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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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금 마루금

미운아빠와 못난아재의 국토순례 #1 땅끝-쇄노재편

까미l노 2007. 12. 10. 20:51

'해를 등진 채 휘적휘적 바람을 가르며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다' 

 

날씨 구름 조금 햇살 따뜻했으나 바람 많았음

오늘 걸은 거리 29,87km

걸음 수 약 40.000보

 

이 저런 사정으로 만 5일이 늦추어진 동절기 대각선 국토종단 첫 걸음을 시작하며

해남 갈두리 땅끝 표지석에서 미운아빠와 못난아재는 

서글픈(?)이땅의 마지막 지점 아래 보이는

저놈의 바다는 어찌 저리 아름답냐며 바삐 걸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갖은 똥폼을 떨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아침 8시에 출발하려던 계획이 9시30분을 지나고서야 시작됐으니

앞으로의 긴 여정에 고생은 불 보듯 뻔할 터...

 

산 길에서 된비알 오르막도 아니고 가파른 내리막 산행의 산길도 아닌 곳에서

이토록(?)무거운 배낭은 처음인지라  아뿔싸~ 제대로 일어서지지가 않는구나,

역시 난생 처음 장기도보를 하게 되고 

어린아이 키만한 배낭을 스스로의 등에 업어보는 미운아빤들 오죽하랴... 쯧~

 

그래...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라는

야심만만한 생각으로 (큰 코는 나중에 다치면 되지 뭐...)

힘차게 걸음을 내 딛는다만...

 

얼마간 걷고나면 지나치게(^^)무거운 배낭으로 인해

어깨가 쑤시기 시작하고 발바닥에 신호가 슬슬 오는데

시계를 보노라면 거의 40분을 지난 시점이 되고

꾹 참고 10분을 더 걷는데 아직까지는 각자 약속을 지키는 중...

 

거의 50분 정도를 걸은 후 10분을 쉬기로 했는데

쉬는 시간이 약 15분이 훌쩍 지난간다.

출발시간도 늦었는데 쉬는 시간도 야금야금 갈아먹고

점심식사할 마땅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길가의 구멍가게를 발견하고 신라면 두개와(2인분에 공기라면 1개 추가) 

닭이 낳은 새끼 두개(영양을 고려함)

아쉽게도 햇반을 팔지않는 시골인지라 쌀 삶은 것은 구경이 어렵게 됐다만

그나마 길가에서 끓여먹는 푸짐한(?)맛으로

개눈 감추듯 해치우는 것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워낙 배낭이 무거운지라 걸을 때보다 쉬었다가 다시 걷기 시작할 때가 더 곤혹스럽다.

발가락과 무릎에 미약하나마 신호가 오시 시작하면

연락없이 소요시간은 40여 분이 지난 시점이 되고

도로변에 보행자를 배려한 흔작은 이곳에서도 전혀 찾을 길 없는데

해남군에는 다행이 정자를 곳곳에 세워둔 덕분으로

잠시 잠시 쉬어가기에는 더 없이 안성맞춤이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

 

동짓달이고 중순으로 갈수록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는지

5시30분 정도 될 무렵에 해가 지기 시작한다.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가도 가도

오늘 하룻밤을 유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어깻쭉지랑 무릎이랑 발바닥이랑 서로 자기가 더 힘들다며 아우성들이다만

이 주인도 죽을 맛이기는 너희들보다 더 하단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해 떨어지기 얼마 전에 보았던 모텔에서

그냥 잘건데 아직은 첫날이랍시고 견딜만하다며(?)

까불다가 큰 코를 (실제 코는 작음)

다치기 시작하는데 바야흐로 큰일은 나기 시작한다...

 

해에는♪ 저어어서어♬~어두우운데에♩~차아자 오오오느은 사아라암 어음꼬오~♬  

가도 가도 야영을 할만한 곳이나 모텔 여관 민박 그딴 간판이 안 보인다.

 

지칠대로 지친 발바닥이랑 어깻죽지를 달래면서 겨우 찾은 곳은 주유소 뒷마당에 허락을 받은 텐트 칠 공간...^^;;

주인을 어르고 구슬려서 빈 방 혹시 없는지 물었더니

오래 전 직원들이 사용하던 골방이 있다면서(약간 자랑하듯이) 안내해준다...

끼얏호!!!!!!

사람은 인상이 선하고 봐야되능기라~

미운아빠가 말했으면 어림없었지 ...

암..어림 없었고 말고...히히

 

금상에 첨화라 골방 안에 큰 텐트가 쳐져있고 화장실도 있다...

있네...있구나...그런데...그런데다...

발은 시려오고 물은 쉬원한 물만 나오고

방바닥인지 얼음판 위인지 발을 제대로 펴고 걸을 정도가 안 되네...

 

어떻게 양치를 하고 발을 씻었는지

더 이상 묻지말기를 바라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끔찍하기 때문인 것을...

 

 어찌어찌 잘 준비를 하고 일단은 두 놈이 나란히 텐트 속에 누웠지 뭐,

눕기는 했는데 발은 시려오고 바깥 도로변 차들은 쌩쌩 달리는 소리하며

간간히 기름을 넣을려고 들어오는 자동차의 불빛...

곁에 누운 미운아빠는 잠시 후 푸우 푸우~하는 미약한 코 고는 소리를 내기시작한다.

 

한 시간에 한 번씩 돌아누워보고 발을 문질러 보고...

별 지랄을 다 떨어보지만 잠이 들 리 만무하니...

까탈스러운 이 지랄가튼 성질모리에 잠자리가 갑자기 빠뀌었는데 어찌 쉬 잠이 들 욕심을 가졌던고...

