 2007. 11. 22. 00:55

신작로도 아니고

그냥 흔하디 흔한 아스팔트가 갈대밭 사이로

완만하게 굽이진 길로 쉬엄쉬엄 달려갑니다.

 

뒤 따르는 차들이 없어서

이렇듯 한가로운 달리기가 되니까

마음조차 더 없이 평화롭습니다.

 

당진이라는 조그만 포구를 지납니다.

삽교라는 곳도 들어 보셨을 테지요...

어선 이라기엔 너무나 작게 보이는 배들

그냥 먼데 섬처럼

점점이 떠 있는 구름조각들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당신도

서해 바다를 보고 싶어 하셨을테지요...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있는 듯 해서

그래서 철 이른건지 늦은건지 모를

그런 모습을 한 바다입니다 .

 

주위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가

서울서 온 듯한 연인 사이인지

한 커플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뭘 찾으러 왔던건지 두리번 거리기만 하다가

찬 바닷바람에 놀라 이내 도망 갑니다.

 

실망스런 모습으로 무슨 엘도라도 라도 찾다가

그들 눈에 뵈이는 황량한(?) 바다 때문인지

그렇게 가 버려서 저는 더 좋습니다 .

 

그냥 이렇게 나 혼자만 보는게 지금은 더 좋습니다.

아,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을테지요 ...

 

작은 포구지만 아늑함은

여느 다른 바다보다 전혀 못하지 않습니다.

소나무가 사구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위에

세상 더 없는 편한 모습으로 퍼 질러 앉습니다.

 

해가 수평선과 거의 맞닿아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붉은 석양은 아니 보일 듯 합니다.

바다의 는갠지 해무인지 좀은 희뿌옇습니다.

 

더 이상 바다 끝으로 나갈 수 없는데

해의 긴 빛 그림자가

제가 퍼질러 앉은 발 앞까지 뻗어옵니다.

 

당신은 서해바다가 파란색이란걸 혹 아셨던지요...

서해는 늘 탁한 색이었습니다 .

 

서해를 떠 올리면

언제나 긴 갯뻘과 모로 쓰러진 어선들

파도가 잘 뵈질 않던 서해에도

하얀 포말과 깊고 푸른 그래서

섬 하나 끝 간데까지 어디에도 뵈지않는

그냥 깨끗하고 차가운 색의

창망대해가 있다는걸 오늘 이곳에서 보게됩니다.

 

초입의 샘기미라는 마을과

파도소리가 저리 참해서

이곳이 파도리라는 이름을 가졌나 봅니다.

 

해 그림자도 사라지고

붉은 테두리가 점점 더 선명해져서

구름을 달고가는 달의 모습처럼

해가 저렇듯 예쁜 모습을 하는걸

당신께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 가져봅니다.

 

그때가 와서

다시 이런곳에 설 수 있다면

당신에게 점박이 농어와 은회색 농어의

화려한 유영을 얘기 해 주고 싶습니다.

 

여름의 뜨거운 바다에서 농어들이

멸치떼를 포위하는 그 얘기를

당신과 나란히 퍼질러 앉아서

바다의 전설에 눈빛 반짝일

그런 이름의 당신에게 하고 싶습니다.

 

 

 

 

 

온전한 혼자의 파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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