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샘기미 본문
신작로도 아니고
그냥 흔하디 흔한 아스팔트가 갈대밭 사이로
완만하게 굽이진 길로 쉬엄쉬엄 달려갑니다.
뒤 따르는 차들이 없어서
이렇듯 한가로운 달리기가 되니까
마음조차 더 없이 평화롭습니다.
당진이라는 조그만 포구를 지납니다.
삽교라는 곳도 들어 보셨을 테지요...
어선 이라기엔 너무나 작게 보이는 배들
그냥 먼데 섬처럼
점점이 떠 있는 구름조각들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당신도
서해 바다를 보고 싶어 하셨을테지요...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있는 듯 해서
그래서 철 이른건지 늦은건지 모를
그런 모습을 한 바다입니다 .
주위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가
서울서 온 듯한 연인 사이인지
한 커플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뭘 찾으러 왔던건지 두리번 거리기만 하다가
찬 바닷바람에 놀라 이내 도망 갑니다.
실망스런 모습으로 무슨 엘도라도 라도 찾다가
그들 눈에 뵈이는 황량한(?) 바다 때문인지
그렇게 가 버려서 저는 더 좋습니다 .
그냥 이렇게 나 혼자만 보는게 지금은 더 좋습니다.
아,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을테지요 ...
작은 포구지만 아늑함은
여느 다른 바다보다 전혀 못하지 않습니다.
소나무가 사구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위에
세상 더 없는 편한 모습으로 퍼 질러 앉습니다.
해가 수평선과 거의 맞닿아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붉은 석양은 아니 보일 듯 합니다.
바다의 는갠지 해무인지 좀은 희뿌옇습니다.
더 이상 바다 끝으로 나갈 수 없는데
해의 긴 빛 그림자가
제가 퍼질러 앉은 발 앞까지 뻗어옵니다.
당신은 서해바다가 파란색이란걸 혹 아셨던지요...
서해는 늘 탁한 색이었습니다 .
서해를 떠 올리면
언제나 긴 갯뻘과 모로 쓰러진 어선들
파도가 잘 뵈질 않던 서해에도
하얀 포말과 깊고 푸른 그래서
섬 하나 끝 간데까지 어디에도 뵈지않는
그냥 깨끗하고 차가운 색의
창망대해가 있다는걸 오늘 이곳에서 보게됩니다.
초입의 샘기미라는 마을과
파도소리가 저리 참해서
이곳이 파도리라는 이름을 가졌나 봅니다.
해 그림자도 사라지고
붉은 테두리가 점점 더 선명해져서
구름을 달고가는 달의 모습처럼
해가 저렇듯 예쁜 모습을 하는걸
당신께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 가져봅니다.
그때가 와서
다시 이런곳에 설 수 있다면
당신에게 점박이 농어와 은회색 농어의
화려한 유영을 얘기 해 주고 싶습니다.
여름의 뜨거운 바다에서 농어들이
멸치떼를 포위하는 그 얘기를
당신과 나란히 퍼질러 앉아서
바다의 전설에 눈빛 반짝일
그런 이름의 당신에게 하고 싶습니다.
온전한 혼자의 파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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