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내 등에 올라 탄 흉물 27kg 본문

부엔 까미노

내 등에 올라 탄 흉물 27kg

까미l노 2007. 12. 4. 13:47

 

해남... 

이름은 늘 가슴이 설레임이다.

 

오래 전 감성돔을 만나러 가던 섬이 있는 곳이고

한 여름에 단독 종주하던 길을 동절기에는 두놈이 함께 종단을 시작하려는 곳이다.

 

많은 이들의 고행이 시작되는 토말비가 바다를 향해 이땅의 끝에 서 있는...

동절기 종주용 배낭을 준비한다

 

배낭 속 필요한 물건들을 다 채우기도 전인데 벌써 무게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한 두 번 움직이는 것도 아니면서 아직도 갈등의 연속이고 결단이 서질 않는다.

 

가볍게 떠날 것인가 육신을 괴롭힐 것인가...

무게 27kg... 높이 90cm

약 한달 동안 내 동반자가 되어 내 등을 짓누를 흉물덩어리(^^)

 

사흘동안 넣었다 뺏다를 반복한다.

추위애 고생할까 넣었다가 대충 무게의 감당을 저울질 해보고

다시 뺐다가 잠자리에 들어 천정만 말똥말똥...

 

다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배낭을 열고 포기했던 수건 한장 속옷 한장 작은 치약 한 개...

 

이렇게 다시금 집어 넣는다.

편하려고 가는 길이 아닌데 무게를 겁을 내고 추위에 떨게 될까싶어 또 망설인다.

 

오늘 하루 미련해지기로 했다가 게을러지기로 했다가 까짓...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작정을 한다...

 

비박을 계획했다가 너무 일찍 어두워질 겨울 밤 길에서 침낭 속에 달랑 들어가 있기엔

긴 긴 겨울밤이 무지막지하게 지겨울 것 같아 결국 텐트생활을 결심한다...

 

오래 전 지리산 종주길에 등짐이 너무 버거워

속에 든 먹거리를 백 미터마다 한개씩 버린 기억이 난다.