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그 뜨거웠던 여름 한낮의 국토순례길에서 #2 본문
어느새 내 나이를 내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먹어버린 것 같다...
저 맑고 밝은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있자니 저 아이들이 내 딸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니...
반복되던 잔소리와 똑바로 하라고 연신 혼내던 나에게 아버지 같다 라며
내 의지를 무력하게(?)만들어버리던 저 아해들...
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한 이 여름 한낮의 길 위에서 나는 눈물겹게 행복했었다.
발바닥의 근육은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가슴 한켠에선 무언가 뜨거운 것들이 치밀어 오르는 듯 하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힘은 더욱 부치는데 마음만은 오히려 행복해진다...
사람들은 싸우지 않고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일까...
잠시 다투고 조금 욕심 내었다가도 이내 미안해 하고 서로 보듬어 안으며 그렇게 사는 것 정말 안 되는 것인가...
내내 길을 걸으며 생각했던 내 화두는 아마도 평화 아니었을까...
앞서 가는 뒤뚱거리며 걷고있는 저 사람에게 미안해 한다...
아침에 조금 잘못하고 늦어졌다고 괜시리 화를 냈었던 것이 못내 미안한데...
미안했었다고 끝내 말을 못했다...
아직도 나는 어리석고 아집에 가득 찬 모습 그대로이다...
다시 더 걸어야겠다...
가슴 벅찰 일들이 살아가면서 몇번이나 있을까...
요즈음 세상의 인생살이란 게 괜히 쓸데 없이 가슴따위 벅차고 그러면 바보처럼 못 산다 그러던데...
땀에 쩔은 모자 한개 하늘에다 던지면서 가슴 뜨거워졌던 나는 여전히 바보처럼 제대로 못 사는 건 아닐까 ..
출발 선상에 서는 것이란 언제나 설레임과 기대반 호기심 반이다...
내가 떠나는 여행길은 언제나 두려움이 뒤섞인 준비 덜한 일단 떠나고 보자이다...
얻는 것 보는 것 언젠 모자랄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자꾸 평화로워지는 모습을 발경한다 스스로에게서...
니 편 내 편 천지인 이 세상에서 저들은 각기 서로의 편이 될 수 있을까...
되어 줄 수 있을까...
세상에 와서 소풍 끝내고 간다던 어느 시인은 소중한 자기 편 한사람 남겨두고 떠났거늘...
저들도 무조건 편 들어주는 사람 한사람씩 만들었으면 참 조케따...
날아라~
날아 올라라~
힘 든 인생살이 저 하늘로 다 날려버리게...
근심 걱정 길에다 다 버려두고 홀가분하게 일상으로 돌아들 가소서~
지도를 들여다 보고 일정을 확인 하면서 내 머리 속은 또 다른 길 위를 꿈 꾸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언제까지 살아있을꼬...
참 맑은데 저리도 밝은데 ...
곧 길 떠날 저들에게도 다툼과 욕심 근심 같은 자잘한 인생들이 가슴 속에 담겨 있을까...
그래서 나처럼 삶이 고단하기라도 할까...
그래...
그렇기는 해...
길 위에서는 단순해져서 참 다행이야...
발이 다리가 또는 내려쬐는 햇살이 너무 강해 더위에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어져서 참 다행이야...
멍청해진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건강하고 밝고 씩씩한 아름다움
너는 참 올곶은 멋진 사람이란다...
가끔은 내 모습이 괜찮게도 보여져서 좀 더 살고 싶어진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곧 죽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누가 절대자라도 있어서 허락을 하는 삶이라면
그런대로 살아져도 괜찮을거란 미련이라는게지 뭐...
저 모습은 아직도 아집에 가득찬 그런 모습이야...
링반데룽!
그냥 허허 웃으시게...
지독히도 고집스럽고 강팍한 인상일세...
왜 그리 사는 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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