 

새벽도 한참이 지난 무렵쯤 됐을까 지나는 차 불빛이나 소음도 잦아들고

그나마 두놈의 체온 덕분인지 시렵던 발도 그럭저럭 참을만 해지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가 바깥 소음에 선밤을 깨고 시계를 보니 아차...

 

평소 냉수마찰을 숙달시켜 놓을 걸 하는 아쉬움을(^^)떨치며

양치와 고양이 세수만 대충했더니 텁텁한 입안이 밥맛을 잃게 하누나...

 

" 길에서는 없어서 몬무꼬 음써서 몽는다 그러니 있을 때 무거놔라" 가 평소 내 지론인데...

 

주유소를 인터넷에 홍보를 해 드릴려고 작정했다가 

싸그리 취소하기로 한 이유는 민박비로 만 원을 갈취했던 싸장님 때문이다...

안영~쇄노재 주유소여~

행여 지나다가도 기름은 여기서 안 놓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미운애비와 몬난아재의 동절기 국토종단 첫날은 무사히(?)넘기고...  

 

 

 

 

 

 

 

 

 

 

"라면 코펠속엔 입맛 다시기 전 빗물부터 떨어지고..."

날씨: 잔뜩 흐렸다가 점심 먹을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비

오늘 걸은 거리 27.5km

총 걸음 수 약35,000보

그렇게 첫날밤을 무사히(?)치르고 둘 째날 걸음을 시작하는데...

다행이 어제의 아픈 어깻죽지와 발바닥 고통은 씻은 듯 가셔졌기에 두놈은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거리면서 출발한다.

오늘은 잠 자기 좋은 곳이 보이거나 (어젯밤의 고통으로 무조건 뜨거운 물 잘 나오는 욕실있는 모텔을 머리 속으로 그리며)

정 안 되면 야영하기 좋은 곳에서 걸음을 멈추기로 약속하면서 간다.

오늘 지나가는 길들은 일전에 산행을 왔었던 곳들을 지나가기에 감회도 새로운데

차례대로 시인 고은님께서 극찬하셨던 숲이 아름다운 미황사가 있는 달마산과 고찰 대흥사를 품고 오르는

산행길이 아기자가한 두륜산 그리고 바위능선이 너무도 아름다운 주작산의 하늘금들을 계속 보면서 걷는 길이다.

오늘 역시 간밤의 설친 잠으로 인해 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점심식사를 한시가 넘겨서 하게 된다.

혹시 몰라서 예비로 넣었던 라면으로 인해 식당을 못 찾은 다행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하고

길가 잔듸밭이 멋진 곳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라면을 끓여 막 한 젓가락 뜰려는 찰라~

갑자기 어디선가 후두둑 소리가 난다...

두놈 다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라면 한 젓가락씩 입에 넣으려던 모습으로)문득 올려다 보는 하늘은 머땀시 그리도 무심한지

갑자기 비님이 오시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지기* 신발끈 가트니라구...일기예보에 밤 늦게 온다 그러더니만...

무꼬 주근 구신 때깔도 조타고 ...그래도 식사는 마져 해야지...그 북새통에도 미운아빠는 우산 쓰고 라면 묵는 내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쁘고

허겁지겁 라면을 해치우고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꺼내입고 바삐 길을 재촉한다.

조금 오다가 그치겠지 하던 비는 계속 오고 지나차는 차들은 왜들 그리 빠른 속도로 달리던지 기름값이 아직도 싸나...

아침에 괜찮았던 어깻죽지와 발바닥이 "이놈들 봐라?" 내 신호를 무시했겠다...라고 하면서 아예 본격적으로 욱씬거리기 시작하고

따끔거리는 것이 수상해진다 싶은데 그예 미운아빠는 불집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날은 저물려고 하고 발바닥에 탈은 나기 사작한데다가 어깨쭉지는 아예 아우성을 친다.

게다가 마른 장작같은 내 허리주위 뼈가지들은 배낭 밸트의 쿠션으로는 턱도 없는지 온통 아픔을 호소한다.

강진이라는 입간판만 보고 무작정 걷는데 배낭의 무게와 추적추적 내리는 비 그리고

달리는 차를 피할 마땅한 여유공간도 없는 보행자 도로하며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길가에 면한 집의 개쉐이들은 죽어라고 아우성들이다...

비 때문에 앞도 제대로 못 쳐다보는데 달리는 차들 때문에 연신 헤드랜턴으로 빙빙 원을 드리며 신호를 하며 걷는다.

경광등이 있으면 야간에도 걸을 욕심을 내게 될까봐 아예 갖뎌오지를 않았는데 인도행 예쁜 아가씨 '워크홀릭' 낭자가 선물한

조그마하고 빨간 경광등이 지금은 너무 아쉽다...

겨우 겨우 강진읍에 도착하고 야영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뜨거운 목욕이 그리워 곧바로 보이는 모텔을 찾아 들었다.

내려 누르는 눈꺼풀이며 비에 젖은 것들을 빨래를 하려다가 밥 먹으로 나와서 피씨방을 찾았다...

까페 회원 토끼풀의 반가운 전화...

동해안 겨울 장기도보 이야기를 잠시 하면서 건강하게 행복한 국토종단을 마친 후 합류해서 동해안 겨울 장기도보에 합류해서

감포까지 걸어 내려간 후 이어서 부산까지 여럿이 같이 내려가자는 응원의 말을 해준다. 

미운애비와 못난아재의 국토종단 이틀째를 무사히 마쳤다.

오늘밤엔 아마도 두놈 다 온 몸의 삭신이 욱씬거릴 것 같고 비 때문에 어누워진 거리를 서둘러 걷는답시고

다소 무리를 한 어리석은 벌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이 내일 아침에만 그럭저럭 참을만이라도 할 정도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