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왜 걷느냐고 묻거든 #2 본문

측은지심

왜 걷느냐고 묻거든 #2

까미l노 2007. 11. 22. 00:53
반!
어제도 찾아 헤맸다네,
지쳐 쓰러질 때 까지 길 위에서 내려서지 않을 수 있게 될 희망을 찾아서 말일세,

어제도 걷고 오늘밤에도 어둠 속을 내쳐 걷다가 아침을 이어서 한 낮에도 계속 걸었네,
왜 걷느냐고 한번도 묻지 않을 당신이지만 그래도 그냥 묻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네
왜 살아왔는지 사랑했는지조차도 아직 미쳐 할 대답을 모르니
왜 산 속을 들어서는지 왜 길 위에 올라 서는지도 역시 모르기는 마찬가지일세...

한 번의 시간을 건너 뛸 때까지는 아쉬워지는 시간이 허기일세,
그러다가 두번을 건너뛰게 되면 힘은 좀 빠지지만 속이 비어서 몸은 외려 한결 가뿐해진다네,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이대로 길 위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리게 되기를...

길 위에서 잠시 도심으로 들어서서 지인들이랑 밤 늦도록 술잔을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난 잠시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평화롭다는 생각도 했었지...

그들과 헤어지고 난 혼자 도시를 헤맸다네,
가고 싶은 곳도 오라는 곳도
내겐 가야 할 어느 곳 조차 딱히 이 거대한 도시에 없을테니 어슬렁거리기만 했다네...

쉴 곳이 있었으면 하는... 잠시 작아진 마음을 달래며
사람들 틈의 한 구석에 그냥 웅크린 몸뚱아리 작게 만들어 새벽의 길 을 기다리고 있다네...

慕山請雨
백제 풍납토성-올림픽 공원 -천호동 1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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