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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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금 마루금

미운아빠와 못난아재의 국토순례기 #2 강진편

까미l노 2007. 12. 10. 22:43

"라면 코펠속 입맛 다시기 전 빗물은 떨어지고..."

 

날씨: 잔뜩 흐렸다가 점심 먹을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비

오늘 걸은 거리 27.5km

총 걸음 수 약35,000보

 

그렇게 첫날밤을 무사히(?)치르고 둘 째날 걸음을 시작하는데...

다행이 어제의 아픈 어깻죽지와 발바닥 고통은 씻은 듯 가셔졌기에 두놈은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거리면서 출발한다.

 

오늘은 잠 자기 좋은 곳이 보이거나 (어젯밤의 고통으로 무조건 뜨거운 물 잘 나오는 욕실있는 모텔을 머리 속으로 그리며)

정 안 되면 야영하기 좋은 곳에서 걸음을 멈추기로 약속하면서 간다.

 

 

 

 

 

 

오늘 지나가는 길들은 일전에 산행을 왔었던 곳들을 지나가기에 감회도 새로운데 

차례대로 시인 고은님께서 극찬하셨던 숲이 아름다운 미황사가 있는 달마산과 고찰 대흥사를 품고 오르는

산행길이 아기자가한 두륜산 그리고 바위능선이 너무도 아름다운 주작산의 하늘금들을 계속 보면서 걷는 길이다.

 

오늘 역시 간밤의 설친 잠으로 인해 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점심식사를 한시가 넘겨서 하게 된다.

혹시 몰라서 예비로 넣었던 라면으로 인해 식당을 못 찾은 다행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하고

길가 잔듸밭이 멋진 곳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라면을 끓여 막 한 젓가락 뜰려는 찰라~

갑자기 어디선가 후두둑 소리가 난다...

 

두놈 다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라면 한 젓가락씩 입에 넣으려던 모습으로)문득 올려다 보는 하늘은 머땀시 그리도 무심한지

갑자기 비님이 오시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지기*  신발끈 가트니라구...일기예보에 밤 늦게 온다 그러더니만...

 

무꼬 주근 구신 때깔도 조타고 ...그래도 식사는 마져 해야지...그 북새통에도 미운아빠는 우산 쓰고 라면 묵는 내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쁘고

허겁지겁 라면을 해치우고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꺼내입고 바삐 길을 재촉한다.

 

조금 오다가 그치겠지 하던 비는 계속 오고 지나차는 차들은 왜들 그리 빠른 속도로 달리던지 기름값이 아직도 싸나...

아침에 괜찮았던 어깻죽지와 발바닥이 "이놈들 봐라?" 내 신호를 무시했겠다...라고 하면서 아예 본격적으로 욱씬거리기 시작하고

따끔거리는 것이 수상해진다 싶은데 그예 미운아빠는 불집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날은 저물려고 하고 발바닥에 탈은 나기 사작한데다가 어깨쭉지는 아예 아우성을 친다.

게다가 마른 장작같은 내 허리주위 뼈가지들은 배낭 밸트의 쿠션으로는 턱도 없는지 온통 아픔을 호소한다.

 

강진이라는 입간판만 보고 무작정 걷는데 배낭의 무게와 추적추적 내리는 비 그리고

달리는 차를 피할 마땅한 여유공간도 없는 보행자 도로하며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길가에 면한 집의 개쉐이들은 죽어라고 아우성들이다...

 

비 때문에 앞도 제대로 못 쳐다보는데 달리는 차들 때문에 연신 헤드랜턴으로 빙빙 원을 드리며 신호를 하며 걷는다.

경광등이 있으면 야간에도 걸을 욕심을 내게 될까봐 아예 갖뎌오지를 않았는데 인도행 예쁜 아가씨 '워크홀릭' 낭자가 선물한

조그마하고 빨간 경광등이 지금은 너무 아쉽다...

 

겨우 겨우 강진읍에 도착하고 야영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뜨거운 목욕이 그리워 곧바로 보이는 모텔을 찾아 들었다.

내려 누르는 눈꺼풀이며 비에 젖은 것들을 빨래를 하려다가 밥 먹으로 나와서 피씨방을 찾았다...

 

인도행의 토끼풀의 반가운 전화...

동해안 겨울 장기도보 이야기를 잠시 하면서 건간하고 행복한 국토종단을 마친 후 합류해서 동해안 겨울 장기도보에 합류해서

감포까지 걸어 내려간 후 이어서 부산까지 여럿이 같이 내려가자는 응원의 말씀 고맙습니다~ 

 

미운애비와 못난아재의 국토종단 이틀째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늘밤엔 아마도 두놈 다 온 몸의 삭신이 욱씬거릴 것 같고 비 때문에 어누워진 거리를 서둘러 걷는답시고

다소 무리를 한 어리석은 벌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이 내일 아침에만 그럭저럭 참을만이라도 할 정도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잠을 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